
나쁜새끼
w. 라면
#05
“음, 맛있네. 네가 했어?”
“응. 나 된장찌개 장인이거든. 이모가 오늘 아침부터 급한 일 있으시다고 해서 내가 실력 발휘 좀 했지.”
“장인 정도까지는 모르겠고.”
“칫. 칭찬 한 번을 안해줘요.아 맞다, 꽃잎인가? 걔 나랑 같은 동아리더라.”
“…어때? 예뻐…?”
“그냥 귀엽게 생겼던데. 내 스타일은 아니고.”
“걔 몇 반인지 알아? 나도 얼굴 좀 보게.”
“모르지. 나 걔랑 별로 안 친해.
너 시리얼 먹을래?”
“됐어, 난 괜찮아.”
“아, 너 아침에 우유 안 마시지. 순간 까먹었네.”
“너는 된장찌개에 밥 한공기를 다 먹고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서 먹냐. 학교에서 똥 안 마려워?”
“거참, 나 아직 먹고 있는데.”
“네 장도 참 특이하다, 특이해.”

“아씨, 네가 똥 얘기하니까 갑자기 X나 마렵잖아.
등교 시간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미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 먹고 화장실을 가. 더러워.”
“응 네 똥냄새보다 낫고.”
김태형과 매일 아침 눈을 떠 같이 밥을 먹고, 등교를 같이 하는 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가끔 주말 밤이면 공포영화도 같이 보고, 엄마 몰래 밖으로 나가 새벽에 라면을 사먹고 들어오는 일도 잦았다. 김태형과 추억이 쌓이면 쌓일수록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이제는 정말, 김태형이 내 옆에 없으면 절대 안될 것만 같았다.
“선배!ㅎㅎ”

“어? 꽃잎이 안뇽.”
“어디 가세요? 매점?”
“응, 매점. 너는?”
“저도 매점이요! 선배, 저 오늘 한 번만 사주시면 안돼요?”
“얼마나 비싼 걸 먹으려고?”
“에이, 500원짜리로 먹을게요!”

“장난이야ㅋㅋㅋㅋㅋ 먹고 싶은 거 먹어.
근데 나 잠깐 친구 좀 데려가야 하는데.”
“친구요? 여기 2학년 층인데… “

“아 저기 오네, 내 친구.”
아침을 못 챙겨줬다며 매점을 후하게 쏜다는 김태형의 말에 1교시 내내 얼마나 설렜는데, 날 보고 오라며 손을 흔드는 김태형의 옆에는 은현수가 보였다. 쟤 학기 초부터 엄청 예쁘다고 소문난 앤데, 쟤가 어떻게 김태형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거지.
“어… 안녕!”
“…혼자가 아니었네.”
인사도 해본 적 없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거나 복도에서 얼굴 몇 번 본 게 다인 얘랑 같이 매점을 가야하는 상황이라니. 김태형 이럴 때는 참 눈치 없어. 은현수 얘는 이 상황이 뭐가 그리 좋다고 헤실헤실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인사했다.
“얘는 나랑 같은 동아리, 은꽃잎.
그리고 얘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여주.”
김태형이 나와 은현수를 번갈아 보며 소개시켜주었다. 그런데 잠만, 은꽃잎이라니. 도대체 누가 은꽃잎이라는거지? 내가 은현수의 이름에 대해 입을 열려고 하자 은현수는 그걸 또 바로 눈치 챈 듯 화제를 돌려 이야기했다.
“선배, 저 친구들이 부른 걸 깜빡했어요! 지금 생각 났는데 어떡하죠…?”
“어쩔 수 없네. 잘 가.”
“네… 다음에 만나면 꼭 제가 사드릴게요!”
은현수는 당황스러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급하게 상황을 벗어나 다른 친구들에게로 갔다.
“쟤가 은꽃잎이야?”
“응, 쟤 겪어보니까 엄청 착하더라. 좋은 애 같아.”
“어이구. 착한 애가 본인 이름까지 속이냐.”
“? 그게 뭔 말?”
“쟤 이름 은현수야. 2학년에 제일 예쁘다고 소문 났는데 그것도 모르냐?”

“대박. 내 관심 사려고 이름까지 구라 친거야?”
“이런 애는 또 처음이네.”
“너는 지금 그게 중요하니.”
“현수 작전 완전 좋은데. 진짜 절대 못 잊겠네. 근데 원래 이름도 예쁜데 굳이 왜 속였담.”
“헐… 미친놈.”
동아리 후배가 지금까지 나에게 이름을 속였다고 하면 보통 놀라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보통의 사고인데, 김태형 얘는 항상 그 보통의 사고를 깬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감격스러워하지. 분명한 건, 김태형 얘도 정상은 아니라는거다. 물론,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조금 뛰어나고, 조금 또라이인것. 사람을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이상한 매력을 지녔다.
“그렇다고 구라까지 쳐~ 현수라는 이름도 예쁜데.”
“진짜요?”
“응, 진짜.”
“그래도 너무 흔하고 평범하잖아요. 선배한테 들이대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저는 좀 특별해지고 싶었어요.”
“이미 엄청 특별해졌거든~”
“아, 선배. 근데 우리 이래도 돼요? 선배 여자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엥? 내가? 누구?”
“그 김여주… 여자친구 아니에요? 애들이 다 여자친구라고 하던데.”

“여주는 그냥 친구야. 완전 친구.
나한테 여자는 지금 너밖에 없어.”
그 이상한 매력을 느낀 여자들이 수도 없이 많이 꼬였지만,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엔 그 꼬인 여자가 본인만큼 매력적이었는지,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실에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내 존재가,
너무나도 평범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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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여기 올라온 거 오랜만이네요ㅎㅎ
이거 보고 구독해주시고 봐주시는 분들,
그리고 원래 즐겁게 봐주시던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굿밤입니다!
아침에 보시는 분들은 굿모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