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화. 술주정

sophie97
2026.08.22Vues 125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훈지 씨가 물었다.
"요새...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요. 왜요?"
"좀 피곤해 보여서요.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별 일 없어요."
"나한테는 뭐... 궁금한 거 없어요?"
"...TV나 유튜브에 많이 나오잖아요."
"보고 있었어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와... 기분 좋다."
그가 씩 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와 버렸다.
"그렇게 웃는 모습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참. 잠깐 휴대폰 좀 줘봐요."
"내 휴대폰이요? 왜요?"
"잠깐만요."
그는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잠금도 풀어서 줘요."
나는 의아했지만 그의 손에
내 휴대폰을 건네줬다.
그가 번호를 누르자
그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났다.
"요새 스토커한테 좀 시달려서
어제 번호를 바꿨어요.
혹시 모르니까..."
나는 휴대폰을 돌려 받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이제 올라가요.
나도 가봐야겠어요."
"응. 알겠어요.
밥 좀 잘 챙겨 먹어요.
연락 할게요. 조심히 가요."
그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그에게 담담하게 인사했지만
돌아서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 때,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태형 씨.
오늘 퇴근하고 약속있어?"
"아니. 오늘 별다른 약속 없는데.
왜?"
"그럼 이따 나와 줄 수 있어?
술 한 잔 같이 해"
"술? 갑자기 무슨 술이야?"
"그냥... 갑자기 술 생각이 나서...
안 내키면 말구..."
"아니야. 한 잔해 그럼."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이따 출발하면서 전화할게."
"그래! 고마워!
이따 봐~"
집에 와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아까 만난 담당자가 계약서를 보내왔다.
내용을 확인한 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리고, 드디어 사인을 마치고
제작사에 계약서를 다시 보냈다.
'정말로 이 일을 하게 됐네!
기대된다... 어떤 일인지.'
잠시 집안 일을 하다가
김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단지 앞에서 김대표를 만나
집 근처의 조용한 술집으로 향했다.
"오늘 태형 씨가 안 나왔으면
혼자 집에서 혼술했을지도 몰라."
"술 잘 안 마시잖아?
무슨 일 있었어?"
"아까 우연히 훈지 씨를 만났잖아.
엄청 놀랐는데 안 놀란 척 하느라 힘들었네."
"아직 얼굴 보기가 힘들어?"
"모르겠어... 힘든건지... 아닌 건지.
그냥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
"너... 아직 훈지한테 미련 있는 거 아니야?"
"미련? 글쎄...
헤어질 땐 이젠 싸울 일 없어서 후련했는데..."
"훈지는 어땠어?"
"아니 내가 가끔씩 훈지 씨가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아무렇지 않은 거야.
무슨 어제 만나고 헤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걸고, 커피 마시자고 하고...
나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술에 취한 나를 김대표가 부축하여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바람에
김대표가 애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내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나는 번화도 확인하지 않은 채
술김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에요."
"나가 누구시죠?"
"정아 씨. 술 마셨어요?"
훈지 씨가 물었다.
"나는 정아 씨 맞는데
나는 누구세요?"
"정아야. 가만히 좀 있어 볼래?"
김대표가 내 자켓을 벗겨 주려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대표님?"
"어? 훈지니?"
"지금 정아 씨랑 같이 계세요?"
"어. 같이 술 한잔 했거든.
근데 훈지야, 내가 얘 옷 좀 벗겨줘야 해서..."
"네? 옷을 벗겨요?"
"어. 아니 옷을 다 벗긴다는 게 아니고...
자켓 좀 벗기려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미안~ 전화 끊는다."
"어제 나랑 통화를 했어요?" <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