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éros faible / Gardien Sieun] Entre vitesse et distance

Entre vitesse et distance, épisode 5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날, 교실 안은 시험 끝난 분위기답게 소란스러웠고 대부분의 애들이 떠들거나 자고 있는 사이에서 연시은은 평소처럼 자리에서 문제집을 펼쳐 놓고 있었지만 펜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창가 쪽에서 그걸 한참 지켜보던 안수호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시은 앞까지 걸어와 책상을 손으로 톡 두드렸다.

“야, 너 오늘 공부 하나도 안 했다.”

“…했어.”

“거짓말하지 마라, 아까부터 한 줄도 안 넘어갔다.”

“상관없잖아.”

“상관 많거든, 나 심심하니까.”

시은은 대답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수호를 봤다.

“…왜 자꾸 붙어 다녀.”

“싫냐.”

“아니.”

“그럼 됐네.”

 

스토리 핀 이미지

그 대답이 너무 간단해서 시은이 말문이 막혔고, 수호는 아무렇지 않게 옆자리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야, 오늘 끝나고 나랑 좀 가자.”

“어디.”

“좀 볼 데 있다.”

“알바?”

“아니, 학교.”

“…이미 학교잖아.”

“아니 말고, 뒤쪽.”

시은은 잠깐 멈췄다.

벽산고 뒤쪽, 거의 안 쓰는 체육관.

사람 없는 곳.

“왜.”

“그냥.”

“그냥은 이유 아니야.”

수호는 잠깐 웃다가,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애들이 너 건드리려 한다.”

정적이 흘렀다.

“…누가.”

“어제 복도에서 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미리 가보자는 거지.”

시은은 한참 말이 없었고, 수호는 팔을 뻗어 책을 툭 닫았다.

“야.”

“…왜.”

“이번엔 나 말 좀 들어.”

 

하교 후, 둘은 말없이 학교 뒤쪽으로 걸어갔고 비가 오진 않았지만 공기가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체육관 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안쪽에서 낮게 떠드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미 와 있네.”

수호가 작게 말했다.

“…몇 명.”

“셋, 넷 정도.”

시은은 바로 계산을 했다.

공간 구조, 출구, 시야.

“…굳이 들어가?”

“도망칠 거냐.”

“효율 안 나와.”

“야.”

수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 진짜 그 말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니까.”

“근데 가끔은 틀린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호가 먼저 문을 밀고 들어갔고, 안에 있던 애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왔네.”

어제부터 시선 느껴지던 애였다.

“연시은, 너 요즘 좀 까불더라.”

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옆에서 수호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

“말 걸면 대답 좀 해라.”

“넌 뭐냐.”

“같이 온 사람.”

“끼어들지 말고 빠져.”

수호가 피식 웃었다.

“그거 좀 힘들다.”

“왜.”

“얘가 혼자 다 하려 해서.”

그 말이 묘하게 가볍게 들렸지만,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명이 먼저 다가왔다.

“야, 시험 잘 본다고 뭐 되는 줄 아냐?”

시은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말했다.

“…할 말 끝났으면 비켜.”

“뭐?”

“시간 아까워서.”

그 말에 상대 표정이 바로 굳었고, 그 순간 한 명이 먼저 손을 올렸는데

그걸 수호가 잡아냈다.

“야.”

“…놔.”

“선 넘지 마라.”

“뭐 어쩔 건데.”

“지금은 그냥 넘어간다.”

“안 넘기면.”

잠깐의 정적.

수호가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럼 내가 안 넘긴다.”

그 말은 낮았는데, 확실했다.

뒤에 있던 애들이 눈치 보듯 서로를 봤고, 분위기가 애매하게 틀어졌다.

그 틈에 시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야.”

“…왜.”

“가자.”

수호가 잠깐 시은을 봤다.

“…지금?”

“응.”

“얘네 그냥 두고?”

“응.”

“왜.”

시은은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시간 아깝다며.”

수호가 웃었다.

“와, 이거 따라 하네.”

“배웠어.”

둘은 그대로 돌아섰고, 뒤에서 욕이 몇 개 날아왔지만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체육관 밖으로 나오자 공기가 확 풀렸고,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야.”

수호가 먼저 말했다.

“…왜.”

“너 아까 왜 말렸냐.”

“안 말렸어.”

“나 더 할 수 있었는데.”

“알아.”

“근데 왜.”

시은은 발걸음을 멈췄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

“누가.”

“…너가.”

그 말이 생각보다 조용하게 나왔다.

수호가 멈췄다.

“야.”

“…왜.”

“지금 그거”

“그냥 사실 말한 거야.”

“…”

“비효율이라서.”

수호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웃었다.

“야, 너 진짜.”

“…왜.”

“이상하게 말하는데 다 들린다.”

“뭐가.”

“걱정하는 거.”

시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야, 연시은.”

“…왜.”

수호가 한 발짝 가까이 왔다.

“다음부터는”

“…뭐.”

“그냥 그렇게 말해.”

“어떻게.”

“걱정된다고.”

짧은 정적.

시은이 작게 말했다.

“…싫어.”

“왜.”

“…이상해.”

“안 이상해.”

“…”

“난 좋다.”

그 말이 끝나고, 둘 사이 거리가 아주 조금 줄었다.

 

그날 이후 연시은은 더 이상 혼자 다 하려고 하지 않았고,

안수호는 굳이 떨어질 이유를 찾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서로가,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