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bus] Ah... un petit ㅜㅠ Je t'avais dit de ne pas venir me chercher !

#8-4 Tante(1)

거실에 두 분이 나란히 앉아계셨는데,
그냥 음 거기까지...!

그 이상은 몰라.. 나는 모르는 걸로 할래...
술마셨으니깐.. 취했다니까..?

하지만 나는 이건 분명했다!

아빠의 귀가 빨갛게 되어있고, 
급히 펼쳐든 책은 거꾸로 되어있었다는 거..

내가 아직까지는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그 분은 

별로 당황하지 않은듯 바로 일어나더니 인사하셨는데..

아빠는.. 
얼굴 붉히고 당황했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셔서 

아우... 그땐 내가 뭔가 실수 했구나 했지..  
안좋은 타이밍에 집에 도착한 느낌.  ㅠㅠ



"다녀왔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해요.. 

 오늘 태형이 뒷풀이 같이 끌려가서.. 술 좀 마셨어요.. 
먼저 씻고 잘께요..."



아빠랑 아주머니께 꾸뻑 인사를 하고,
최대한 태연한 척 들어가려고 하는데



"여주야~ 우리 금방 일어날 껀데, 잠깐만 앉았다가~"



아놔...아빠가 붙잡으시더라고..?
지금 몸도 비틀거리는데!ㅜㅜㅜ 아니되겠습니다만...

금방 가신다고 하니까, 잠깐만 맞춰드리자!!



"알았어요~~ㅜㅠ "



아빠 말을 거절하기가 그래서.. 
술 냄새 날까봐, 냉큼 화장실로 가서
얼른 손 닦고 이 닦고 와서 앉았다.ㅜㅠㅠ



"태형이는 녹화 잘 했어..?
 너 근데 기분이 썩 좋아보이질 않네..?"


"그냥 그런게 좀 있어.. ㅜㅠ.. "


"김태형이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그치?? 
 아, 태형이.. 이 녀석 안되겠네~~"



아빠가 또 오버한다..=_=;;; 

요즘따라 태형이에게 엄청 신경쓰시는 듯..??
(아니다... 태형이 신경쓰는 건 
그 옛날, 마중 나오실 때부터 그랬구나..)



"아, 그런 거 아니야.. 내 문제야.. 
 근데 결론이 안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ㅜㅠ "


"태형이 잘못 맞네... 아니면, 뭐가 고민인데...?"




요즘 우리 아빠식 화법이다. 
왠지 내가 말 안하면 태형이 잘못이 될 것 같은... ㅋㅋㅋ 그래서 꼭 대답하게 만드는.. 

아 우리아빠 김석진씨, 이럴 땐 정말 짜증나... 
근데 오늘은 술김에 실수로 짜증을 진짜로 내버렸다..



"김태형 잘못은 아니고.. 내 고민인데, 
 아빠한테 말하긴 싫다고~~!"


"어쭈~ 우리딸, 여주.. 이제 아빠한테 대드냐.. 
 너 많이 컸다 이거지..??"



아빠가 갑자기 말짱히 앉아있던 나한테 딱밤을 먹이셨다... 헐!!!! 아빠... 뭐야! ㅜㅠ



"아야..! 아우 아빠아..!"



아씨.. 나 이제 20대 중반인데..
으헝... ㅜㅠ 갑자기 설움 복받치네.. ㅜㅠ 

내가 뭐 잘못했냐고요...! 

안그래도 집에 오는 내내 왠지 서러워서 
눈물날 것 같았는데... ...ㅠㅠㅠ

그 순간 그만, 아빠한테 신경질을 내버렸다. 



"아니, 석진씨, 다 큰 애에게 왜 이래요~"



위기상황 발생 직전이었던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내 편을 드셨다.. 

와.. 내 편.. 집에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니..

아줌마는 내 옆으로 오시더니 등를 도닥여주셨다. 

방금 폭발할 뻔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차분하게 잔잔해지는 이 느낌은 뭐지..? 

거울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내 귀도 화끈거리는게 
아빠처럼 빨개진 것이 틀림 없다. 

더불어서 술기운도 확 깨는 맑아지는 느낌..

상황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집에 가시려는 듯 일어나 겉옷을 입으셨다. 



"석진씨저 들어갈께요.. 
여주야, 괜찮으면, 우리 같이 잠깐 산책할까..?"



오.. 이대로 아빠랑 둘이 있으면 어색해질 텐데..  

완전..  도망칠 타이밍 굿굿!!
나는 냉큼 같이 가요 하며 따라서 일어섰다. 



"아니, 지수씨, 제가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여주랑  주차장까지만 내려갈께요~~"



아주머니가 먼저 현관문을 나서고, 
나는 나가면서 아빠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눈 한 쪽을 잡아당기고는 메롱을 했다.
ㅋㅋㅋㅋ 


아빠의 당황한 표정 ㅋㅋㅋㅋ

아 겁나 속시원... ㅋㅋㅋㅋ

나도 지원군이 생겼다.. 좋다아~~
크하하하..

울아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건가, 
어쩔티비 저쩔티비 으헤헤헿ㅎㅎ

 
최근에 아주머니가 가끔 집에 놀러오시는데, 

아빠와 둘이 지지고 볶고 싸우던 구조에서
(하지만 패배자는 늘 나였던 불공평한 싸움) 
새로운 세력이 생겨서 뭔가 균형이 맞춰진다고나 할까..?

여튼 요즘 들어 아주머니가 난 점점 좋아진다. 



.   .   .



우리는 1층 공용현관을 나와 
아파트 안에 있는 산책로를 잠시 걸었다.



"아줌마,  저 사실 고민... 있기는 해요..

 아주머니께만 말씀드려도 되요..?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구요..."


"그래~ 그럼 우리 벤치에 앉아서 얘기 나눌까?"



아주머니랑 둘이 텅빈 놀이터 옆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잠시 나는 조용히 앉아있다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말이에요... 
태형이..이렇게 잘나가기 시작하니까 좋긴 한데.. 

태형이가 자꾸 방송에서 
여자친구 있다고 공적을 밝히는 그게,
너무 마음에 쓰여요... 

 요즘 태형이가 유명지니
 살짝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랬구나.. 
 태형이가 여자친구 있다고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어?"


"그냥... 음악하는데 방해가 되진 않을까요...?

이제 막 대중가수 생활 시작인데...
인기도 얻어야하고..."


"너네 그동안 SNS에서도 활동했다며... 
 그땐 어땠는데...?"


"그땐... 잘 지냈죠...

여자친구가 영상 찍고 제작 하는 건
우리 구독자들에겐 다 알리고 편하게 활동했었죠.."


"그래서 그 때 사람들이 알고 나서 반응은 어땠어..?"


"괜찮았어요... 
 오히려 이쁘게 봐주는 것 같았어요.. 

 거기 팬들은 오래되었으니까..
 신뢰가 있다고나 할까..?"



아주머니가 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주셔서,
뭔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곳 팬들이랑 오랫동안 잘 지냈다면, 
 
너도 태형이도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거기서 너네 보던 사람들이 
 결국 계속 태형이 팬덤의 토대가 된 거잖아.

 왠지, 여주가 불안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그냥요.. 

 그 땐 태형이 얼굴도 안 알려졌던 때고.. 
 무명이었으니까... 많이 신경쓰이진 않았어요..
 
금은 티비나 영상에도 컨셉잡고 멋있게 꾸민 모습도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무대에 혹은 방송에 나오는 태형이가 
 너무 좋은데,

 그냥 해맑게 막 좋다가도, 

 내가 태형이가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는데,
 방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도 되고,

 또 어떨땐  내가 아는 태형이랑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도 들어요...

물론 같이 있으면 여전히 너무 좋고 
내가 알던 태형이 그대로이지만...

예전에는 sns 활동하는 것도 도와주고..
제가 태형에게 도움을 많이 준 것 같았는데

제가 태형이에게 계속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흑..."



이야기를 하다가, 깨닭았다.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마음이 밑바닥에 쿵 떨어져서 아파왔다. 



"...그냥 앞으로 태형이에게 내가 어떤 의미로 남겨질지 

자신이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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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 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