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éros faible / Gardien Sieun] Entre vitesse et distance

Entre vitesse et distance, épisode 1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에 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연시은은 평소처럼 이어폰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고,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벌레 그림자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낮에 틀린 문제 하나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야.”

옆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시은은 고개를 돌렸고, 오토바이 위에 다리를 걸친 채 헬멧을 들고 있는 안수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뭐 하냐.”

“버스.”

“학원?”

“아니.”

짧게 끊기는 대답에도 수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으면서 헬멧을 손에 툭툭 두드렸다.

 

“탈래?”

“안 타.”

“아 왜, 무서워?”

“시간 낭비 싫어서.”

“와, 존나 재수 없다.”

그렇게 말해놓고도 수호는 출발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고, 시은은 그걸 굳이 묻지 않았지만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수호였다.

 

“야, 나 지금 알바 대신 뛰는 중인데 사람 하나 빵꾸 나서 존나 빡센데 너 심심해 보이니까 같이 하자.”

“싫어.”

“돈 줌.”

시은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얼마.”

“건당 나눠먹기.”

“효율 안 나와.”

“그럼 계산해봐, 네 머리 좋잖아.”

수호가 일부러 웃으면서 말하자 시은은 몇 초 정도 진짜로 계산을 했다.

시간 대비 수익.

이동 거리.

지금 집에 가서 할 것.

결론은 간단했다.

“…몇 건인데.”

수호가 씩 웃었다.

“탈 거지?”

시은은 대답 대신 헬멧을 받아 들었다.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빨랐고, 시은은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 걸 수호는 느끼고 있었다.

“야, 그렇게 꽉 잡으면 부러진다.”

“속도 줄여.”

“싫어.”

“위험해.”

“안 죽어.”

“…”

“죽을 것 같으면 말해, 그때는 좀 줄여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호는 골목에 들어서자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였고, 시은은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배달은 편의점이었다.

봉투를 받아 든 수호가 시은 쪽으로 하나를 던졌다.

 

스토리 핀 이미지

“이거 들고 따라와.”

“왜.”

“둘이 가면 빨라.”

“동선 꼬여.”

“야, 그냥 해.”

시은은 잠깐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봉투를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

좁은 공간에서 둘이 나란히 서 있었고, 수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벽에 기대 있었지만 시은은 숫자 올라가는 것만 보고 있었다.

“야.”

“…왜.”

“너 평소에도 이렇게 말 없냐.”

“필요 없어서.”

“나랑 있을 땐 좀 해라.”

“왜.”

“심심하니까.”

“혼자 떠들어.”

“이미 그러고 있잖아.”

그 말에 수호가 웃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 앞에서 벨을 누르기 직전, 시은이 말했다.

“야.”

“어.”

“이거 오래 하냐.”

“뭐를.”

“이거.”

잠깐의 정적.

수호는 문 앞에서 손을 멈춘 채, 시은을 힐끗 봤다.

“글쎄.”

“…”

“할머니 병원비 내야 해서, 그거 끝날 때까진 해야지.”

그 말은 가볍게 던진 것 같았지만, 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문이 열리고, 배달을 넘기는 동안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조금 더 꽉 잡았다.

 

다시 내려오는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너 계속 할래?”

“…”

“생각보다 잘 맞는데, 우리.”

“착각.”

“아니 진짜.”

수호는 장난처럼 말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덧붙였다.

“너 계산하고, 나는 몸 쓰고.”

“…”

“완벽하잖아.”

시은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수익 나쁘지 않으면.”

“와, 얘 진짜 돈밖에 몰라.”

“맞아.”

“솔직해서 좋네.”

그날 이후 연시은은 밤마다 오토바이에 타게 됐다.

공부 시간 말고 남는 시간에.

그리고 안수호는 그걸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아직 둘 다 모르는 건 이 일이, 그냥 알바로 안 끝난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