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suis chez Jeon Jungkook.

Saison 2 Épisode 6

[6]

 

지민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보며 첫눈에 반하는 연기를 했다. 내가 지민에게 스킨쉽을 하는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국이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부리부리한 눈으로 지민을 노려보고 있다.

"아. 정국이때문에 반할 수가 없어."

내가 너한테 반하면 정국이한테 한 대 맞을 것 같아요. 덕분에 지민은 여러 차례나 NG를 냈다.

"반하지 마. 반하지 말라고."

정국이는 촬영이고 뭐고 지민이 나에게 진짜로 반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불안한 모양이었다.

"정국아. 내가 그렇게 팜므파탈은 아니야. 정국이 취향이 특이한 거라고."

"그럼 윤기형도 특이한 거냐."

"그건."

"그럼 나도 특이한 거네? 나도 햄이 좋은데."

태형이의 장난스러운 말에 정국이는 또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정국이는 태형이의 손 위에서 완벽하게 놀아나고 있었다.

"정국이는 놀리기 좋다니까."

태형이는 실실 웃으며 은근슬쩍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정국이를 약 올리기에 바빴다.

다행스럽게도 지민은 정국이의 따가운 눈총을 이기고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대망의 정국이와의 촬영만이 남았다. 감독님께 설명을 들으니 내가 정국이를 유혹해서 정국이가 나에게 끌림을 느끼는 장면이라고 한다. 원래 내 포지션이라면 정국이가 나를 홀려서 내가 정국이한테 끌려 다니는 건데 말이다.

"내가 어떻게 정국이를 유혹하지?"

촬영 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나의 한숨소리를 듣고 있던 지민이 나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정국이는 프로인데. 정국이 처럼 치명적인 남자가 나한테 홀릴 리 없잖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정국이 네 남자친구야."

"그건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좋아했는걸."

"너도 참 둔하네. 정국이는 누나가 무표정하게 있어도 누나만 보고 있어. 살짝 웃기만 해도 너한테 빠지고 말거야."

방금처럼 덥석 안아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지민이는 천사구나. 천사 같은 얼굴로 천사 같은 말만 골라서 하니까 내가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그럼 촬영 들어갈게요. 정국씨, 햄씨 준비해주세요."

"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끼를 부려야한다는 건데. 촬영에 앞서서 멘붕상태에 빠져 버린 나에게로 태형이가 달려왔다.

"하기 힘들면 내가 좀 알려줄까?"

"뭘?"

"정국이를 유혹하는 표정이랄까?"

태형이의 입 꼬리가 의미심장하게 곡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윤기는 세트장을 벗어나 있다. 지금쯤이면 정국과 햄이가 한창 촬영 중일 것이다.

"정말 꼴사납네. 민윤기."

햄이와 정국이의 관계가 전과 달라졌다는 건 햄이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정국이의 얼굴 또한 윤기에게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윤기가 햄이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줬을 것이다. 그저 그칠 마음이라면 분명 응원해줬을 텐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구나. 이런 게."

그냥 보내준다는 노랫말은 정말 노래에 불과한 거였어. 윤기는 가사에 좋아해서 보내준다는 말, 사랑해서 마음을 접는다는 말은 절대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윤기가 스스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기형이 사랑에 빠지다니 진짜 상상도 못한 일인데."

지민은 심란해보이는 윤기의 곁에 다가와 섰다. 항상 팀을 위해서라면 냉정해지던 윤기가 사랑에 흔들리는 모습은 지민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햄이. 많이 좋아해?"

"..."

"상대가 정국이인데도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윤기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지민은 윤기에게도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일지도 몰라."

"..."

"내가 안 된다는 거 나는 이미 알고 있거든. 그냥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뭐라도 해보는 거야. 나중에 아무 것도 못 했다고 후회하지 않게."

지민은 윤기는 역시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윤기는 멋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이 후회하지 않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지민은 묵묵히 윤기의 옆을 지켜주기로 한다.

 

정국이와의 촬영이 시작됐다. 정국이를 유혹하는 눈길은 태형이가 알려준 표정을 참고하기로 했다. 태형이가 알려준 표정에는 사실상 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렇게 눈을 내리 깔았다가 전보다 강렬하게 정국이를 바라보는 거야.'

'정말 그거면 돼?'

'응. 누나는 다른 사람보다 표정이 많은 것 같거든. 미세한 차이도 크게 다가와. 그게 누나의 장점이야.'

정작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을 태형이가 장점이라고 말해줘서 자신감이 붙었다. 정국이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건 항상 내가 바라는 일이었으니까. 정국이를 유혹하는 역할이라면 몰입하기 쉬울 것 같았다. 정국이가 나에게 눈을 맞추는 순간부터 나는 연기를 하기시작했다. 정국이의 눈길이 벌써부터 너무 다정해서 연기라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가 정국이를 올려다봤다. 강렬한 눈길이란 게 먹혔던 걸까 정국이는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정국이의 눈동자가 유달리 반짝였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감독님 측에서 컷을 외쳤다.

"장면은 좋게 나왔는데. 정국씨 너무 몰입해서 진짜 햄이씨 한테 관심 있는 줄 알겠어."

정국이는 감독님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묘한 기류를 느끼고 있던 스태프들은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기 바빴다.

"정국이, 나쁜 손!"

"햄이 허리를 확 감싸고 막 그래."

태형이와 지민도 정국이를 놀리기에 바빴다.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괜히 민망해진 나는 화장실을 간다는 명목으로 자리를 떴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서 윤기와 마주쳤다. 윤기도 나를 발견한 건지 걸음을 멈췄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촬영은 끝난 거야?"

"응. 일단 내 부분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부터 많은 눈이 너를 따라다닐 거야. 어디서든 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는 걸 잊지마. 항상 조심해야 상처받지 않아."

확실히 윤기는 어른스럽구나. 망각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응. 고마워. 윤기아."

"어쨌든 넌 내가 프로듀싱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윤기는 별 다른 말없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윤기의 마지막 말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마주봤다. 거울 속의 나는 홈마 때의 나와는 많이 다르다. 연예인 물이라는 게 이런 건가. 평소와 달리 화려해진 내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짧은 순간 정국이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지만 아직도 그 감촉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끊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정국이 한테 매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신 차리자. 햄아. 윤기 말 들었잖아."

이제는 자유의 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하나도 신경써야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소한 행동이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을 빠져나오자 화장실 근처의 벽에 기대어 서있는 정국이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아!"

"햄아."

"왜 나와 있어?"

정국이는 물음에 대한 답 대신 나를 가만히 내려다 봤다. 정국이의 눈길은 촬영을 할 때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국이가 내 손을 잡아끌어 나를 자신의 두 팔 사이에 가뒀다. 정국이와 나의 거리가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참아야하는 거 아는데."

"..."

"참을 수가 없어."

정국이의 말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방금 전만 해도 나는 정국이에게 수십 번이고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국이도 별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국이는 몸을 아래로 낮추며 내 눈높이를 맞췄다.

"눈앞에 두고 바라보기만 하는 거 너무 괴롭잖아."

햄이는 이미 내 사람인데. 정국이가 너무 예뻐 보였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정국이에게 입을 맞췄다. 정국이는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입술을 뗐을 때 정국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햄아."

"..."

"나 도발하는 거야?"

그럼 당연히 예상한 거지? 내가 널 덮칠 거라는 거. 정국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국이의 입술이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내가 정국이에게 닿았던 건 어린아이의 장난에 불과했던 것처럼 강렬하게 나를 파고들었다.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며 입술이 떨어졌을 때 정국이는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어떡해."

"..."

"햄아. 나."

햄이가 너무 좋아. 나도 정국이가 너무 좋아. 모든 걸 망각하고 싶을 만큼 전정국이 좋아져 버렸다. 팬이 아닌, 한 여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