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8화. 아군? 적군?



“너는 베프한테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

 나 진짜 배신감 느껴…”

 

 

“수연아…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네가 알면 네 남편한테도 말하겠지?”

 



“남편한테는 말하겠지…”

 

 

“그러면 네 남편이 다른 사람한테

 ‘이건 너만 알고 있어’ 그러면서 말하지 않겠어?”



 

“…”

 

 

“그렇게 한 사람씩 건너다 보면

 결국 다 알려지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 못 한 거야.

 이해 못 하겠어?”

 



“아니… 그래.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섭섭한 건 섭섭한거야...

 그래… 캠핑이며 갑자기 스페인을 간 거며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네.”

 



“아휴… 말 못 한 나도 답답하고 힘들었어.

 어쨌든 너한테까지 말 못 한 건 미안해.”

 

 

“지금은 헤어진 상태라면서

 아까 그 통화는 뭐야?

 너무 다정하던데?”

 



“그게…

 서로 막 미워서 헤어진 게 아니라서 그런가봐.

 보면 또 예전 생각이 나고…

 마음이 좀 복잡해…”

 

 

“말 들어보니 이해는 간다.

 나이 차이도 그렇고,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

 

 

“응…스페인에서 둘이 지낼 때는 몰랐는데

 다시 한국에 오니까 현실의 벽이 또 느껴지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몰라…나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안 서.

 사람만 보면 좋은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높아.”

 

 

“그런데… 정아야… 좀 뜬금없긴 하지만

 나도 박훈지 한번 보자 좀. 응?”

 

 

“뭐라고? 안 돼.

 지금은 무슨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자리를 만들어… 말도 안돼.”

 

 

“너랑 만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내가 마주치면 되지. 안 그래?”

 

 

“안 돼. 싫어.”

 

 

“왜? 한 번 만, 응?”

 

 

“안 된다니까…”

 


그녀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수연이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카페 문이 열리고 거짓말처럼 훈지 씨가 들어왔다.

 

 

“전화를 그렇게 끊고 왜 연락이 안 돼요?”

 



“아… 훈지 씨!! 미안해요.

 연락이 안 돼서 온 거에요?”

 


“아니… 아직 카페에 있으면

 잠깐 얼굴 보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였는데…

 갑자기 전화도 끊기고 다시 걸어도 연결이 안 돼서

 혹시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나 걱정했어요.”

 



화장실을 다녀 온 수연이가

눈 앞에 나타난 훈지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박훈지 씨 아니세요?”

 



수연이를 본 훈지 씨의 눈이 커졌다.

 



“아…네… 안녕하세요.”

 



“어머, 진짜 맞네!!!

 저는 정아 친구 수연이에요.

 악수 한 번만…”

 


두 사람 사이에 끼인 나는 식은땀이 났다.

 


“훈지 씨. 이쪽은 내 친구 수연이에요.”

 


“아… 네… 정아 씨 친구분 이시군요.”

 


“어머…정아 씨래..ㅎ”

 


“수연아…그러지마.”

 


“내가 뭘? 정아 씨라고 부르는 게 너무 귀여우시다…”

 

훈지 씨는 어쩔 몰라 했다.



“훈지 씨. 잠깐 지나가다 들린 거라면서요?

빨리 가요. 바쁠텐데…”

 



나는 서둘러 훈지 씨를 이 어색한 상황에서

구출해 주고 싶었다.

 



“정아. 너 아까 얘기 못 들었어?

 카페로 너 보러 오려고 전화했다고 했잖아.

 여기 앉으세요. 훈지 씨.

 정아야 뭐해?

 뭐 커피라도 드려야지”

 



훈지 씨는 수연이가 안내하는 자리로

쭈뼛거리며 따라갔다.

 



“아니야… 훈지 씨 바쁜데 어서 가요."

 



수연이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훈지 씨를 붙잡아 앉힌 뒤,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니… 훈지 씨는 우리 정아의 어떤 점이

 가장 좋으세요?”

 



“네? 아… 그게…”

 



 어쩔 줄 몰라 하는 훈지 씨를 위해

 내가 나섰다.

 

“수연아… 사람 앞에 두고 민망하게 진짜 왜 그래.”

 



“아이..넌 좀 가만 있어봐.

 내가 훈지 씨한테 물었지

 너한테 물어봤니?”

 



수연이는 다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훈지 씨를 바라봤다.

 



“그게…정아 씨는 배려심도 많고

저랑 말도 잘 통해요…귀엽기도 하구요…”

 



“어머… 귀엽기도 하대!!!”

 


수연이는 신이 나서 짓궂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 수연이를 보는 나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수연아… 제발…”

 



“그런데 정아가 좀 까다로운 부분도 있기는 한데

 그런 것도 알고 계세요?”

 



“아… 네… 그런 부분이 있죠.

 고집도 좀 있는 편이구요.”

 



“아… 알고 계시는구나…

 그래도 정아가 정도 많고

 애가 똑부러져요.

 학교 다닐 때도 정아 좋아하는

 선배들이 꽤 많았어요.”

 



“아… 그랬어요?”

 


훈지 씨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그 중에 정아가 짝사랑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지 맘 몰라 준다고 술마시고 울고 불고…”

 



“수연아!!!”

 



나는 급하게 수연이의 말을 막았다.

 



“친구분 말씀하시는데 왜 막아요?

 계속하세요.”

 


훈지 씨는 재미있다는 듯

수연이를 바라봤다.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안 된다.


이대로 두면 수연이가 무슨 말을 더 꺼낼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수연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수연아. 그만 일어나자!!”

 


“간만에 너 보러 온 친구를 이렇게 보내려고?”

 


“나중에 우리끼리 따로 보면 되지.

 오늘은 그만 가.

 애들이랑 남편이 기다리겠다.”

 



나는 수연이의 등을 억지로 밀다 시피 하여

현관문까지 데리고 갔다.




수연이는 훈지 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훈지 씨. 다음에 또 봬요.
 
 오늘 이렇게 만나자마자 헤어지려니까 아쉽네요."




훈지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웃으며 인사했다.




"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수연이의 팔을 한 번 더 잡아당겼다.




'제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는 그녀를 가까스로 택시를 태워 보내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훈지 씨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나 짝사랑하던 사람이었으면

 술마시고 그렇게 울고 불고 했던 거에요?"




"수연이가 기억이 왜곡됐나봐요.

 다른 애를 나로 착각한 건가..."


"훈지 씨도 정신없었죠?"





"나는 재미있었어요.

 저 친구분 언제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 같은데요."




훈지 씨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아 씨랑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어떻게 베프가 된 거에요?"




"서로 성향이 반대라서 끌렸던 게 아닐까요?"




"나는... 정아 씨 분위기가 좋아요."




"으... 닭살..."

 


"저... 오빠 좋아하는 거 같아요." <1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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