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ut-être un rêve
partie 7 C'était une coïncidence

柳
2021.05.01Vues 34
나는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꿈에서 애들이 죽는 것을 볼 수 없었으니까.
"좀 잤냐."
걱정스레 묻는 민윤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약간. 좀 졸았어."
"도데체 무슨 꿈을 꾸길래 이래."
"...너가 죽는 꿈."
".........!"
"이라고 하면 믿겠어?"
"..믿어야지. 보낸 시간이 있는데."
"...그래 고마워. 너 학교는?"
"가야지."
"오, 오늘은 가네"
"변덕이 심해서 내가."
오늘은 날이 흐렸다.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다.
창고같은 그 교실에 가면 늘 애들이 있었다. '호석이 화분'이라 적혀진 조그만 화분도 덤으로.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창고 가운데에 놓인 피아노를 열고서는 의자에 앉았다. 먼지가 일었다.
페달을 밝고 건반을 하나 눌렀다. 도.
낮게 울리는 피아노 건반소리에 난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전부 올려 건반을 하나 둘씩 눌러나갔다. 오랜만의 연주였다.
내가 죽고나서 처음으로 치는 야상곡夜想曲
내가 가장 좋아한 곡이 하나 있었다. 드뷔시의 달빛.
밤을, 그리고 새벽을, 달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 같았기에.
삐걱대며 조율도 잘 맞지 않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치기어렸던 날들이 떠올랐다.
'호연아, 넌 피아노를 쳐야만 해. 알지?'
순간 귓속에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피아노를 멈췄다. 제길 하필이면 이 기억이.
"잘 치네."
그 한마디는 머릿속에서 들리던 기분 나쁜 목소리를 사라지게 했다. 민윤기였다.
"왔네. 언제왔어 눈치도 못채고 있었네"
"하나도, 토씨도 안틀리고 곡을 쳤어. 기계냐."
칭찬이랍시고 말한 그 목소리. 난 피식 웃었다.
"내가 기계처럼 보이냐"
피식거리면서 장난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밖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지?"
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보았으나 빈 복도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왜, 뭐 있어?"
"아니, 잘못봤나봐."
이때 난 알았어야 했다. 이게 내 잘못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민윤기는 창고 교실에 볼 일이 있다면서 먼저 가라했다. 나는 대충 수긍하고 집에 가려 했는데 지나가던 선생님이 날 붙잡더니 심부름을 시키지 뭔가. 귀찮게시리.
가는 길에 교장실에 들려 파일을 건네달라고 말이다. 난 파일을 받아들고 교장실로 향했다.
우리 교장, 썩 좋은 사람은 아니던 것 같던데라고 생각하며 교장실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이 더늘었다면서"
교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아. 석진 선배였다. 둘의 스산한 분위기에 난 잠시 교장실 밖 벽에 기대어 두 사람의 말을 엿들었다.
"잘 감시해. 내년부터 외국에 나간다고 들었는데 너네 아버님 길 막지 말고."
"..걱정마시죠. 그건 제가 더 잘 압니다."
"그래서 뭐 최근에 일 있었나."
"뭐 별 거 없습니다. 태형이가 그래비티를 그리고, 민윤기가 싸웠다.... 그정도 있겠네요."
"민윤기는 곧 퇴학당할거니 걱정 말고...."
...허?
퇴학? 딱 그 두 글자가 귓가를 맴돌았다. 일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걔가 잘못한게 뭔데'였다.
일단 석진선배가 말한 것 중에 대부분은 교외에서 싸운 것이었다. 그것도 애들을 지키기 위해.
민윤기가 싸우는 유일한 이유였다.
적어도, 학교에 피해를 끼칠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뭐라고는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속에서 치밀었다. 나는 교장실 문을 열어 들어가려다 한 사람에게 제지당했다.
남준이었다.
"호연 선배. 잠시만요.."
퍽 진지한 표정으로 날 잡아 이끌어 교장실을 벗어났다. 나는 남준이를 따라 그 창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창고 교실에 들어서기 전 그 휑한 복도에서 물었다.
"넌, 알아?"
복도에 내 목소리가 울렸다.
"..........."
남준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웃을 때 떠오르는 그 보조개가, 그 웃음이. 슬펐다.
"석진 형도 이유가 있을거에요.."
고개를 푹 숙이며 얘기하는 그 모습에 난 갑자기 화가 났다.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데도 그걸 이해한다고? 그걸 저 교장에게 모두 말하는데도 이유가 있는거라고?
"너, 이런 일에는 이유를 붙이는게 아니야. 저거 때문에 너랑 다른 애들이 얼마나 피해를 볼지는 생각 안해?"
내가 냉랭하게 묻자 남준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비밀로 해 주세요."
남준이가 씩 웃어보였다.
"우린 서로 믿어야만 하거든요. 우린 서로의 닻이니까."
그 말에 난 생각했다.
서로를 믿는구나. 그래, 그게 좋은거지.
"그럼 넌 날 믿어?"
원래 이 질문을 하려던게 아니었다. 석진 선배를 그렇게 믿지 말라는 말을 하려 했으나 그 얼굴을 보고 누가 함부로 그렇게 말하겠는가.
"믿어요."
확신에 찬 목소리에 난 살짝 내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머쓱하게 난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고맙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창고 교실의 문을 열었다.
윤기와 호석이, 지민이와 정국이까지 다 모여 있었다.
"어? 먼저 가라니까"
왜 아직 안갔냐는 듯이 민윤기가 물었다
"나도 일이 있어서 아직 안갔었어"
"오 누나!"
뽈뽈뽈 오는 모양새가 퍽이나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풉ㅋㅋ"
"아 왜웃어여"
"아니아니, 귀여워서"
웃다가 눈물이 나와 눈물을 쓱 훔치고는 정국이의 머리를 토닥였다. 자신이 애기취급을 받는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툴툴댔지만 사탕을 입에 하나 넣어주니 그걸로 만족이라며 막대사탕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근데 태형이는?"
"급한 일 있다고 먼저 갔어."
"많이 급해보이던데"
호석이가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다들 나에게 가족사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았다. 굳이 알고싶지도 않았다. 이들이 언젠가 얘기해주면 들을 참이고. 나는 내 모든 행동이 이들에게 위선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게 이들에 대한 예의이고 우리의 행복을 유지시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하되, 그 이상의 선은 넘지 않는 것.
뭐,대충은 지레짐작으로 알고 있었긴 했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모순처럼 태형이 걱정되었다. 선 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태형의 몸에 남아있는 멍자국이 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기억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본 태형의 모습을 토대로 이것저것 추측해보니 최악의 케이스가 하나 떠올랐다.
"....제기랄."
설마 가정폭력이냐고. 난 절대 이것만큼은 아니길 기도했다.
혼자 중얼대는 내 모습에 민윤기가 물었다.
"어디 아프냐"
"아, 아니 괜찮아"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잡생각을 내던지고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번주 주말에 뭘 한다는 얘기였다.
"주말에 뭐 하는거 있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안해요!"
약간 당황하듯 말을 빼는 것이....어째 뭘 숨기는 것 같은데.. 의심의 눈초리로 지민이를 쳐다보니 진짜 아무것도 안한다고 얘기했다. 당황한 투였긴 했지만 말이다. 뭐 자기들 알아서 하겠지란 생각으로 난 멍때리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야 민윤기"
"어?"
"슬 가자."
"아 벌써 시간이.. 그래 슬 가야지."
우리 모두는 짐을 챙기고서는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 맞다 파일..
중간 나가는 길에 교장실에 들렸다. 아무도 없길래 교장실 책상 위에 파일을 올려놓고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너 좋아하는거 있어?"
"..? 아니"
"음....."
뭐지? 나는 순간 뭔가 싶어 민윤기를 쳐다보다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았다.
오늘 꽤나 많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일어난 일들을 다 우연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우연이 아니라기에는 내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터덜터덜 걸어가 집 앞에 다 왔을때쯤 난 민윤기에게 물었다.
남의 가정사에 간섭하지 말자는 내 확고한 의지에 반하는 말이었다.
"너, 다른애들 이야기좀 해줄 수 있어?"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 너도 알아야하긴 하겠네."
민윤기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알려주겠다고.
그래도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애들을 대하는 반응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위선도 연민도 존재하지 않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애들을 대하기엔 행복으로 충분했다.
애들의 이야기는.
슬펐다. 그리고 짐작대로였다. 짐작하지 못했던 내용도 있었지만 말이다.
가히 내가 이들의 옆에 있어도 될까. 순간 그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나와 민윤기는 알고 있었다. 이게 모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었다는 것을.
민윤기는 말을 썩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들어주었기에 남들보다 더 이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책임지지 못하는 어른들이 이들을 버린 것이다. 이들의 삶을, 행복을 버린 것이었다.
"무슨 자격으로.."
민윤기는 말끝을 흐리는 내 말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넌 지지 마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자격이 있는걸까.
아니, 이들의 웃음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날은 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들의 행복을 빌어야겠다.
내가 살아있는 의미를 하나 찾았다.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생겼다.
내가 치는 음악도. 민윤기가 그려나가는 악보도 그 의미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 길이 맞는지
너무 혼란스러워
ps. 7화가 끝났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야기의 끝을 길게 잡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천천히 흘러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거라 생각되는데요. 그래도 편안히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