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화. 술주정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훈지 씨가 물었다.




"요새...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요. 왜요?"





"좀 피곤해 보여서요.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별 일 없어요."





"나한테는 뭐... 궁금한 거 없어요?"





"...TV나 유튜브에 많이 나오잖아요."





"보고 있었어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와... 기분 좋다."




그가 씩 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와 버렸다.





"그렇게 웃는 모습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참. 잠깐 휴대폰 좀 줘봐요."





"내 휴대폰이요? 왜요?"





"잠깐만요."




그는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잠금도 풀어서 줘요."




나는 의아했지만 그의 손에

내 휴대폰을 건네줬다.

그가 번호를 누르자

그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났다.





"요새 스토커한테 좀 시달려서

 어제 번호를 바꿨어요.

 혹시 모르니까..."





나는 휴대폰을 돌려 받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이제 올라가요.

 나도 가봐야겠어요."





"응. 알겠어요.

 밥 좀 잘 챙겨 먹어요.

 연락 할게요. 조심히 가요."




그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그에게 담담하게 인사했지만

돌아서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 때,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태형 씨.

 오늘 퇴근하고 약속있어?"





"아니. 오늘 별다른 약속 없는데.

 왜?"





"그럼 이따 나와 줄 수 있어?

 술 한 잔 같이 해"





"술? 갑자기 무슨 술이야?"





"그냥...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안 내키면 말구..."





"아니야. 한 잔해 그럼."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이따 출발하면서 전화할게."





"그래! 고마워!

 이따 봐~"




집에 와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아까 만난 담당자가 계약서를 보내왔다.

내용을 확인한 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리고, 드디어 사인을 마치고

제작사에 계약서를 다시 보냈다.



'정말로 이 일을 하게 됐네!

 기대된다... 어떤 일인지.'




잠시 집안 일을 하다가
 
김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단지 앞에서 김대표를 만나

집 근처의 조용한 술집으로 향했다.


 

"오늘 태형 씨가 안 나왔으면

 혼자 집에서 혼술했을지도 몰라."





"술 잘 안 마시잖아?

 무슨 일 있었어?"





"아까 우연히 훈지 씨를 만났잖아.

 엄청 놀랐는데 안 놀란 척 하느라 힘들었네."





"아직 얼굴 보기가 힘들어?"





"모르겠어... 힘든건지... 아닌 건지.

 그냥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





"너... 아직 훈지한테 미련 있는 거 아니야?"





"미련? 글쎄...

 헤어질 땐 이젠 싸울 일 없어서 후련했는데..."





"훈지는 어땠어?"





"아니 내가 가끔씩 훈지 씨가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아무렇지 않은 거야.

 무슨 어제 만나고 헤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걸고, 커피 마시자고 하고...

 나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술에 취한 나를 김대표가 부축하여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바람에

김대표가 애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내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나는 번화도 확인하지 않은 채

술김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에요."





"나가 누구시죠?"





"정아 씨. 술 마셨어요?"


훈지 씨가 물었다.




"나는 정아 씨 맞는데

 나는 누구세요?"





"정아야. 가만히 좀 있어 볼래?"


김대표가 내 자켓을 벗겨 주려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





"어? 훈지니?"





"지금 정아 씨랑 같이 계세요?"





"어. 같이 술 한잔 했거든.

 근데 훈지야, 내가 얘 옷 좀 벗겨줘야 해서..."





"네? 옷을 벗겨요?"





"어. 아니 옷을 다 벗긴다는 게 아니고...

 자켓 좀 벗기려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미안~ 전화 끊는다."





"어제 나랑 통화를 했어요?" <6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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