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 du corps du lycée

Ep.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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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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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과 나란히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저녁 시간이 다 되어있었다. 전정국이 오늘 쇼핑한 것들을 내 방까지 옮겨다 줬고 방에서 쇼핑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전정국이 내가 선물한 선물을 두고 간 걸 발견했다. 아직은 좀 부담스러운가…? 나는 전정국이랑 꽤 가까워져 좋아했는데 전정국은 아직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쇼핑백을 내 옷장 깊숙이 넣어 감췄다.





“언젠가는 받아주겠지.”





쇼핑한 것들 정리가 모두 끝난 뒤, 욕실로 들어가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나왔다. 예전부터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갔다 오면 바로 씻는 게 버릇이 들어서 이제는 귀찮은 느낌도 없었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최대한 털어내고 머리를 축 늘어뜨린 채 전정국 방문을 홱 열고 들어갔다.





“전정구욱-.”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전정국이 뭐라 할 것 같았던 내 예상과 달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화장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전정국도 방금 씻으러 들어간 듯 했다. 전정국이 씻는 사이 전정국의 방을 한 번 쭉 둘러본 나였고 전정국 책상에 놓인 포스트잇을 한 장 뜯어 볼펜으로 뭔가 끄적였다.





“됐다…!”





어디 보자… 이쯤이면 잘 보이려나? 전정국 눈에 잘 보일 것 같은 곳을 찾다가 침대 바로 옆 선반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리고서 후다닥 전정국 방에서 쏙 빠져나온 나였다. 방에 들어와 젖어있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침대에 풀썩 누운 나는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뭔가를 한참 생각하다 결국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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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일어나.”





으응… 누구야…… 생각보다 잠에 깊게 들었던 건지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잠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결이라 그런지 앞이 흐릿하게 보였고 누군가 내 앞에 서있는데 잘 알아보기 힘들었다. 잘 안 보여… 좀 가까이 와봐…… 내 앞에 서있던 사람은 내 말에 점점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제 좀 알아보겠냐?”

“전정국…? 네가 왜 내 방에 있어…”

“저녁 먹게 얼른 일어나.”





내 눈 앞이 점점 선명해 지면서 보이는 건 전정국의 모습이었고 저녁이라는 말에 전정국의 손길에 따라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켜 앉아도 졸린 건 어쩔 수 없었고 손으로 눈을 부비적거렸다. 전정국, 넌 저녁 먹었어? 설마 나 때문에 기다린 건 아니지? 혹시나 해서 묻자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긴 아네.”

“진짜? 뭐야… 배고프면 먼저 먹지!”

“너랑 같이 먹으려고 깨웠지.”





말은 잘해-. 나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는 말이 자고 일어나서 들으니 더 기분 좋은 말이었고 베시시 웃으면서 전정국을 바라보자 전정국도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전정국은 내 침대에 살짝 걸터앉있고 내가 금방 일어나면 되지 않나 싶어 전정국을 말똥말똥 쳐다봤다.





“나한테 뭐가 서운했어?”





어? 갑자기 뭔 소리야??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자신한테 서운한 게 있냐는 전정국에 무슨 소리인가 싶어 토끼눈으로 올려다봤다. 내가 전정국한테 서운한 게 있었나…? 머릿속을 급하게 굴리며 여러가지 생각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전정국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포스트잇 네가 붙여두고 간 거 아니야?”




아…! 그게 있었구나… 포스트잇이라는 말에 아까 전정국 방에서 쓰고 침대 옆 선반에 붙여뒀던 게 떠올랐다. 그 포스트잇은 쇼핑 끝나고 정리하면서 들었던 마음에 욱해서 쓴 거라 자고 일어난 지금은 딱히 별 생각 없었다. 전정국은 내가 붙여둔 포스트잇을 손에 쥐고 있었는지 나에게 그 포스트잇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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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기 생각하면서 산 선물인데 자꾸 거절만 하니까 짜증도 나고 나만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어 심통도 좀 나고 아무튼 홧김에 써서 붙여놓은 건데 막상 지금와서 생각하니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다들 막 행동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어… 그니까, 이게…





“김여주 너 나한테 뭐 서운했지.”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말 안 해주면 나는 몰라. 나한테 뭐가 그렇게 서운했어?”

“… 네가 자꾸 내 선물 거절하잖아…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 뿐인데…… 진짜 짜증나.”

“풉, 그거 때문에 입술이 대빨 나온 거야?”





아니거든! 누가 입술을 대빨 내밀었다고 그래… 네가 잘못 본 거야!! 누가 봐도 내가 찔려서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간 이 바보 멍청이. 갑자기 급발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입술을 쭉 내미는 것도. 내가 보기에도 참 유치했다. 전정국 앞에서는 왜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 되는지 모르겠다.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겠고 그냥 모든 감정들을 곧이 곧대로 표출하는 어린애가 되버리는 느낌이었다.





“잘못 봤다기엔 지금도 나와있는데?”

“글쎄 아니라니까…”

“왜 그러는데, 김여주. 응? 네가 말을 해줘야 내가 알 수 있어.”

“전정국 너 진짜 짜증나… 나만 너랑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만 너랑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더 싫어.”





전정국 앞에서는 유치원생 김여주가 되는 것 마냥 굴었다. 전정국 앞에서는 내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을 만큼 전정국이 나한테 너무 편한 사람이 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나만 너 좋아하는 것 같잖아… 내가 이불을 끌어안고서 몸을 웅크리며 말하자 전정국은 그런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기분 좀 풀지?”

“……”

“나도 너랑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나한테 너만큼 친한 사람이 어딨어. 바보 아가씨야.”





왠지 모르게 미친듯이 다정한 전정국의 손길과 미친듯이 다정한 전정국의 미소, 말투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전정국을 쳐다봤다. 전정국은 매번 이랬던 것 같다. 어쩌다 한 번 나한테 무척 다정해지는 그런 날이 꼭 한 번씩 있었다. 오늘 역시 그런 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전정국의 말 한 마디에 몸이 뜨거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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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만 나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뭘.”





두근, 두근. 전정국이 직접적으로 날 좋아한다고 한 것도, 이성으로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런 내 머리와 달리 심장이 콩닥콩닥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온몸이 불에 화르르 타오르는 것 마냥 달아올랐다.














한 이틀 앓았더니 멀쩡해졌네여. 다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