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éronambu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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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삠도령













그 날은 9시가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가쁜 숨을 내쉬며 치마를 입은 것도 무시한 채로 학교를 향해 달렸다. 여주는 집에서 학교까지 2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뛴다면 그에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도착했던건 정확히 종이 치기까지 1분 전이었고, 여주는 선생님께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웬만한 학생들의 얼굴정도는 다 알고 있었던 여주지만 처음 보는 남자애 한 명이 창가쪽에 앉아 엎드려있었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선생님은 그가 전학생이라고 소개를 했고 이름은 민윤기라고 한다. 민윤기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민윤기가 벌떡 잠에서 일어났다. 그 둘은 자칫하면 서로의 얼굴이 마주닿을 만큼에 거리였고 지금 막 자고 일어난 민윤기는 살짝 풀린 눈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여주는 자신의 심박수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 즈음은 알고 있었지만 결코 윤기에게 설렌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윤기 또한 느꼈다. 

어리고 미숙하기만 한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부정이 연속된 결과는 결국 좋지 못하게 남았다. 

여주와 윤기는 그 일이 일어난 시점부터 마주치면 서로를 피했다. 서로 눈이라도 마주친다 하면 둘 다 볼이 붉게 변하며 애매한 시선처리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한 학교, 같은 반에서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당연히 피하지 못했다.


“국어 조별과제가 있다. 조별과제는 다음 주까지 내면 되고, 조는 지금 발표하겠다.”

귀찮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던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고 남은건 여주와 윤기, 그리고 여주와 별로 친하지 않은 두 명의 아이들 뿐. 여주는 남은 사람들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윤기는 더더욱. 자신이 그토록 피하길 원했던 사람과 일주일 내내 마주앉아 이야기 하기는 싫었다. 설마 자신이 민윤기와 조가 될 수가 있나라는 확률의 수를 따져보는 도중 다시 들리는 두 명의 이름소리. 


“공여주, 민윤기.”


아, 역시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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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어 안녕.”


윤기와 여주의 대화는 무척이나 어색해보였다. 그 둘은 주말에 집 앞 카페에서 만났다. 알고봤더니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사실 윤기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여주에게 자신의 집에서 할거냐 물었지만 여주는 기겁을 하며 거절했다. 여주는 못 봤겠지만 윤기의 얼굴 또한 빨게졌었다.

하여튼, 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차 기억 못할 정도로 어색했었고 불편했던 조별과제 토의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밝은 소리가 이토록 반가웠었는지 몰랐다.


“어...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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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여주는 그제서야 갑자기 자신의 감정이 뭔지 알게됐고, 
민윤기의 감정을 알기위해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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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윤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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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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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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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ㄱ...”
“그만 좀 해.”
“... 민윤기 벌점.”
“선생님...?”

여주는 매일같이 윤기에게 달라붙었고, 
윤기와 항상 급식을 같이 먹었다. 아이들 사이에선 둘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사이가 아니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로인해 윤기는 싫지는 않은 감정을 느꼈다.

선생님께 한참을 혼나고 난 뒤, 옆쪽을 바라보자 여주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끅끅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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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윤기의 감정을 알고싶다지만 볼은 발그레 해져놓고선 자신에게 철벽을 치던 민윤기가 괘씸해 윤기를 불러 여주는 이렇게 말했다.


“민윤기, 너 나 싫어? 그래서 그 소문도 싫고?”
“...”

민윤기는 웬일로 아무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고 여주는 확실히 밀어붙이자는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난 너랑 그런 사이라는 말 좋던데.”
“...해.”
“응?”
“...아한다고.”
“잘 안들려 윤기야.”
“나도 너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이런 반응을 예상했지만 막상 다가오는 상황에 여주는 당황했다.


“...그래. 사귀자.”


그렇게 우리는 동행자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정말 진심을 잘 알았다고 생각했고 12월에 만나 성인이 된 1월, 윤기는 여주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섣불렀고, 미숙했지만 여주는 그대로 승낙해 1개월 채 안됐지만 결혼을 약속했다. 먼저 혼인신고를 했다. 비록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혼인신고를 하고 난 뒤, 집에서 둘은 사고를 쳤다.

뭐, 법적 부부사이라 사고까진 아니지만.

-

여주는 계속되는 임신과 유사한 증상이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자신의 남편의 아이라고는 하지만 20살이 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나를 책임지기도 버거운데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아보자 임신 3주차라고 한다. 기쁨과 절망스러움은 애매하게 섞여 여주를 더 찝찝하게 했다. 여주는 곧바로 자신의 핸드폰을 켜 윤기에게 임신사실을 알렸다. 윤기는 당황한 듯 했지만 금세 밝은 목소리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곧장 집으로 달려가자 윤기는 자신을 맞이했고 여주의 기분은 한결 나아진 듯 했다.

-

10개월간 힘들고도 기대되는 나날들을 보내고, 아이를 출산했다. 
그 아이는 남자아이였고, 그들은 더 없이 행복했다.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었고,

일분일초가 그들에겐 소중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하지. 행복은 영원할 수 없다고.

옛말 중 틀린 말 없다.

그들의 관계는 아이가 5살이 되는 날부터 엉망이 되었다. 
매일같이 새벽에 짙은 향수냄새를 풍기는 채로 들어오는 여주와 
그런 여주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윤기. 
놀아달라고 울어대는 어린 아들 준우.

윤기는 여주가 바람을 피는 걸 절대 모르지 않는다. 
단순히 모르는 척을 할 뿐. 
그깟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들어놓은거다. 
본인도 안다.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다는 것을.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를 결국 망쳐놓은 걸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