Être capturé

(27) Tangent Clean Ver.

photo사로잡히다. (27) 접선



토요일 이른 새벽. 약물을 건네 받기로란만나기로 하기로 한 골목이었다.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나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연구소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오늘 더 확실해지려나....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검은 승용차가 좁은 골목길에 들어왔다. 뒷쪽 좌석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안쪽에서 커다란 검은 서류가방을 누군가가 내밀었다. 나는 조용히 가방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가방을 건넨 남자의 손등에 검은 화상자국이 보였다. 


헉... 김남준 소장...? 


김남준은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걸까, 차창에 가려져 일부만 드러난 입가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조금만 몸을 낮추면 안이 들여다보일것 같은데 차마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조용히 창문이 올라가고, 차는 조용히 골목을 벗어났다.

지금 내가 본 게 맞을까...? 설마 비슷한 흉터를 가진 다른 사람이 또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화상 흉터가 비슷하게 생기긴 정말 어려울 것 같았다. 김남준 소장이 확실해.... 



혹시 김남준은 이 약물이 어디에 쓰이는 지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약물 성분표.. 내가 봐도 이상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정말로 그 쓰임을 걱정 안 하고 만들긴 어려운 것이었다. 이건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 학자로서 가져야할 윤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김남준 소장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수년간 쌓아놓은 나의 우상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   .   .


차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된지 잠시 뒤,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 흑해주 회원님, 사냥제 모임 장소는 ㅇㅇ도 ㅁㅁ시 골프 CC입니다. 내일 오전 7시 까지 와주시길 바랍니다.]


.   .   .


집에 돌아와 정국이에게 사냥제 모임 장소도 알려줄 겸, 연락을 했다. 정국은 내 말을 듣더니 많이 놀랐을 것 같다며 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너 자꾸 나 만나면 안되는데, 여기까지 오면 어떻게 해.."



나는 마지 못해서 문을 열어 주었다. 내 집에 찾아온 정국은 거실에 있는 소파배드에 앉았다. 

작은 투룸인 내 집...  방은 서재로 쓰고 거실에 소파배드와 식탁이 있었다. 그리고 물에 헹궈놓은 온갖 배달 용기들이 싱크대 옆에 쌓여있었다. 정국은 내가 시켜먹은 온갖 배달 용기들을 보더니 얕은 한숨을 쉬었다.



"밥은 전혀 안 해먹나봐?"


"어, 그렇지 뭐.. 사 먹던지, 대충 때우던지..."


"니가 내 밥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 그래서 너, 왜 왔는데..?"



나는 그닥 줄 것도 없어서 정국이에게 물을 한 잔을 어렵사리 내놓았다. 냉장고에는 생수와 맥주 뿐이었다.



"그냥 니가 김남준 소장 때문에 속상할 것 같아서.."


"모임과 무슨 관계인지 아직 모르겠어.. 내일 가보면 이제 정확히 알 수 있으려나.. 무슨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아 모르겠어.. 

솔직히 맞아...

나 많이 속상한 것 같아."



내가 인정해버리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그의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 정확하지 않으니까 확인해보자고..."


"응... "



아까 그건 분명 김남준의 손이었다. 연구소와 스파이.. 위태로워진 벽이 이제는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더불어 나의 선망의 표상에도 금이 가며 무너졌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여전히 심각하게 서있자 정국은 슬며시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해주야, 난 예감이 좋질 않아..
 니가 걱정도 많이 되기도 하고.. 

 사냥제 진짜 갈꺼야?"



정국의 질문에 나는 어이없어하며 쳐다보았다. 정국이는 내 눈빛에 아차 했나보다.



"아, 진짜 마지막! 더이상 안물어볼께.."


"무조건 가야해.. 일단 저걸 갖다주기로 했고, "



나는 탁자에 올라가 있는 약물가방을 가리켰다.



"그래.. 알았어.. 
내일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알려줘. 

약속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무조건 갈꺼야. 
내가 니 담당이잖아."



"됬거든? 괜히 연락하기도 전에 미리 와서 초치지나 마. 
 내가 알아서 잘 할께"



오늘은 이상하게 몸을 붙여오는 정국이 싫지 않았다. 이 아이가 나를 위로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자신을 의지할 수 있게 하고 싶어 한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정국의 가슴에 고개를 기댔다. 정국은 오물오물 대답하던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붙여왔다. 정국이 마음이 직접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이 아렸다. 

그래..이만하면 어때... 

나는 정국의 목에 팔을 감았다. 숨결이 맞닿는 코 끝에 정국의 짙은 체취가 느껴졌다. 



.    .    .



정국은 입술을 맞붙인 채로 해주를 가만히 소파배드에 눕혔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 뒤에 감겨있던 해주의 팔을 풀어 내리더니 두 손목을 한 손에 모아 해주의 머리 위로 잡아올렸다. 



"하아.."



해주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듯 정국은 그녀를 붙들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해주도 그런 정국이 싫지 않은 듯 두 다리를 들어올려 정국의 허리에 감았다. 따듯한 해주의 두 다리가 허리에 닿자 정국은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하 진짜..정국은 나직히 말을 내뱉고는 한 팔로 해주의 허리를 꽉 감아 안았다.



"...오늘은 준비된 거 맞아..?"



정국이 애써 자신을 자제하며 해주에게 물었다. 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준비된 것 같아"


"그럼 실례할께.."


"으응..."



정국의 말에 해주가 속삭이듯이 대답했다.정국은 크게 숨을 내쉬더니 결심한 듯 그녀의 머리칼을 한 쪽으로 넘겼다. 


콰득...


정국의 독니를 타고 뱀수인 만이 가지고 있는 교미액이 해주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해주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하얘졌다. 해주는 가슴이 두근 거리면서 자신의 온 신경이 펼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뱀수인만이 갖고 있다는 그것이구나... 

해주는 다시 정국의 목에 매달렸다.



"해주야, 괜찮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정국은 달아오른 해주를 살살 달래며 진정시켰다. 물기를 머금은 해주는 정말로 탐스러웠다. 정국은 해주의 희고 부드러운 피부 위로 붉은 꽃자욱을 남겼다. 정국이 허리를 따라 훑어 내리자 해주는 머릿속이 점멸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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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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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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