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2화. 요리왕 훈지



훈지 씨가 음식을 한다고는 했지만,

나는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전날 가장 만들기 쉬운 파스타 재료들을

미리 주문해 놓았다.





카페에 가서 일을 하다가

문을 닫고 훈지 씨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도 그녀가 또 찾아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갔다.





나는 지성 씨가 퇴근한 후

황급히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훈지 씨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아 씨! 큰일 났어요!"






"왜요? 훈지 씨.

 무슨 일이에요?"





"지금 냄비에서 연기가 나고

 난리도 아니에요.

 어떻게 하죠?"






"연기?"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했다.






"우선 인덕션부터 꺼야죠.

 그리고 장갑 끼고 냄비를 들어서

 싱크대 안으로 옮겨요.

 그전에 물을 틀어 놓은 상태에서

 옮겨야 해요.

 아니면 또 연기가 많이 날 거에요."





그는 과연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정신없는 그를 진정시키고

서둘러 카페를 정리했다.





그리고 어제 주문해 놓은 재료들을 챙겨

그의 집으로 향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부엌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훈지 씨. 무슨 요리를 하려고 이렇게

 난리를 쳐 놓은 거에요?"





"정아 씨가 파스타를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파스타를 하려고 했는데..."





그가 머쓱한 얼굴로 바닥을 가리켰다.





"면을 삶다가 바닥에 다 붙어서 타버렸어요."





인덕션 앞 쪽의 벽에는 파스타 면들이

몇 가닥 붙어 있었다.





"아...그런데 내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그렇게 빨리 준비를 시작한 거에요?

 그럼 면이 다 불텐데..."





"내가 맛은 보장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려요."






"아... 맛은 보장하는데?"





나는 그의 말을 되뇌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구나.

 그럼 내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줘도 돼요?"






"혼자 할 수 있긴 한데

 정아 씨도 심심하기는 할테니

 그럼 보조 역할만 좀 해줘요."





"알겠어요.

 우선 면을 다시 삶아야 하니까

 설거지 좀 해 줘요."






우리는 처음부터

아니 어쩌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다.





'초대를 받은 건지...

 내가 한 건지...'





"훈지 씨."





"네?"





 "이 소스 병뚜껑 좀 열어 줄래요?"





"그런 건 내가 해야죠.

 줘봐요!!"





"악!!!!!"





그가 소스 병을 열자

소스가 사방에 다 튀었다.





"내 옷...."





훈지 씨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어쩌지... 내 옷이라도 입고 있어야겠다."





그는 쭈볏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티셔츠 하나를 꺼내왔다.





'그래... 참자...

 초대한 마음을 생각해서 참자. 참아.'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나와 훈지 씨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월패드 가까이 있었던 내가

먼저 다가가 화면을 확인했다.





"누가 왔어요. 어떡해요?

 남자인 것 같은데..."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매니저 형인가?"





훈지 씨는 내 곁으로 다가와

화면을 쳐다봤다.





"헉.... 형이에요."






"형이요?

 훈지 씨 친형이요?"





"네."





"아...어떡해..

 나 지금 옷도

 훈지 씨 티셔츠 입고 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53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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