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93화. 명탐정 훈지

sophie97
2026.08.01Vues 30
테이블에 마주 앉은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미겔은 우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따뜻한 커피를 탁자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나는 미겔과 눈을 맞추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여전히 그대로야..."
"응? 뭐가요?"
"아니에요."
"폭풍 질문하기 전에...
나 조금만 더 이렇게 훈지씨 보고 있어도 되죠?"
그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탁자 위로 손을 올려
손바닥을 펼친 채 내 손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의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내 손을 포개었다.
"이거 꿈이면 어떡하죠?
깨고 나면 너무 실망할 것 같은데..."
"한 번 꼬집어 줄까요?"
"내 볼 꼬집어 봐요."
나는 내 볼을 그에게 내밀었다.
"아! 아니, 그렇게 세게 꼬집으면 어떡해요?"
볼이 얼얼했다.
"아니...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려 주려고 했는데...
그럼, 내 볼도 꼬집을래요?"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볼을 내밀었다.
"아...아파... 눈물이 다 나네...
훈지씨 볼 빨개져도 나는 몰라요."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얼굴을 뒤로 뺐다.
"빨리 이리 와요.
볼 이리 내요."
"나는 이게 꿈이 아닌 거 확실히 알아서
굳이 꼬집힐 필요는 없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 순간,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하고,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갑자기 또 그렇게 그윽하게 쳐다보십니까?
그는 쑥스러운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스페인이라고만 얘기했었는데...
여긴 줄 어떻게 알았어요?"
"음...이곳...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본 그 영화에 나온 곳이죠?"
"...맞아요."
"그 때 영화 보면서
저런 곳에서 한번 살아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그리고...그 후에 당신 오피스텔 책상 위 보드에
이 마을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는 걸 봤어요."
"처음에는 어디로 갔을까 감이 안 잡혔는데...
당신한테 스페인에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까
그제야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더라구요."
"정말... 그렇게 여길 찾아온 거라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그렇게 왔다가 없으면 어쩌려구요..."
"난 거의 100% 확신하고 왔는데요?"
그는 천진하게 웃었다.
"여기 카페는 어떻게 알았어요?"
"그거까지 얘기해 주면
너무 감동받아서 울 것 같은데...
여기서 얘기해도 되려나?"
"내가 모르는 훈지 씨의 모습이
아직 많이 있었나 봐요."
나는 그의 말을 직접 들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훈지 씨였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촬영이나 스케줄은 어떻게 하고 온 거에요?
시간 빼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역시...내 일을 나보다 더 걱정한다니까..."
"그런데...
당신을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놓칠 것 같았어요."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그러네...
그 때 내가 당신의 수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강 공원에 가서 함께 치킨을 먹지 않았더라면...
함께 그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네.'
"뭘 하자구요? 미쳤어요?" <9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