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23화
[누나~~~]
(오구 우리 지민이 잘 지냈어?)
[웅 ㅋㅋㅋㅋㅋ 누나 있잖아!]
[지영이누나 남친 작곡하시는 분이랬지?]
(석진이오빠? 웅 그렇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아니 나 이번에 곡 썼는데]
[전문가한테 물어보구 싶은것두 있구..]
(치 그게 오랜만에 연락하는 누나보다 더 중요한거야?)
[아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쏘리쏘리]
(아무튼 알겠어... 언넝 자구 엄마한테 딸 걱정 말라 해..)
[엄마 누나 걱정 안하는데 ㅋㅋㅋㅋ]
(...서럽다)
백만 년 만에 친동생 지민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우리는 나이차이가 좀 많이 나서 서로 잘 챙겨주고 나름 좋아한다. 나만 그런건가..? 아무튼 이 녀석이 이번에 작사를 했다면서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한테 하고싶은 질문이 많다고
자리를 좀 만들어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 와서 말하는거지만, 김석진과 김태형은 작사와 작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노래를 직접 녹음하기도 한다.
뭐 실질적으로 그 일을 해서 수익이 꽤 난다고는 하지만..
팬도 많다고는 하지만... 나 아직 실감은 안나..
아무쪼록 지민이를 데리고 오빠들 집으로 갔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여기가 작곡가 집이구나! 하며 신기해하는 지민이를 석진이오빠랑 방에 밀어넣어두고
거실에는 나와 태형오빠만 남았다.
"오빠 오늘은 집에 있네?"
"너 동생 보려구 왔지~ 엄청 어리네? 몇 살?"
"19살! 내년에 성인.."
"사이 엄청 좋아보이던데?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그런가."
"웅...."
안그래도 살짝 어색했던 분위기를 지민이 얘기로 무마시키던 도중,
"나도 너네 동생 곡 보러가야겠당."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는 김태형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 손목을 잡았다.
"가지마.. 나 심심해 나랑 있어."
"너도 그럼 같이 가."
"아 싫어.. 작곡따위 관심없어."
"아 뭐야... 나중에 오면 내가 봐줘야지."
"응응 나랑 있어."
내가 쓰레기였다는 걸 깨달아서인지 오빠를 볼 때마다 괜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태형은 쓸데없이 잘생기고 난리였다.
당장이라도 확 덮쳐버리고 싶게...
나 지금 미성년자인 동생을 몇 미터 이내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근데 오빤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궁금한 거?"
"웅."
"박지영 집에 있어?"
"아 그건 언니한테 궁금한거고.. 나한테!"
"음..."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글쎄, 근데 너 아까부터 할 말 있어?"
"어..?"
"할 말 있어 보여 엄청."
이놈의 면상이 또 난리를 치네.
"아니 뭐.. 그렇다기 보다는...."
"너 또 걔 말하고싶어서 그래?"
"어? 누구..."

"전정국."
뭐야.. 그런 거 아닌데...
"말 해."
"아니.. 오빠 그 얘기 싫어하잖아.."
"들어줄게, 말 해."
"..."
"답답하게 있지말고 그냥 말 해."
"엄...."
"그냥 하라니까?"
"내일이 축젠데 내가 걔 메이크업 해주기로 했어."
"..."
"..."
"끝이야?"
"어제 학교 가서 걔 만났는데 연습하는 모습 보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이 막 빨게졌어."
"..."
"... 또 재미없지?"
"어."
"나한테 뭐라 그러진 마! 오빠가 하래서 한거니까.."
"니가 말하고 싶어 하니까 답답해서 하라한거야."
"그래두.. 들었으면 재미있는 척이라두 좀 해주지.."
"넌 왜 나한테 그런 게 말하고 싶어. 너 친구 없냐?"
"있어.."
"근데 왜 자꾸 나한테 말 해?"
"좀 하면 안돼?"
"너 나한테 그 말 아님 할 말 없지."
"이제 오빠한테 말 안하구 친구들한테 할게, 더 이상 오빠한테 이 말 할 일 없을 거야. 그리구 오빠한테 하려했던 말 이거 아닌데.."
왠지 모를 빈정이 상해버린 난 지민이나 보려고 벌떡 일어났고
오빠는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뭔데, 해 봐."
"됐어. 이미 오빠가 전혀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렸어, 놔."
난 오빠의 손을 뿌리치듯 놓아버리고선 작업실로 들어와버렸다.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정국이한테 톡이 왔다.
[이여주~♡]
[낼 알지?????]
내일은 대망의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웅 알지.)
[내일 나 너무 멋있다고 막 반하진 맠ㅋㅋㅋ]
(웃기시네, 절대 그럴 일 없거든.]
사실 안그래도 걱정이 태산이야..
너한테 더 빠지면 어쩔지...
[낼 나 아이돌로 만들어줘 엄청 멋있게.]
(당연하지 방탄으로 만들어주겠스..)
[헐 이여주때문에]
[나 인기 더 폭발하는 거 아냐?]
"여주야여주야."
"응 언냐 왜?"
"이게 나아, 아님 이게 나아?"
한 손에는 잔체크로 된 재킷, 다른 손에는 베이지색의 가디건을 들고서 언니가 물었다.
"왼쪽~"
"왼쪽.. 왼쪽..."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언니는 방을 나갔다.
(그만 폭발해. 이젠 뭐 학교 여자애들 다 사귀겠네.)
난 다시 고개를 핸드폰 쪽으로 돌려 전정국에게 톡을 보냈다.
[그럼 니도 나 만나주는거가]
....
(ㅡㅡ)
(니 여친한테 일러바친다.)
[아 ㅋㅋㅋㅋㅋㅋㅋ 이여주 미안하다고..]
"여주야 이거랑 이건?"
이번에는 언니가 연청색의 치마와 무릎 찢긴 청바지를 들고서 물었다.
"왼쪽~"
"또 왼쪽.. 왼쪽..."
"언니 어디 가?"
"데이트~~~~"
언니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갔다.
[아...]
[진짜......]
[한 번만 봐주세열...]
(그럼 내일 니 여친도 오겠네?)
[어어 친구들이랑 보러 온다던데..]
에이씨.. 난 뭐 데이트 나가는 언니 옷이나 골라주고
얘 여친한테 더 잘생겨보이게 메이컵이나 해주고...
초라하다 내 인생 개외로워.....
"여주야~~ 언니 갔다올게? 응 자기야, 앞에 차 주차해뒀다구? 웅 알겠어 나갈게 지금!"
"응 언니 다녀와~"
[아무튼 낼 봐 전정국]
(ㅇㅇ~)
전정국과의 연락마저 끊겨버린 틈에 내 외로움은 끝없이
증폭해버리고 있었다.
하.... 나도 애들이나 불러서 술 마실까...
그러기에는 뭔가 귀찮은데 가만히 있으면서 내 흥미를 돋우는
그런 거 뭐 없나......
시간이 지나자 비밀번호를 누르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에휴... 박지영 칠칠맞게 또 뭐 두고갔지.
그러게 내가 좀 잘 챙기라고 한 두번 말 해줬음 딱 들어야ㅈ..

"넌 집에 있을 때 그러고 있구나.."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김태형이었다.
"너가 왜 거기서 나와...!?"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서 방 문에 기대 서서 날 쳐다보고 있는 김태형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 지금 어깨까지 축 늘어난 티셔츠에.. 속옷은 입었을리가 만무하고.... 다행히 아래는 입었지만 상의가 길다는 탓에 바지는 안입은... 아무튼 그런 매우 후줄근한 상태인데...
왜 니가 거기 서있는거야..!?
"또 너라 한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뭐가 중요한데."
"아니 왜 남의 집 비밀번호를 막 열고 들어와?"
아 어쩐지.... 아까 지영언니랑 김석진이랑 통화할 때
차를 주차해뒀다는게... 얘가 타고 있는거였어....
"비밀번호를 아니까."
"어떻게 알아..?
"니가 알려줬잖아 저번에."
아 맞다... 내가 비 맞은 생쥐꼴이 됐던 날.....
"ㅇ..아무튼 왜 왔는데?"
"지민이가 이거 어머니가 해주신 반찬이라고 냉장고에 넣어둬야 한다고 해서."
"그럼 지민이가 오지 왜 오빠가 와..?"
"약속이 있었는데, 작업이 늦게 끝나서 늦었대."
"아니 그러면 그냥 석진오빠가 오지 왜 오빠가.."
"너 지금 내가 온 거 마음에 안들지."
"아니 그게 아니라.."
"석진이형이 지금 이러고 있는 너 보는 거 보다,
차라리 내가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더 낫기는 무슨...? 이 모습은 지영언니한테만 보여주는 거라고...."
"무튼 이거 냉장고에 넣어, 나 갈게."
내 책상에 검은 비닐봉지 두 개를 올려둔 후,
김태형은 내 방 문을 열었다.
"오빠!"
"왜."
"어디가?"
"집에 가지."
"오늘 일 끝났어?"
"끝이 어딨냐."
"아니.. 오늘 꼭 해야하는 일..."
"없어."
"그럼 가지마... 나 심심해 놀아줘..."
"나랑 놀고 싶어? 너 내가 와서 안반가워했잖아."
"아냐.. 내가 언제 그랬어.. 오빠 화났어..?"
"아니. 그럴 이유 없는 데 너한테."
"그럼 조금만 기다려 나 이거 넣어두구 올게..!"
나는 오빠를 소파에 앉혀둔 후 금방 부엌으로 뛰어갔다.
"아 오빠 밥먹을래? 이거 줄까?"
"아까 지민이랑 먹었어."
"배 안고파?"
"응."
"어... 그럼 오빠 아이스크림 줄까? 이거 먹을래?"
"아니."
"..웅.."
그 뒤로 내가 정리를 할 때까지 정적이 흘렀다.
나는 정리를 다 마친 후 오빠 옆에 와서 앉았고 오빠는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날 잠시 쳐다본 후 다시 폰을 봤다.
"오빠..."
"왜."
난 폰을 보고 있는 오빠를 불렀고,
오빠는 날 쳐다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오빠 진짜 나한테 화 안 난거 맞아?"
"맞는데 왜."
"근데 왜 아무 말을 안해.. 나 무섭당.."
"무서운 척 하지말고 가서 옷이나 입어. 나 눈 어디다 둬야 해."
"아, 헐~!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럼 나 잠깐..."
난 진짜 깜짝 놀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잠시 생각을 한 후 다시 그대로 오빠 옆에 좀 더 밀착 해 앉았다.
"뭐야, 왜 가다 말아."
"어? 아 하하 생각해보니 좀 귀찮네."
나는 오빠한테 꼬리치는 여우였다.
"뭐?"
"아니 뭐.. 갈아입는다고 해두 다를 게 있나, 어차피 집에서 입는 옷들인데.."
"그럼 외출복을 입어."
"에이~ 집에 있는데 왠 외출복을 입어."

"..."
"오빠, 안 더워? 이거 벗어. 난 좀 덥네.."
난 오빠가 입고 있는 맨투맨 위의 남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도 안더워, 이제 겨울이야."
"아 오빠 너무 갔다~ 아직 11월도 안됐는데..."
내가 오빠 쪽으로 좀 더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뭐 해 너."
"뭐가~?"

"...너 키스 하고 싶어?"
... 근데 좀 티가 나는 어설픈 여우였다..

ㄴ ...지민이가 19살 미자로 나온 거 극상으로 이해해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