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은 평소랑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유난히 늦게 가는 느낌이었다.
시계를 한 번 더 보고,
여주는 명찰을 떼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호텔 문을 나섰다.
밖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정문 앞,
가로등 아래.
연준이 서 있었다.
후드티에 모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는 사람.
여주는 걸음을 멈췄다.
연준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오셨네요.”
“…네.”
짧은 인사.
그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춥죠.”
연준이 말했다.
“…조금요.”
그는 잠깐 주변을 보더니 말했다.
“여기 말고, 좀 걸을래요?”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사람은 많지 않았고,
가게 불빛만 드문드문 켜져 있었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말은 거의 없었다.
근데 그게 불편하지 않았다.
“여기 자주 와요?”
연준이 물었다.
“아니요.
퇴근하면 바로 집 가는 편이라.”
“그럴 것 같았어요.”
“…왜요.”
“그냥.”
연준이 웃었다.
“당신은 그런 타입이니까.”
여주는 반박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골목 끝 작은 카페.
연준이 문을 열었다.
“여기 괜찮아요?”
“…조용하네요.”
“그래서요.”
둘은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간단했다.
아메리카노 두 잔.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둘 다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여주는 창밖을 봤고,
연준은 그런 여주를 봤다.
“왜 그렇게 봐요.”
여주가 먼저 말했다.
“티 났어요?”
“네.”
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확인 중이었어요.”
“뭘요.”
“진짜 나온 건지.”
여주는 잠깐 웃었다.
“저도요.”
“뭐가요."
“이게 진짜인지.”
커피가 나왔다.
잔을 잡는 손이 살짝 스쳤다.
이번엔 둘 다 피하지 않았다.
“호텔이랑 다르죠.”
연준이 말했다.
“…네.”
“여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여주는 주변을 한 번 봤다.
정말 아무도 관심 없었다.
그냥 평범한 손님 둘.
그게 조금 낯설었다.
“편해요?”
연준이 물었다.
여주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왜요.”
“이게 들키면—”
말을 멈췄다.
연준이 이어받았다.
“문제 되죠.”
“…네.”
짧은 정적.
연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도 나오셨네요.”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네.”
“왜요?”
이번엔 바로 대답했다.
“…보고 싶어서요.”
말하고 나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았다.
늦었다.
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주 천천히 웃었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