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7화. 훈지의 결단


<57화 이야기는 구독자 '박먼꼬만사랑해' 님의

 의견대로 정아가 누님과의 만남을 훈지에게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가만히 생각했다.





또다시 훈지 씨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가족이 한 말을 모른 척한 채

그를 만날 수도 없었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나는 고민에 빠진 채

커피 한 잔을 더 비웠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전화가 왔다.





훈지 씨였다.





"훈지 씨."





"어?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어디에요?"





"나 촬영 끝나고 이동 중이에요.

 자기는요?"





"나는 약속이 있어서 강남이에요."





"누구?"






"...."






"혹시...누나 만났어요?"






"...네."






"목소리가 가라앉은 거 보니

 안 좋은 얘기 들은 거에요?"






"훈지 씨."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훈지 씨랑 헤어지기 싫어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누나가 헤어지라고 했어요?"





그의 말을 들으니 서러움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이제 용기 내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헤어지기는 싫어요..."





"이제 누나한테 연락 오면 받지 말아요.

 내가 이야기할께요.

 집으로 가 있어요.

 촬영 끝나고 집으로 갈게요."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그와 전화를 끊고

나는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에게 맡겨 놓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누님을 찾아가

 봐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건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소파에 쓰러져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벨이 울려서 잠에서 깼다.





잠결에 방금 전에 울린 것이

전화벨인지 초인종인지

헷갈렸다.





휴대폰을 들어 먼저 확인했다.


훈지 씨 누님이었다.





"여보세요?"





"그새 훈지한테 얘기한 거에요?

 내가 훈지한테는 아무 말 없이

 혼자 조용히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잖아요."






"죄송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요.

 훈지 씨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에요?

 훈지가 정아 씨 좋아하니까

 그냥 우리가 참고 봐주라는 거에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미 만났던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는데...

 제가 직접 찾아뵙고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 드리면 봐주실 수 있을까요?"





"이게 무릎 꿇고,

 사과 한다고 해서 무마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씀 좀 해 주세요.

 저는... 정말 훈지 씨랑 못 헤어져요.

 누님..."





나는 그녀에게 빌면서

나도 모르게 울먹이게 되었다.





보이지도 않는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되었다.






"훈지가 가족이랑 멀어지는 걸

 원하는 거에요?

 정아 씨가 헤어지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죠."






"하..."





그녀의 마지막 말에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럼... 저한테 시간을...좀 주세요..."






"알겠어요."






나는 휴대폰을 툭 내려놓았다.

결국에는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인가.





그가 가족과 멀어지게 하면서까지

만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한참을 허공을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가려다가

현관문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현관문 쪽으로 가보니,

훈지 씨가 서 있었다.





"훈지 씨.

 언제 왔어요?

 들어오지 않고 거기 서서 뭐해요?"






"놀래키려고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왔는데...

 정아 씨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훈지 씨.

 나 어떡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자꾸 헤어지라고 하시면

 방법이 없잖아요."





나는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는 나를 따라 들어오면서 말했다.





"전화 받지 말라고 했는데

 왜 받았어요?"





"어떻게 안 받아요...

 그럼 무시당한다고 느끼실 거에요.

 내가 계속 사정해 볼께요."






"무슨 사정을 해요.

 남녀가 서로 좋아서 만나는데

 그게 왜 가족에게 사정을 해야 할 일이에요?"






"나는 훈지 씨가

 나 때문에 가족과 갈등있는 거 싫어요.

 그냥 내가 사정하고 부탁드려 볼께요."






"사정 같은 거 하지 말아요.

 누나 만나서 나랑 헤어지겠다고 얘기해요."






"헤어지겠다고?"






"그렇게만 얘기하고 헤어져요.

 그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알았죠?"





그는 뭘 어떻게 할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빨리 내려줘서 고마워요."

 <58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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