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화. 우연



출판사의 소개로 영화 제작사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도 처음 해보는 일은

여전히 떨리고 긴장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내가 영화 제작하는 회사를 다 와보고...

 아... 떨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미리 안내받은 곳으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담당자를 만나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




"제가 번역일만 해와서

 이런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원작이 가진 느낌과 분위기를

 잘 알고 계시니까

 그걸 현장에 잘 전달해 주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배우들 캐스팅은 벌써 다 끝난 건가요?"




"아, 주연 배우 말씀하시는 거죠?

 아직 진행 중이에요.

 후보에 올라온 배우들을 감독님께서

 직접 만나보고 계세요."




"네... 그럼...

 처음 해 보는 일이긴 하지만...

 열심히 한 번 해 볼께요."




"네, 각색 작업을 함께 해주시는 거니까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계약서를

 작가님 이메일로 보내 드릴께요.

 확인해 보시고

 궁금하신 점은 저한테 연락 주시면 돼요."





"그렇게 할게요.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해요."




"저희야말로 제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현관까지 배웅을 받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긴장됐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 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있어서

한쪽으로 물러서서 기다렸다.



그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가 항상 사용하던 향수였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너무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훈지 씨...'




나는 놀란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말한 뒤,

나를 따라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잘 지냈어요?"




"네... 훈지 씨도 잘 지내죠?."




"나는... 그냥 똑같아요.

 그런데 여기 무슨 일로 온 거에요?"




"일이 좀 있어서요."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하기 싫어요?"





나는 잠시 그를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는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깐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은 되는데...

 그래 줄 수 있어요?"




"나랑... 훈지 씨가요?"




나는 가끔씩 그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빨리 올라가요.

 영화사에 온 거 아니었어요?"




"좀 일찍 왔어요.

 20분 정도 여유 시간 있어요."




나는 그의 집요함을 잘 알고 있는 터라

1층에서 함께 내렸다.




만나고 있을 때는

함께 카페를 가는 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막상 헤어지고 나니

이런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라떼 마실 거죠?"




"네."




"잠깐만 앉아 있어요."




나는 커피를 주문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멋진 모습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다 지난...일이야...'




그렇게 좋아했고, 사랑했지만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 그를 바라보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와 줄 수 있어?" <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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