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5화. 우리의 빌런(2)

sophie97
2026.06.26Vues 33
[잘 자게 해 준 덕분에 오늘 촬영 잘 했어요.
커피 촬영이었는데 이제 라떼만 보면 자기 생각남ㅎ]
'자기?..으..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성격이었어?'
[쓰담쓰담, 잘 했어요]
[그런데 나 할 말 있었는데 촬영 끝냈다니까 할께요.
대표님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도 맞서지 않기!]
[예를 들면, 수업을 정민쌤으로 바꾼다던가 하는...
대표님은 훈지씨 커리어 위해서 그러는거니까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반항하기 없기!]
[내 부탁이니까 꼭~꼭~ 들어줘야 돼요. 알았죠?]
메세지를 보내고 아무 답장이 없어서 불안했다.
[알았어요. 하라는 대로 할께요. 걱정하지 말아요]
'휴...싫다고 할까봐 엄청 긴장했네..'
훈지씨의 답장을 받고 나서,
나는 대표에게 보내려던 메세지를 보냈다.
[공과 사는 구분해.
나와 공부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그건 그대로 지켜..]
잠시 후에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너는 나한테 그게 되니?
앞으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할 줄 알고]
[태형씨가 훈지씨 위해서 그러는 거라는 거 아니까.
그대로 태형씨 친구는 할거야.
그것도 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얘기했잖아...나는 네가 총쏘면 맞겠다고...
그건 네가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당할거라는 건데.
대신 훈지씨 말고 내가]
그 후로 그는 말이 없었다.
나는 나대로 원래 하려던 일들을
그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대표와의 수업을 위해
준비하려던 교재들을 주문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후,
왠지 다시 한 번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았다.
사실..나도 그에게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마음을 알지만,
거기까지는 배려해 줄 수 없어서 미안했다.
다음 날,
주문해 놓은 대표의 수업 교재들을 챙겨서
사무실로 향했다.
미리 연락하는 게 맞겠지만,
왠지 거절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찾아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사무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교재를 챙겨서 걸어 가고 있었다.
오늘은 웬일로 현관 문이 열려 있어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들려 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가장 먼저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훈지 수업, 정민쌤으로 바꿔"
순간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이 멈췄다.
'아...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왜요? 대표님?"
"이유 묻지 말고 그냥 말한 대로 해."
대표는 거실로 나오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다음 수업부터 바로 변경해. 알았지?"
그 말을 끝내자마자,
현관에 서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아야...여기 웬일이야?"
"어...아...맞다.. 대표님한테 이거 전해 주려고..
그리고..."
순간 당황한 나는 다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나가자. 나가서 얘기해."
그는 나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는 나를 먼저 테이블에 앉게 하고,
본인이 주문을 하러 갔다.
의자에 앉아,
주문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이렇게 얽히지 않았다면,
좋은 친구 사이가 됐을텐데...'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앉자마자 말했다.
"네가 계속 훈지 수업 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
내가 전에도 얘기했잖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그 다음은 뭔데?"
"글쎄...보면 알게 되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표가 오피스텔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쉬웠던 게 아니야..>
문득,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네가 보여 주면 그 때 볼께.
미리 알게 되면 겁날 수도 있으니까.."
"정아야..
너는 지금처럼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낼 수 있는데
왜 굳이 희생을 자처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게 네가 생각하는 사랑인거야?"
"맞아..태형씨 말이..
그런데...
온실 속의 화초도 한 번씩 온실 말고
바깥 공기도 쐬고,
햇빛도 직접 쐬고 싶은 날도 있잖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결국에는 날 위한 거야.
상대가 웃으면 내가 행복해지니까..
사랑도 어차피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거지
희생이 아니야."
"그래..네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 거구나.."
그는 날 보던 눈길을 테이블 위로 떨궜다.
"참, 여기 내가 준비해 온 교재들.
수업 여부는 태형씨가 결정해.
이제 훈지씨 수업도 안 하니까 여유도 있어."
"너는 그걸 주문해서 여기까지 가져 왔다고?
와...이건 완전 예상 밖이다...
내가 너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은 친구가 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서로의 행동을 더 예측할 수가 없었다.
"우리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아요." <2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