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mme dans un triangle amour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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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민윤기의 경우


말랑공 씀.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정수연. 그녀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익숙한 실루엣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곤 잔뜩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구태여 위로 끄집어내며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익숙한 실루엣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실루엣은 다름 아닌 윤기였다. 윤기는 겨울 바람에 코가 시려 시뻘개져 있었다. 평소에 추위도 잘 타면서, 그가 타야 할 버스는 이미 왔었음에도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건 정수연 때문이었을까.


  “어, 선배 아직 안 갔네요. 안 추워요?”


  “별로.”


  별로, 라고 말하는 윤기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와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의 추위인데, 코도 시뻘개져 놓고, 별로, 라고 하는 윤기의 말에 정수연이 설득될리가 없었다. 이미 윤기가 좋아하는 카페까지 알고 있고, 추위를 싫어하는 윤기는 따스한 봄을 좋아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던 정수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선배 나 기다렸죠?”


  그 물음에 윤기는 당황하며 아니라고 말하길 정수연은 기대했다. 아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정수연이 봐 왔던 윤기는 놀리기 딱 좋은, 귀여운 츤데레같은 사람이었으니깐. 그러나 윤기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하지만 정수연과 시선은 맞추지 못 한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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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너랑 같이 가려고.”


  “뭐야, 나 좋아해요, 선배? 이 추위 속에서 기다릴 만큼?”


  좋아하냐는 정수연의 직설적이고도 장난이 섞인 질문에 윤기는 한껏 당황했다. 하지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와 버스가 언제 오나 기다리는 척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곤 무심한 듯한 어투로 대답했다. 당황하지 않은 티를 내려고 애썼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오히려 당황하는 티가 더 났다. 그 때문이었을까, 정수연은 잠시나마 윤기가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옆에서 조잘대는 애가 없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아, 버스 왔다.”


  정수연은 그렇게 수다쟁이가 아니었다. 옆에서 계속해서 조잘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거의 조용했으며 먼저 말을 꺼내는 성격도 아니었다. 둘은 집이 같은 방향이라서 항상 같은 버스를 탔었는데 그럴 때마다 정수연은 제법 조용했다. 그래서일까, 정수연은 그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좋아하냐는 질문에 많이 당황했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 윤기는 자연스럽게 정수연을 창가 쪽에 앉혔다. 정수연은 언제나 창가 자리를 좋아했다. 어느 날 잠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창가 자리가 좋다며 정수연이 스치듯 지나가며 말한 적이 있었다. 윤기는 그런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며 잘 챙겨 주는 성격이었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 윤기는 정수연을 창가 쪽에 앉혀 주었다. 그치만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 챙겨 준다는 걸 정수연에게 들키기 싫었다. 윤기는 왜인지 부끄러웠다. 그래서 무심한 듯 창가 자리를 챙겨 주곤 했었지만 정수연은 바로 눈치챘다. 윤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세심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을.


  정수연은 창가 자리에 앉아 차창 너머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두운 밤길 속 환하게 빛나고 있는 가로등, 도시의 환한 밤. 정수연은 그런 야경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오늘은 창가 쪽이 아닌 윤기 쪽을 바라보다 윤기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윤기는 정수연의 급작스러운 스킨십에 가슴이 간질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었다. 정수연이 제 어깨에 기대고 있는 것이 좋아서, 혹여 움직였다가 정수연이 제 어깨에 기대는 걸 그만둘까 봐, 윤기는 가만히 있었다. 콩닥거리는 제 심장 소리를 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