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3화. 온 우주가 방해하는 연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집으로 가기 전에

자동차 안에서 먹었던 간식 봉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재미있었죠? 훈지 씨."






"와... 저런 친구 만날까 봐 무섭다."






"그런데 다음 편이 나올 거 같지 않아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아!! 깜짝이야. 누가 창문을 두드리지?"



창문을 내리려고 하는

훈지 씨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창문 밖을 쳐다 보던 

훈지 씨가 창문을 내렸다.





그런데

그곳에 훈지 씨의 누님과 매형이 서 있었다.





"훈지야. 너 웬일이야?

 네 차 같아서 보니까 번호가 맞더라고.

 너 혼자...."





잠시 차 안을 둘러보던 누님이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온 게 아니구나."


"둘이 계속 만나고 있었던 거야?"


반가워하던 목소리가 금세 달라졌다.





그녀는 옆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정아 씨. 헤어지겠다고 얘기하지 않았어요?

 이래서 우리 진서 수업 해주는 거였어요?

 나중에 들켰을 때 무마시키려고?"





그 말을 들은 훈지 씨가 나를 바라봤다.





"수업? 무슨 소리에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할게요."





훈지 씨는 차에서 내렸다.





"잠깐 있어요."




그는 누님과 매형을 데리고

그들의 차로 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멀어지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아... 하필이면...

 그 때 갤러리에서도 그렇고,

 오늘 극장에서도...

 왜 자꾸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 걸까...'




나는 왠지 모르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랑 자꾸 동선이 겹치는 걸 보면

 취향이 비슷한 건데...

 잘 지낼 수는 없는 걸까...'




잠시 후,

훈지 씨가 차로 돌아왔다.





"정아 씨. 누나에게 잘 보이려고

 그동안 진서 수업을 해주고 있었던 거에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없이 나를 안았다.





"뭘 그렇게까지 했어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내가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오히려 더 화가 나셨네요.

 어쩌죠?"






"왜 이렇게까지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훈지 씨는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더 설득해 볼게요."




"지금 설득이 안 되고 있잖아요.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시면...

 뭐라고 얘기해요?"





"정아 씨는 내가 하자는대로

 할 거라고 말해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훈지 씨.

 난 누님이 강요하시면

 그렇게 말을 못 하겠어요..."





"마음 단단히 먹고 그렇게 해요.

 안 그러면 우리가 휘둘려요.

 정아 씨."



"누님은 동생과 사이가 틀어질까 봐

 나한테 자꾸 연락하시는 거란 말이에요.

 내 입장에서는 훈지 씨 누님이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훈지 씨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안해요..."





"훈지 씨가 미안해 할 일 아니에요."



"아는데...

 누님 마음도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더 미치겠어요."





훈지 씨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행여라도 누나한테

 '알겠다, 누나 말대로 헤어지겠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제발..."




나는 자신 없는 눈빛으로

훈지 씨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완벽했던 심야 데이트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누님의 등장으로

우리의 밤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집에 오니 이미 새벽 1시가 넘었다.


미겔의 방에 불이 꺼진 것을 보니

이미 잠자리에 든 것 같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못 보던 반찬통들이 들어 있었다.





"낮에 언니가 왔었나?"





무심코 중얼거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언니가 훈지 씨 짐을 봤을 텐데...

 어떡하지...?'





훈지 씨가 신경 쓸까봐

그에게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일 언니에게

어떤 말을 듣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훈지 씨 누님과 언니 생각에

편안히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역시나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정아! 너 아예 살림을 차렸니?

 어제 반찬 갖다 주러 갔더니

 남자 물건이 아주 한가득이더라.

 게스트룸에서 살고 있는 거야 뭐야?"





"그게...

 게스트룸에는 스페인에서 알고 지낸

 친구가 와서 지내고 있고,

 그 친구가 남자라서 훈지 씨가 걱정된다고

 집에 와 있는 거야..."





언니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그럼 지금 집에서 남자 두 명이랑

 같이 살고 있다는 거야?"






"뭘 같이 살아?

 잠깐인 건데..."



나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엄마 아빠한테는 얘기하지마!!

 알았지?"





"말하면 어쩔 건데?"





"그럼 나도 형부한테

 언니가 주식으로 날린 돈 말해 버릴거야!!"





"야!! 너 지금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서로 약점 하나씩 알고 있는 거야.

 언니가 비밀 지키면 나도 말 안 해."

 



"정아 너 아주 만나기만 해."





"언니. 나 나가야 돼서 나중에 통화해.
 
 미안~"




나는 언니의 잔소리가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 통화를 끝냈다.





언니와 통화를 마치고

랩탑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마치 온 우주가

나와 훈지 씨의 연애를

방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누님의 약점을..."    <74화 중에서>

Histoires populaires auprès des fans de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