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son 3_Jang Ma-eum, une orpheline issue d'une famille de 13 enfants

#24_한 때 내가 만들길 바랬던, 지금 내가 만들 수 있는

먼저 자리를 떠도 된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승우도 이곳에 있을 지도 몰랐다.

만나면 자랑해야겠다는 생각에 부풀어올랐다.

아마 승우는 귀찮아하지만 축하는 해줄 것이었다.

(먐, 나 너 안 만날거야. 그냥 너 나 찾고 있을 거 같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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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 도착한 승우로부터의 메시지. 괜히 입을 삐죽였다.

(나, 너랑 열애설 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런 거야.
수능 만점은 기사로 봤어. 축하해, 장마음)

하, 이렇게 깊은 생각이면 뭐라도 못해. 내 연예계 생활을 응원한다는 뜻이자, 열애설 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

오래 본 사이이기에 그의 진심을, 마음을 잘 알아 납득하고 폰 화면을 껐다.

학교 구경은 이미 사전에 허락을 받은 차였다.

어차피 수능도 끝난 시점이라 학교 분위기는 헤이해지다 못해 풀어졌단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에게 제발 학교와서 놀아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4층의 학교를 1층부터 전부 구경하고 다녔다. 정한이 오빠가 사준 신도림고 교복을 입고 메이크업을 전부 지운 뒤 마스크만 쓰고 다녔는데도 학교 학생인 줄 알았는지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평화롭다는 게 이런 말일까.

사실 한 명 쯤은 말을 걸어주는 것도 고맙겠지만, 말을 거는 순간 몇 백 명의 학생들이 달려들 것이라는 걸 알기에 차라리 고요함을 즐기기로 했다. 조용하다면 굳이 시끄러움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고등학생들이라 그런지 이미 발길 닿는 곳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소리가 웅성웅성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만들 수 있기를 무척이나 바랬던 소리들이지.
하지만 이젠 알아. 나는 저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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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나 뿐만 아니라 저들을
눈물 흘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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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학교 구경을 마치고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내가 향하는 곳은 빅히트 사옥이었다.

방금은 그저 학생이었다면 지금은 가수 장마음으로서 일해야할 시간이었기에.

“어… 오랜만에 뵙네요.
매니저 분과 스타일리스트는 금방 구해질 거에요”

소이 님은 내가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변명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거 아니에요. 작곡한 거 같이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아아…”

소이 님이 깨닫자마자 바로 말했다.

“소이 님 저보다 언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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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런데 왜 그러세요?”

“저 빅히트 직원 중에 아는 사람 소이 님밖에 없어요.
저랑 친하게 지내주시면 안 돼요?”

소이 님은 내 말에 그대로 굳고 말았다. 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태도도 설명이 된단 말이지.

우선 빅히트 연예인은 전부 남자고, 심지어 그게 방탄소년단이니, 연예인이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그들도 열애설이 나지 않게 늘 조심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와 같은 여자니까, 그나마 조금 나을텐데.

“친하게 지내는 건, 저야 좋죠…”

“언니 몇 살이에요? 아,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20살이고,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소이 언니는 유달리 경계심이 심했다. 20살이면 아마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 시작한 것 같은데,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

어린 나이에 사회를 겪다보니 억울한 일도 많이 생기고, 상처 받고 치유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야하는 건 예사일이었겠지.

그러니 아예 철벽을 세운 뒤 본인을 지키는 선택이 그녀에게만큼은 옳은 것일지도 몰랐다. 허나 평생 그렇게 살다가는 상처, 썩어문드러져 그 부분을 도려내야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아기처럼, 순수한 아이처럼 소이 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한 방법이었다.

“대학, 다니시나요?”

“연세대 다녀요. 학과는 실음과”

“소이 언니 노래하는구나…”

노래하고 싶어서, 노래를 배우고 싶어서 갔을까. 본인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타자만 두들기는데, 소속 연예인들보면 박탈감 들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엔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 걸까. 

“좋아하는 건 노래, 잘 하는 건 회계라서.”

소이 언니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거 모두 성취한 사람이구나. 박탈감까지는 안 들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다. 박탈감이 드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니까.

“소이 언니, 언니는 내 전번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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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소속 연예인이시니까요”

“언제까지 극존칭 쓸거에요… 이러면 나 서운해.
나만 반말 쓰고 있는 꼴이잖아요”

소이 언니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마치 자신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남을 못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때문일까.

소이 언니는 쓸데없이 착한 사람이었다. 본인을 먼저 생각해도 이기적이라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본인을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바랬다.

그러려면 우선 친해져야겠지. 그래야 소이 언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나 언니 너무 놀려먹었네. 반말 써달라는 말이었는데.”

“아… 응!”

“그리고 친구 먹은 김에 전화번호도 알려주시고.”

소이 언니는 여전히 당황해 있었다. 내가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라는 것을 아는 소이 언니는, 소이 언니만을 위한 성격으로 바뀐 것을 당황해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일부러 바꿨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에 전화번호를 빨리 따야했고, 그녀는 얼떨떨한 상황에서도 내 폰에 전화번호를 찍어주었다.

“고마워. 사랑해, 언니~”

하여튼 이해할 수 없는 애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했다. 맞아요. 사실 저도 아직 저를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소이 언니 책상 위에 있는 한 봉투가 눈에 띄었다. 한자로 석 자 적혀있었다.

못 본 척 하며 완전히 사무실에서 벗어났지만 그 석 자는 잊히지 않았다. 辭職書, 사직서.

마음이 착잡하고 이상해졌다. 직장인들은 항상 품에 담고 사는 게 사직서라는데 왜 나는 기분이 이상한 걸까. 아직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래도, 조금은 더 남아있어주지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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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 연기가 그녀를 이곳에 좀 더 남아있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