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92화. 꿈



내가 생각해 놓고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훈지 씨일 리가 없잖아. 나도 참...'





다시 랩탑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그 사람이

자꾸 신경 쓰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그 사람을 바라봤다.





'훈지 씨잖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분명 훈지 씨가 맞는 것 같은데,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천천히 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훈지 씨가 맞는 것처럼 보였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건지

숨을 참고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게 꿈이라고 할지라도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이

제발 그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가 훈지 씨라는 확신이 점점 들면서

내 눈에는 눈물이 차 올랐다.





그가 몇 발자국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렸다.




'저건 훈지 씨가 자주 하던 행동인데...'




"정말... 훈지 씨에요?"





말을 내뱉는 순간,

양쪽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계속 거기서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에요?"





"어...목소리까지 들렸어.

 꿈이 아니었나봐.

 정말...현실인가봐."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을 남기고,

나는 이게 꿈이라면

내가 그를 안는 순간 깨어 버릴까봐

덜컥 무서워져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가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와

천천히 나를 안았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힘주어 안아 주었다.




"아..."

그의 품이 너무 세게 조여 와

갈비뼈가 욱신거릴 만큼 아팠다.

그 익숙한 아픔이

그가 정말 훈지 씨라는 걸 믿게 했다.




나도 팔을 벌려 그를 감싸 안았다.




"진짜... 훈지 씨 맞아요?

 정말... 나를 찾으러 온 거에요?"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내가 꼭 찾겠다고."




코끝에서 그의 살냄새가 났다.




한참 동안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안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 품에서 떨어졌다.





"정말이잖아...

 꿈도 아니고, 진짜 훈지 씨잖아."





"왜 이렇게 못 믿어요?

 아까 나를 보고도 한참 동안 가만히 보기만 하길래,

 그새 나를 잊은 줄 알고 놀랐잖아요."





"나는 이게 꿈인지...현실인지...

 분간이 안 됐어요."




훈지 씨는 아직도 어리벙벙한 나를 의자에 앉혔다.




우리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 보고 있던

미겔이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반지의 주인공이 이 사람이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겔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더니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미겔이 멀어지자

훈지 씨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저 사람 뭐야?

 왜 남의 여자 머리를 쓰다듬고 난리야?"




"와... 정말 훈지 씨가 맞구나."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놓칠 것 같았어요."

 <93화 중에서>

Histoires populaires auprès des fans de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