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금지.

20
:: 김여주 금단 현상
"태형 씨, 어디 가요?"
"엠티요. 안 가려고 했는데
후배놈들이 하도 졸라서."
"인기 많은가 봐요?"

"나이에 비해 좀 하는 편이죠."
그럼 현진이는 어떡하냐는 말에 가는 길에 본가에 들러서 데려다놓는다고 한다. 나는 엠티를 언제 갔었더라, 아마 스무 살 때 한 번 갔다가 너무 좋았던 기억에 스물한 살 때 또 갔었던 것 같았다. 그게 벌써 4년 전이네. 나이는 좀 있더라도 대학생 분위기 나는 풋풋한 김태형이 부러웠다.
여진이는 어디 갔냐는 질문에 오늘 어린이집에서 과자파티를 한다고 아침 일찍 먼저 데려다줬다고 한다. 얼마나 신났으면 그렇게 빨리 갔을까.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근데 전에 야간에 일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월차 좀 냈죠."
완전 쿨하네요. 김태형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오빠의 붕어빵 현진이의 볼을 콕콕 눌렀다. 오빠는 볼살이 하나도 없는데 현진이는 포동포동해서 너무 귀여웠다. 준비를 다 마친 오빠는 뒤늦게 집에서 나왔고, 뭔가 궁금해서 오빠가 나오자마자 뒤를 돌아 오빠의 볼을 콕 찔렀다.

"응?"
"아니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
"궁금하면 더 만져도 돼요."
"진짜요?"
내가 오빠의 볼을 쮸쀼쮸쀼 만지고 있는데도 오빠가 아무 반항 없이 편안하게 만짐을 당하고 있으니 김태형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토끼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오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자연스럽게 현진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해 몰래 오빠와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태형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들어 휴대폰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빠는 입술이 간질간질했는지 사방이 거울이라 들키기 쉬운데도 날 구석 모서리로 밀어 뽀뽀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쪽 소리가 크게 났는지 김태형이 휴대폰을 끄고 우리 둘을 바라봤다.
"방금··· 쪽 하는 소리가 났는데?"

"··· 그거 너한테 한 거야."
"뭐?"
"··· 사랑한다고."
오빠는 김태형을 바라보며 손키스를 날렸다. 그런 오빠에 김태형은 세상 더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토하는 시늉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김태형이 팝콘처럼 튀어오르며 안에서 빠져나왔고, 엘리베이터 공기가 오빠 때문에 탁해졌다면서 맑은 공기를 주입했다. 진짜 현실 형제인가. 그래도 뭐··· 어찌 되었든 안 들켰으면 된 거 아닌가.
"현진아.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말 잘 들어야 돼?"
"우응, 빠, 아바 뱌뱌! 빠빠!"
그렇게 김태형과 헤어지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오빠는 바로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날 품에 쏙 넣고서 둥가둥가하며 이제 살겠다면서 한숨을 휴우 내쉬었다. 너랑 한 시라도 안 붙어있으면 몸이 막 덜덜 떨려요. 김여주 금단현상인가 봐.

"우리 태형이한테는 언제 밝힐 거예요?
걔 앞에서는 같이 못 있잖아."
"태형 씨한테는 너무 일러요.
우리 사이 반대하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언제까지
숨길 수만은 없잖아요."
그래, 이제는 주위 사람들에게 밝혀야 할 때가 왔다. 우리가 사귄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 밖에는 없기에 마음 편하게 연애하려면 가족이든 회사 사람들이든 밝혀야 이득일 것이다.
그런데 김태형도 김태형이지만 과연 회사 사람들이 내가 오빠와 만난다는 것을 좋게 봐줄까 두려웠다. 과장과 사원. 이 두 계급의 차이는 엄청나다. 여자 사원 하나가 과장을 꼬셨다··· 뭐 이런 말들이 오르라내릴 게 뻔했다. 게다가 나이 차이도 무려 열한 살이라 속 편하게 연애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주위 시선에 항상 주눅이 들 뿐이다.
"근데 여주야, 여주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우리 사이 빨리 공개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뭐라 하든 우리는
우리대로 잘 하면 되는 거니까."
"······."

"그냥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된 거잖아요."
오빠는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나의 손을 잡고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나이가 많이 차이나든 말든,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그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 오빠가 날 이렇게 진심으로 사랑해주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오늘도 회사에서 남들 몰래 꽁냥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빠가 근무 시간에 또 화를 내며 (이번엔 화내는 척이었다) 날 비상계단으로 데려간 탓에 최 사원님은 진짜 우리 사이가 안 좋아 괜히 화를 내며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라 생각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자 눈물을 글썽이며 어디 다친 덴 없냐고 물어보았다.
"괜찮아요, 제가 서류
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과장님 좀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승진했다고 텃새부리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김 사원님 완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요!"
마냥 순둥순둥하고 남 욕은 절대 안 하던 최 사원님이 오빠 욕을 엄청나게 하면서 날 꼬옥 안아주었다. 직장생활 많이 힘들죠? 그래도 괜찮아요, 김 사원님 곁엔 제가 있잖아요···. 회사 1년 정도 일찍 들어온 것뿐이지만 김 사원님 마음 잘 알아요. 힘든 일 있으면 저 불러요, 위로해줄게요!
어쩌나··· 최 사원님이 단단히 오해를 해버리고 말았다.
"과장님 이제 회사에서는
우리 좀 자제해요."

"왜요? 왜? 안 하면 나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그래도. 사람들 걱정하잖아요."
"근데 둘이서만 있는데도 왜
오빠라고 안 불러줘요?"
"에이··· 그래도 여기 회사잖아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요."
모두가 퇴근하고 지하로 내려가려 걷는 도중 회사에서는 애정행각을 자제하자는 내 말에 오빠는 시무룩한 얼굴로 알겠다고 하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내 팔을 잡고서 급하게 주차장으로 내려가 재빠르게 날 조수석에 태우고는 오빠도 차에 타 내 목덜미를 끌어당겨 뽀뽀를 했다.
"뭐 하는 거예요···?"

"왜요, 여기는 회사 아니고 내 차 안이잖아."
"아 진짜.. 못 말려."
다시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더 진득해져만 갔다. 머릿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고 멈춰야지 생각하면서도 몸이 제어가 안 되었다. 마지못해 오빠의 입술이 점점 내려가 목에 안착했다. 이미 단추는 풀어져 어깨가 드러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곳은 그래도 회사 주차장이었고, 이대로 가다간 차 안에서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게 될까 봐 겨우 되찾은 이성으로 오빠를 밀어냈다.
"하아··· 왜."
"집 가서 해요.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요."
"나 급한 거 알잖아."
"··· 어차피 오늘 여진이
과자파티라서 늦게 오잖아요."
오빠는 내 행동이 맘에 안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알았다며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몸을 다시 바르게 세우고는 시동을 걸어 빠르게 주차장 안을 빠져나왔다.
부아앙- 시속이 너무 빠른 탓에 안전벨트를 꼬옥 부여잡았다. 신호마저 거의 다 무시해버리고 운전을 해 아슬아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급하게 가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진정 좀 하라고 옆을 바라보았지만 그냥 입을 꾹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오빠는 전혀 진정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오빠는 목까지 열이 올라 거칠게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고는 땀으로 범벅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냥 아까 허락해줄까 싶을 정도로 힘겨워보이는 오빠였다.

"이제 많이 참았으니까 좀 봐줘요."
"오빠, 우읏···!"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간신히 참던 오빠는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날 소파에 눕혀 위로 올라탔다. 다시 뜨겁게 키이스로 이어지는 순간,
삑삑삑삑, 철컥.
문이,
"형, 오늘부터 장마 시작이라
엠티 취소돼서 나 다시 왔어."
열리고,

"··· 미친?"
김태형이 들어오고 말았다.
수위 조절 참 잘해서 독자님들 애타게 하는 거 참 잘하는 좌표~
위트에서는 말 안 했는데요, 번외편은 더 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