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주야, 일단은 아빠가 미안하다.
— 뭘요···?
— 학교 아빠 맘대로 그만두게 한 거. 아빠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 더 정들면 그만두기 힘들 거 같아서 그랬어.
— 아빠 맘··· 이해해요.
— 그러니? 그렇다니 고맙다.
— 정말 속상하긴 한데··· 어쩔 수 없었겠죠, 아빠도.
— 고맙다, 딸.
생각해 보니 아빠도 어쩔 수 없었던 거 같았다. 내가 여기서 다시 학교 가겠다고 투정 부려도 변할 것도 없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면, 내가 언제 대기업에서 일해보겠어. 이것 또한 나에게는 나쁘지 않을 거라 상상했다.
— 그런데 아빠 회사 안 가봐도 돼요?
— 다시 가봐야지. 이제 여주 깨어났으니까.
—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 아니다. 그럼 푹 쉬어라.
— 아빠···! 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돼요?
— 그래, 뭔데?
— 집사 오빠요···. 가족분들은 안 오시는 거예요?
— 석진 군? 음···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외동이고.
— 아··· 그렇구나···. 그럼 아빠만 괜찮다면 집사 오빠도 내 옆 특실로 옮겨주면 안 돼요···?
— 여주가 더 석진 군에게 신경 많이 쓰는구나. 물어보고 그렇게 하마.
— 정말요? 고마워요, 아빠!
— 그래. 의사한테 물어보니 여주 너는 내일 퇴원해도 된다더라. 그동안 푹 쉬어라.
— 집사 오빠는요?
— 석진 군은 며칠 더 있어야 한대. 여주 퇴원하기 전 임시 집사 구해두마.
— 아··· 알겠어요. 조심히 가세요.
임시 집사라는 말을 듣고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지금의 집사 오빠보다 잘생긴 사람을 보긴 드물 테니까. 그냥 오빠가 빨리 퇴원하기만 바랐던 거 같다.
.
어차피 내일이면 퇴원할 텐데 엄마는 집에 보내고 난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집사 오빠랑 둘만 있고 싶어서 그런 것도 맞다.
— 오빠···.
— 아가씨! 감사해요. 병실 옮겨달라고 하셨다고.
— 아, 아빠가 그래요? 그냥 가까우면 좋잖아요.
— 아가씨는 내일 퇴원하신다면서요.
— 오빠는 여기 더 있어야 하잖아요. 조금이라도 편한 곳이 좋잖아요. 하··· 오빠 없는 동안 이제 어떻게 살아요?
— 에이- 저 얼른 낫고 아가씨 곁으로 갈게요. 그동안만 열심히 떼쓰지 말고 지내고 있어요.
— 치··· 얼른 나을 수가 없어 보이는데요?

— 임시 집사님과 너무 친해지지 말아요.
— 그럴 리는 없거든요. 회사 일 끝나고 병원 올게요.
— 네? 아녜요. 그럴 필요 없어요.
— 내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거부하지 말라고요.
나도 모르게 보고 싶다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작가도 집사 오빠가 맘에 들었나 보다. 나랑 엮어주려고 하는 거 같았다.
— 제가 보고 싶다고요···?
— 보고 싶으면 안 돼요?

— 안··· 돼요. 그만 병실로 돌아가요. 푹 쉬어야죠.
— 뭐야···. 왜 갑자기 더 밀어내.
— 저 쉬고 싶어요.
나와 같은 마음인 거 같았는데 오빠는 아니었나 보다. 그냥 내 착각이었나 보다. 일단 지금은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 알겠어요···. 푹 쉬어요.
.
— 내 손목도 막 잡고, 같이 눕자는 소리도 먼저 해놓고서는. 같은 마음도 아니면서 그런 말은 왜 해.
오빠가 나에게 마음이 없는 거 같아 괜히 심술이 났다. 사실 잘생긴 것도 있지만, 내가 설렐 만한 행동과 말을 한 건 오빠다. 난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거란 말이다. 오히려 내가 다가가니 오빠는 되려 밀어내고 한다. 혹시 내가 이러는 게 불편한 건가 싶었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고, 금세 아침은 밝아왔다. 밝은 햇살에 눈이 떠졌고 뒤척거리다가 옆에 포스트잇을 보았다.
‘임시 집사 김태형입니다. 밖에 있을 테니 준비 다 하시고 전화주세요. 01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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