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2화. 관계의 끝




"훈지씨...잠깐 여기로 와서 앉아요.

 이건 정말 설명이 필요해요."





그는 흥분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웠다.





"사진이 다 얘기해 주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

 일본이고, 둘이 사진을 같이 찍었고,

 함께 웃고 있고."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같이 일본 여행을 간 게 아니에요.

 아니 일본에 같이 있긴 했는데...

 둘이 여행을 간 게 아니고..

 그게 훈지씨가 생각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에요."





말하고 있는 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나를 쳐다 봤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에요 도대체?"





"잠깐만요..."



"물 좀... 마시고 올께요."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물 한잔을 마시고 올 동안

그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 그가 천천히 입을 뗐다.



"나한테 일본 여행 갈 거라고 얘기했었고, 

 혼자 간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아무 말이 없었고...

 그리고 오늘 우리 만난 후에도 

 당신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나와 눈 맞추고, 웃고, 이야기하고..."





그가 말을 마치고 난 후에, 씁쓸하게 웃었다.





"혼자 가려고 호텔이랑 비행기 예약 했어요.

 훈지씨한테는 걱정할까봐 

 다녀와서 얘기하려고 했구요.

 그런데 대표님이 혼자 여행 간다는 거 알고,

 따라 온 거에요.

 나도 공항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온 줄 몰랐어요.

 여자 혼자 여행 간다니까 신경쓰이고

 걱정이 됐었대요."





"그래서요?"





"네? 아니...상황이 그렇게 된 거라구요..."





"대표님이 일본까지 따라 간 건 여자 혼자라서가 

 아니라 당신이라서 간 거잖아..

 그거 몰라요?

그런데 지금 나한테 이해하라고 

말하고 있는 거에요?"





"우리가 ...

 아니 내가 훈지씨를 속이려고 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구요..."





"나한테 이 사진을 들키기 전까지 

 당신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들키지 않았으면 아무 말도 안 했을 거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가 김대표랑 당신 둘이 있는 거 

 싫어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당신도!"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걱정되어서 따라 왔다는데 그럼 어떻게 해요?

 김대표가 나한테는 친구이기도 하잖아요."







"...왜 당신은 그 사람을 배려하느라 나를 못 봐요?"

그가 내게 물었다.





"난 훈지씨만 봐요...

 김대표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에요."





"...김대표가 당신한테 감정이 있잖아.



 호시탐탐 그 옆에 있으려고 하잖아요!!"





그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럼 내가 거기서 어떻게 해야 돼요?

 다음 비행기 타고 돌아가라고 했어야 했어요?"







"나만 바라보고 있다면 그렇게 했었어야지!"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 했던 그의 단호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했었어야 했다고?

 그럼 내가 잘 못한 거라고?"







그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마디도 더 하지마..

 나 폭발할 거 같으니까"







"훈지씨!! 

 나는...

 나, 그리고 훈지씨 감정이 제일 중요해요.

 그런데 당신은...

 지금...

 김대표 때문에 왜 이렇게 나를 함부로 대해요?"






나는 나대로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다.

그리고...

너무 힘이 들었다.






"내가 처음에 걱정했던 건, 

 우리 관계를 시작하기 망설이고 주저했던 건, 

 이런 것 때문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내가 걱정했던 거 말고도

 당신과 만나기 위해서

 신경쓰고 참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나는 잠시 동안 이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우리...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요.."






훈지씨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게 무슨 의미에요?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난 김대표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상황이 너무 버겁고, 힘들고...

 지쳐요."






나는 어쩌면 그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도 나에게서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



그대로 아무 말없이 나가 버렸다...





"나는 더 이상...할 얘기 없어요." <33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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