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92화. 꿈

sophie97
2026.07.31Vues 24
내가 생각해 놓고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훈지 씨일 리가 없잖아. 나도 참...'
다시 랩탑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그 사람이
자꾸 신경 쓰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그 사람을 바라봤다.
'훈지 씨잖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분명 훈지 씨가 맞는 것 같은데,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천천히 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훈지 씨가 맞는 것처럼 보였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건지
숨을 참고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게 꿈이라고 할지라도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이
제발 그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가 훈지 씨라는 확신이 점점 들면서
내 눈에는 눈물이 차 올랐다.
그가 몇 발자국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렸다.
'저건 훈지 씨가 자주 하던 행동인데...'
"정말... 훈지 씨에요?"
말을 내뱉는 순간,
양쪽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계속 거기서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에요?"
"어...목소리까지 들렸어.
꿈이 아니었나봐.
정말...현실인가봐."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을 남기고,
나는 이게 꿈이라면
내가 그를 안는 순간 깨어 버릴까봐
덜컥 무서워져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가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와
천천히 나를 안았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힘주어 안아 주었다.
"아..."
그의 품이 너무 세게 조여 와
갈비뼈가 욱신거릴 만큼 아팠다.
그 익숙한 아픔이
그가 정말 훈지 씨라는 걸 믿게 했다.
나도 팔을 벌려 그를 감싸 안았다.
"진짜... 훈지 씨 맞아요?
정말... 나를 찾으러 온 거에요?"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내가 꼭 찾겠다고."
코끝에서 그의 살냄새가 났다.
한참 동안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안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 품에서 떨어졌다.
"정말이잖아...
꿈도 아니고, 진짜 훈지 씨잖아."
"왜 이렇게 못 믿어요?
아까 나를 보고도 한참 동안 가만히 보기만 하길래,
그새 나를 잊은 줄 알고 놀랐잖아요."
"나는 이게 꿈인지...현실인지...
분간이 안 됐어요."
훈지 씨는 아직도 어리벙벙한 나를 의자에 앉혔다.
우리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 보고 있던
미겔이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반지의 주인공이 이 사람이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겔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더니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미겔이 멀어지자
훈지 씨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저 사람 뭐야?
왜 남의 여자 머리를 쓰다듬고 난리야?"
"와... 정말 훈지 씨가 맞구나."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놓칠 것 같았어요."
<9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