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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11) 복수


아침보다는 확실히 대화가 즐거워졌다. 경찰인 정국은 주변에 연구의 세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연구 경험이 있는 나를 유독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으며 정국은 석사시절 겪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이야기들을 했고 현직 연구실 소속인 나는 어딜가나 연구실에 그런 놈들 꼭 있다며 맞장구 쳐주며 그가 하는 얘기들을 들어줬다. 짜식.. 석사때는 꽤나 꼴통이었구만 ㅋㅋㅋㅋㅋ



"어쨋건 정국씨는 이제 연구 쪽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지?? 
 내가 보기에도 네 성격엔 현장직이 어울려"



내 말에 정국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기는 시원시원하지  뭔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행동해야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되고.. 
 
나한테는 몸을 움직이는 곳이 적성에 맞아. 

그때 연구실에는 어떻게 있었는지 까마득하다."


"그래 ㅋㅋㅋㅋ 여기서는 뭐 하나 깨부숴도 괜찮고 응? 
 사고 쳐도 오냐오냐하는 팀장님이 계시고... 

그치 전정국형사?"


"아씨.. 그거 계속 울궈먹네"



정국이 당황스러워하자 나는 뭔가 만족스럽고 좋았다.



"계속 너 만날 때마다 맨날 울궈먹을 꺼거든..
 내가 스파이가 되기로 한지 아직 몇 년 안됬는데 별로 한 일도 없이 이렇게 잡혀서 죽나 했어."


"그거 말이야, 너, 도대체 스파이일은 왜하는 거야? 
 그거 위험한 일인가는 알고 있지? 
 나였기에 망정이지 너 진짜 위험할 뻔했거든?"



정국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이 녀석 뭐냐... 만난 지 이삼일 밖에 안된 여자한테 진심어린 조언이라도 하는 건가...?



"이렇게 된 김에 손 털고 나와, 못하겠다고.."


"응?? 아니 왜?"



웃기네... 뭐? 나한테 손을 털라고??



"스파이 위험해... 신원확인 안 되면 그냥 범죄자 되는 거야. 

 만약 다른 지역 경찰에게 잡혔다면 서장님이 신원보증 해줄 수 있었을까? 우리도 불리하면 너 외면할 수도 있어. 경찰이 그렇게 정의롭진 않아."


"ㅋㅋㅋㅋ 그치, 경찰이 정의롭지 않은 건 널 보면 알 수 있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아니, 나 장난아니고, 진짜 진심인데?
 그거 너무 위험해. 너 진짜 현장 가본적 없지..?

 그거 시체 뒹구는거 완전 구역질나...
 너도 가면 수인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껄..?"


"..."



나는 정국의 말에 말없이 바라볼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혐오감은.... 우리 부모님이 살해 당하던 그 날...



"뭐야.. 그거 고민 해야하는 일이야? 
 서장님께 뭐, 약점이라도 잡혔어? 

 물론 그분이 약점 잡고 그럴 분은 아니꺼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그런 취미가 있으셨나"



나는 얕게 한숨을 쉬더니 정국이 손 위에 손을 얹었다. 내 손이 닿자 살짝 움찍하는 전정국이 느껴졌다.



"진심 어린 조언 좋은데, 수인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있고,
 이미 내가 발을 좀 깊히 담궈놔서 빠져나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니고...

 그리고 더불어 나 이 새끼들 일치는 거 깨부수려고 싶어. 
 진짜 지굿지긋하거든.."



힘들었던 과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가슴이 약간 두근 거렸다. 만난지 며칠 되지 않은 애한테 별얘기를 다한다 싶어서 아차했다. 



"그게 목숨 걸고 할만한 일인거야?"



장난기 가득하던 전정국 눈빛에서 징난기가 쏙 빠졌다. 얘, 진짜 진지하구나..  그래, 이 부분은 정확히 해야겠지..



"이봐... 전정국씨.
 너 내가 부모가 오소리에게 뒈졌냐고 할때 완전 흥분했었지..?
 실은 나도 그래. 나도 그랬다고. 

 오소리들에게 당한 피해자가 꼭 오소리가 아니란 법도 없잖아?"



나도 모르게 살짝 목소리가 떨렸던 것 같다.  전정국의 눈을 똑바로 처다보았다. 



 "그래 그 복수, 내 목숨 걸고라도 하고 싶어."



말하고 나서 보니 뭔가 당황스러워 하는 정국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진지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곧 눈꼬리를 휘며 빙그레 웃어보였다.



"됬어. 어쨋든 진심어린 조언은 고맙다? 
 진심만 받을께... 사람은 다들 피치못할 사정이라는게 있어. 

 니가 모든 오소리를 싫어하는 것 처럼 말이야."



쿨한 척 남은 맥주캔의 맥주를 탈탈 입안에 털어넣고는 이제 대화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오늘 너가 나한테 독이나 약 안 쓴 첫 날인 것 같다...? 오늘 되서야 좀 제대로 잠 좀 자보려나...ㅎㅎ '

나 씻으러 간다"



심각하게 듣던 정국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 



...


해주가 욕실로 사라지자 정국은 살짝 중얼거렸다.

 

"꼭 오소리라고 다 싫어하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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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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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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