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25화
오빠랑 키스를 하다가 마주친 전정국의 눈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마주쳐버린 전정국에 화들짝 놀란 나였지만, 그렇다고 김태형을 밀쳐낼 순 없었다.
원래 이 오빠가 밀어내기 힘든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 그것보단
아무 사이도 아닌 전정국 때문에 그를 밀쳐내는 것이
더 웃긴 상황이었다.
뭐 물론 나한테 아무 감정 없는 전정국은 김태형과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봐도 그냥 길거리에서 개념없는 남녀가 애정행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건가 전정국은 이내 자리를 피했고,
나와 김태형의 거리도 멀어졌다.
"하.. 너 나랑 키스하려고 여기 왔어?"
내가 괜히 짜증스럽게 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너 보러 왔다고."
"나 보러 왔으면 보고 가기만 하지, 뭐하는거야?"
"너 보니까 하고싶은 걸 어떡해."
"... 그래서 좋냐?"
"어. 존나 좋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뭐?"
"내 마음대로 병신 짓 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나랑 키스한 게 병신 짓이야?"
"어. 나 병신이잖아."
".. 너 나 좋다고 하지 않았어? 억지로 하는 거 아니라고.."
"억지로 하는 거 아닌 데, 너 내 맘대로 하라는데 나야 좋지."
"너 마음대로 하라 한 적 없어, 그리고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
"뭐가."
".. 하.. 전정국이 우리 봤어."
"뭐?"
"우리 키스하는 거 봤다고 저기서."
나는 턱 끝으로 체육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 너 지금 나 존나 싫겠네."
"어."
"..."
"한 대 때려버리고 싶을 만큼."
"때리지마."
"왜?"
"아파."
"하.."
어이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는 데,
김태형이 들고 있던 휴대폰에서 빛과 함께 진동이 울렸다.
내가 폰을 뺏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아~ 오빠! 왜 이제야 전화를 받.."
"나랑 키스해야 돼서요. 얘 여친있으니까 연락하지마세요."
그 후 수차례 더 오는 전화에도 똑같이 대처하는 날
김태형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쳐다보기만 했다.
눈이 반 쯤 풀린 채 날 보는 김태형을 이대로 두기엔 위험했다.
난 그 틈에 전화번호를 뒤져 석진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태형아."
"오빠 난데, 얘 좀 데려가 겁나 취했어."
이제 김태형을 폰을 뺏으려 했다.
난 그 손을 피해 계속 전화하며 말했다.
"여주야 태형이 취했다고? 어딘데?"
"학교."
"니네 학교? 둘이 같이 마셨어?"
"아니, 술 취해서 이쪽으로 혼자 걸어왔다더라."
"어디야? 몇 분 걸려."
"니네 집이야. 10분 정두 걸려~"
"응. 빨리 와."
내가 전화를 끊고 오빠가 폰을 뺏었다.
"아 뭐하는거야?"
오빠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석진오빠 오면 같이 가."
"형은 왜 부르는데."
"너 취했잖아, 혼자 어딜 가려구."
"취했어도 집은 혼자 갈 수 있어."
"됐어, 혼자 몸도 못 가누면서 말만 잘하네."
"그럼 니가 데려다주면 되지. 왜 형을 불러?"
"나 갈 데 있어."
"어디."
"무용과 뒷풀이."
"거길 니가 왜 가."
"정국이 보러."
"..."
오빠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고개를 들었다.
뒷풀이에 가고싶다 보다는 전정국을 보고만 가야 할 것 같았다.
"알았어. 갈게."
오빠가 몸을 돌려 걸어갔다.
난 그 뒤를 따랐다.
"왜 와. 너 갈 데 가."
"석진오빠 올 때까지만."
"아.. 내가 애야? 가라고.."
"너 이대로 길거리 행보하면 또 누구한테 잡힐 걸?
그러고 싶어?"
"..."
오빠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걸었다.
그러기는 싫나보네...
"누구랑 마셨어? 석진오빠 우리 집에 있었다던데.
오빠랑 마신 건 아닐테구."
"몰라."
"왜 몰라.. 누구랑 마셨는데, 설마 혼자 마셨어?"
"아니."
"아 그럼 누구!"
"나 좋다는 애랑."
"아, 걔랑 둘이?"
"어."
"걔도 이렇게 취했어? 자기 몸 못 가눌 정도로?"
"아니."
"그럼 오빠만 이래?"
"어."
"걔 어쩌구 여길 왔어?"
"몰라."
"아 뭘 자꾸 몰라!"
"몰라.."
"에휴.. 김태형아.. 자기 혼자 취해서 여자에 대려다 주지도 않고 참 잘 하는 짓이다.."
"참견하지 마."
"뭐..?"
"아.. 몰라. 너 가."
"알았어. 이제 정문이니까 갈게. 기다렸다가 오빠 오면 같이 가,
석진오빠 바람맞히지 말구."
"싫어."
"아 뭐 그럼 오빠 올 때 까지 있어야겠네."
"아.. 너 가.."
"오빠 오면 같이 가? 혼자 가지 말구?"
"애 대하듯 하지 마. 기분 나빠."
"애가 아니라 애기같네.. 아무튼 나 간다?"
날 째려보는 오빠를 피해 난 다시 학교로 들어왔다.
사실 다시 주점 쪽으로 오긴 했는데 전정국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자기 여자친구랑 사랑을 나누고 왔다고 너넨 시도 때도 없이 왜 난리냐고 뭐라 했던 내가 남자친구도 아닌 김태형이랑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걸 봤는데.. 아 진짜 쪽팔려.
거의 도착은 했지만 망연자실 식으로 고개를 떨구고 주점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땅을 보고 그냥 집에 갈까.. 생각하고 있던 그 때.
"아~!"
누군가 내 팔을 확 잡아 당겼다. 땅을 보고 있던 시선을 앞 쪽으로 옮기니 내 팔을 굳게 잡아 당겨 걸어가는 전정국의
뒷모습이 보였다. 전정국은 날 끝까지 끌어서 결국 체육관 옆 쪽에 가장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왔다.
"전정국..."
"야, 너 뭐냐."
"..."

"아까 나한테는 시도 때도 없다고 뭐라 하더니."
"..."
"그 형이야? 김태형이? 너 그 형이랑 무슨 사인데?"
"무슨 사이라기 보단.."
"사귀는 사이?"
"그렇다기 보다는..."
"그럼?"
날 자신의 앞에 세워놓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물어가며
따지는 전정국이었다.
아.. 나 아직 할 말 정리가 안됐는데...
니가 갑자기 막 이래버리면...
"썸타는 사이?"
"어... 어? 어..!"
그 흔한 핑계거리가 왜 난 안 떠올랐을까..
"와 이여주 나한텐 말도 안하고~!"
"말을 안한 게 아니라.."
"그럼 곧 사귀겠네?"
"그런.. 것두 아니고..."
"뭔데.. 말 또 진짜 이상하게 하네 니.
난 아직도 닐 이해를 못 하겠다."
"어..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
전정국이 날 좀 이상하게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뒷풀이 잘 하고 왔어..? 니 여친은?"
"뒷풀이 아직 안끝났다, 희주는 공연만 보고 자기 주점 서빙하러 감."
"아.. 글쿠나.."
"이여주 내 공연도 안보고 진짜 너무한다 니.."
"야! 나두 보고싶었거든..."
이게 다 김태형때문이지..
"그 형은? 갔어?"
"어.. 다른 오빠 불러서 보냈어."
"근데 왜 그 형만 갔어?"
"너 좀 보고 갈려구.."

"진짜? 그럼 가자, 애들이 니 안 데려왔다고 난리다."
_
"야 태형아 왜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냐?"
"몰라. 마실만 했어."
"누구랑 마셨어?"
"권다영."
"헐? 너 걔가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고 있었잖아."
"어, 술마시고 싶은데 마시자길래 나갔어."
"그래서 걔가 너 좋대? 사귀자던?"
"몰라. 술만 퍼먹어서 기억 안나."
"하핳~ 뭐야 그게! 그나저나 너 왜 여주한테 가 있어?"

"형, 나 이여주가 좋은데 어떡하지."
".. 뭐?"
"아 브레이크 밟어~!"
"어어.. 뭐? 언제부터?"
"몰라.. 좀 오래."
"근데 말 끝은 왜 그래? 어쩌긴 뭘 어ㅉ.. 아 걔 전정국 좋아하지..?"
"어. 나 어떡하냐 형."
"... 그럼 여주는 몰라? 니가 이런 마음인거?"
"어.. 티내지 마."
"그럼 너 걘 어쩌구? 권다영?"
"몰라."
"걔도 알아? 니가 여주 좋아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얘기는 했어."
"그랬더니 뭐래."
"기다린대."
"하~ 야, 차라리 널 좋아하는 걜 좋아하는 게.."
"형이나 걔 좋아해."
"뭐라는 거야, 그럴까 그럼?"
_
결국 전정국 손에 이끌려 무용과 뒷풀이에 와 있다.
도착하자마자 주위를 둘러본 결과 연준이, 범규등 저번에
봤었던 얼굴들 10명 정도가 테이블 세 개를 이어놓은 자리에
가득 앉아있었다.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후라서 그런가,
모두가 떠들썩하고 즐거워보였다.

"어~!! 여주 누나다! 누나 왜 이제 오세요~!!"
범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오는 날 맞이했다.
"늦게 온 여주누나를 위해 제가 한 잔 말아보겠습니다~!"
연준이가 맥주 병과 소주 병을 양 손에 들더니 종이컵에
소맥을 열심히 말았다.
근데... 연준아... 그 비율이 반대로 된 것 같은데...
먹고 나 죽으라는거야...?
그리구 너넨 왜 아무도 지적을 안하는건데..?
"와아~! 화끈하다 메이컵 누나~!!"
나 아직 잔을 받지도 않았는데 절대 거절 할 수 없게 만들어
얘네들...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어서 목구멍을 열어 꿀떡꿀떡 마셨다.
아 개맛없어 ㄹㅇ...

"이여주 괜찮아?"
어디갔었던건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나만 혼자 두고 나갔다온 전정국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하며
안부를 물었다.
"나 니네 과 애들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이거 취했네."
"몰라... 나 집에 가야겠어..."
지들끼리 놀고 먹고 마시고 파티가 되어버린 그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무용과... 니들 저주할거야....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 바람에 내가 앉아있던
플라스틱 의자가 뒤로 넘어가서 놀란 나는 그 의자를 잡으려다가 마치 땅이 날 잡아당기는 것만 같이 넘어지려고 했다.
"야~! 왜 이렇게 취했어."
전정국이 내 팔을 잡아서 땅에 닿기 일보직전인 내 몸을
확 당겨 일으켜 세웠다.
그걸 나한테 묻니... 니네 과 악마들한테 물어...
"으아.. 넘어질뻔했다... 땡큐 정정궁.."

"형. 누나 집 어디에요? 누나, 좀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옆자리에서 날 주시해 보고있던 연준이가 물었다.
아니... 너는 이러지말고 아까 술이나 제대로 말지 그랬어...
"음.."
전정국이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야~ 너는 니가 델따조야지 그걸 고민하고 서 있노ㅑ?"
내가 전정국을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며 말하다가
또 중심을 못 잡아서 전정국이 날 일으켜 잡았다.
"형은 희주 누나가 기다려서 가야 된대요 누나~"
연준이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기분이 팍 상하는게 술이 확 깰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한쪽 팔뚝을 잡고 있는 전정국의 손을 확 뿌리쳤다.
"됐어됐어, 나 혼자 갈 수 있거든?"
내가 나가려고 하는 데 전정국이 다시 내 팔을 잡아 당겨
의자에 앉혔다.
"여기 있어 봐. 잠깐 갔다올게."
"야 됐다구... 나 혼자 가면 되는.."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전정국은 다시 날 눌러서
앉혀버렸다.
조금만 덜 취했어도 이렇게 앉혀질 내가 아닌데...
최연준... 씨....
"연준아 얘 못가게 잡고 있어봐."
"옙~!"
전정국이 서둘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연주나 쟤 어디 가..?"
"그러게요.. 아마 희주 누나한테 가는 거 아닐까요?"
"나 진짜 괜찮은데..."
"누나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거든요..?"
"무어..? 이게 다 니가 자초한 일이라구."
"앟ㅎ, 미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누나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그냥 제가 데려다 줄까요?"
"아니야 나 진짜 괜찮은데... 근데.. 연준아.."
"네?"
"나 화장실... 가구싶어..."
"..아, 화장실.. 데려다줄까요?"
"아니. 화장실 갈거니까 안 따라와도 된다구."
"음.."
"안 따라올거지? 나 지금 진짜 급해."
"아.. 네 그럼 빨리 다녀오세요 누나~!"
연준이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난 문을 열고 나갔다.
내가 다시 돌아올 것 같아? 순진한 최연준녀석.
전정국이 여친을 만나기로 했는데 취소하고 어쩔 수 없이 취한 날 데려다준다는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내가 더 비참하고 쓰레기같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기분도 더럽고 좋지도 고맙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전정국 대신 연준이가 날 데려다주는 것 또한 내가 짐짝인 것 처럼 느껴지게 할 뿐만 아니라 미안하기도 하고.. 무튼
그랬다.
나 혼자서도 잘 갈 수 있고 그만큼 취한 사람도 아니고 알아서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웃겨 진짜...

ㄴ 여러분 저 음성판정 나와써열ㄹ~!!

ㄴ 전 2주 격리 안해도 된다는데 가족 중 밀접접촉자인
할아버지는 격리하셔야한다고 해서 방금 물품들이 도착했거든요??

ㄴ 대박이죠... 보이는 것들 밑에 카레, 햇반 한 박스, 물 2리터 두 병. 이렇게나 많이 왔어요...
살기 좋은 우리나라.... 검사도 공짜로 했는데😭
이렇게 일찍 올리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그쵸 ㅎㅎ
사실 저번 화도 그렇게 지금 쓴 이 글도 그렇고 그닥 재미가
없었어서.. 실망하실까봐 한 화 더 들고오긴 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봐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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