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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그대를 연모합니다 06














애써 확 달아오른 마음을 꾹 눌렀다. 하마터면 속수무책으로 내 설렘을 들킬 뻔 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회피였다. 바~로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자, 그러면 이제 다음으로..”

“아, 다음?ㅋㅋ”

“촬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에피소드라…”


오빠가 곰곰이 생각하는 자세를 취했다. 에피소드…라면 사실, 차고 넘치는데 이 오빠가 뭘 말할 지 궁금하긴 했다. 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키스ㅅ.. 이건 좀 스포일러가 될 우려가 있으니 제껴두고. 첫 촬영 때를 말해야 하나? 그때 뭔일이 있었더라… 이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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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후반부에 아주 중요한 장면이 하나 있지.”

“응? 어떤 거?”

“…말하진 못하겠고.”

“…아?”


뒤늦게 이 오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주 중요하고 찌인한 장면 하나 있지. 키스신을 언급할 줄이야… 간 큰 오빠.응. 알죠 나도.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바람에 나만 쩔쩔매는 중.


“그…치? 중요하지? 아마?”

“여주는 뭐 생각나는 거 있어?”

“어… 나는,”


아까부터 느꼈던 거지만 참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뚫릴 것처럼 정말 적극적으로. 절로 내가 시선을 피하자, 자꾸만 내 시선을 맞춰오는 그에게 알게 모르게 간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냐, 일에 집중해. 그래서 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 기억났다. 우리가 늘상 겪는 에피소드.”

“아…ㅎ”

“우리가 또 한복을 두껍게 입고 촬영을 하잖아?”

“…ㅋㅋㅋㅋ”

“뭔지 알겠어?ㅋㅋ”


너무나도 내가 곧 꺼낼 이야기를 잘 안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 오빠. 애써 고개까지 돌린다. 


“그래서 땀이, 땀이…”

“장난 아니지.”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ㅋㅋㅋ”

“…ㅋㅋㅋ”

“촬영할 때마다 자꾸 어디선가 냄새가 올라와.”


진심, 냄새를 달고 사는 것 같아. 페브리즈를 아무리 뿌려도 너무 더워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도 이젠 코가 제법 적응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 말 대잔치였다. 그 이후로도 쭉. 반말 컨셉으로 하는 인터뷰이다 보니, 할 말 안 할 말 진짜 다 뱉어가며… 뒷일은 편집자분께 맡기는 걸로 하고 편하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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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7
(궁궐 안 전경을 가만히 보는 윤슬(여주)의 뒷모습을 클로즈업)
윤슬: (공허한 눈빛으로 연못을 바라보다 인기척에 눈길을 돌린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이는 하율(태형)이었다. 평소와 같이 뒤로 수십 명의 하인들을 거느리지 않은 미복* 차림의 율. 윤슬(여주)과 뒤를 따르는 궁녀들이 그를 향해 천천히 인사를 올린다.
하율: 한가로이 여기 서서 무얼 하는 것이오.
윤슬: 잠시, (뜸을 들이고) 생각을 비우고 있었나이다.
하율: 참으로 좋겠구려. 하루 중 그럴 시간이 있다니.
윤슬: (아무 말 않는다.)

*미복: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몰래 살피러 다닐 때에 남의 눈을 피하려고 입는 남루한 옷차림
.
.
.




“궐 안에서는 마땅히 왕의 법도를 지키셔야지요.”

“…”

“어찌 차림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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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대의 일을 하세요. 중전.”


나는 알아서 잘 할 터이니. 아무리 연기라지만, 극중 초반의 하율과 윤슬의 냉랭한 분위기를 마치 진짜처럼 그려가는 두 주인공의 눈빛에는 한 치의 떨림도 없다. 태형이 천천히 여주를 지나쳐 가고, 여주는 끝까지 감정을 유지하며… 그렇게 컷. 아니나 다를까, 다시 장난기 가득 품고 여주 앞으로 오는 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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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주 양. 눈빛이 너무 무서워요.”

“오빠도 만만치 않아요…”

그 삼백안이 공허할 때 얼마나 무서운데. 일부러 겁 먹은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거기에 또 웃는 오빠. 자긴 그렇게 안 무섭댄다. 웃기지 말라 그래. 진짜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이렇게 편히 대화 나누기도 잠시, 다시 촬영을 해야하는 바람에 각자의 위치로 갔다.





#02-58
하율(태형)이 떠나고, 다시금 혼자 남겨진 윤슬(여주)는 곁의 상궁과 대화를 나눈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그들을 돌려보낸 후, 얼마 머지 않아 갑작스레 신을 벗더니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 연못에 발을 담근다.
(N)(=나레이션) 윤슬: 이제는 너무나도 지치고 힘이 듭니다. 전하 곁의 지어미인 저는 무능하기 짝이 없지요. 저도 이런 생을 사는 게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도움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저의 죽음을 이용해 반역자들을 내치고, 전하의 자리를 지키십시오. 반드시 국정의 안정을 되찾으십시오. 부디, 이런 저의 선택을 용서하소서.
연못의 물에 발끝부터 차례로 몸이 잠기는 윤슬(여주)을 보여주며… 2화 마무리.




여주는 비녀와 장신구 여럿을 빼내어 신발 옆에 뒀다. 그리곤 천천히 연못의 두터운 수심 아래를 향했다. 여주의 버선, 그리고 청색의 치맛자락이 차례로 물에 잠겼다. 결심한 듯 눈을 지그시 감자 눈물이 툭 털어졌다. 하체가 모두 잠기고 뒤이어 저고리 끝이 수면에 닿았을 때 컷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있던 스탭들이 곧바로 대형 선풍기와 수건을 들고 뛰어왔다.


“우와, 짱 시원해!”


그러나 여주는 턱 끝까지 잠기는 물 속이 마음에 든 듯 해맑게 웃으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 찹찹한 물 속 안에 있는 게 너무 좋았거든. 


“감독님, 저 그냥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돼요?”

“ㅋㅋㅋ… 좋으면 그러던가.”


대신 수심 깊은 곳으로 안 가게 조심하고. 어차피 여러 차례 더 찍어야 하니까, 대기 시간동안 굳이 나가지 않기로 하고 물과 함께이기를(?) 택한 여주의 표정은 꽤나 만족스럽다. 감독인 윤기 옆에서 같이 모니터중이던 태형도 그런 여주 보며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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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좋아?”

“완전. 들어올래?”

“어차피 이따 들어가야 해.”


2부는 끝났고, 3부 시작 장면이 하율이가 윤슬이 따라 들어가서 의식 잃은 윤슬이 데리고 나오는 거라. 몸 풀고 있던 태형이었지. 그러다 갑자기 오늘의 점심 메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짜장면 먹고 싶다.”

“나는 냉면.”

“아 진짜~ 우리 안 맞아.”

“이런 더운 날엔 냉면이지..”

“감독님! 감독님은요?”

“냉면.”


그렇게 2:1로 여주 패. 


“진심이요?.. 저 말고 짜장면 땡기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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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아무도 안 계시는데.”

“…쳇”

“여주야, 촬영 들어가자~”

“…네에”


뾰루퉁, 반항의 의미로 입술 삐죽 내민 여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표정 잡고 촬영 준비에 돌입했다. 그렇게 그 이후로 두 번정도 바스트샷을 찍고, 옷 완전히 말리고 연못에 들어가는 장면도 한 번 더 찍었다. 그리고 이제 태형이 물에 들어올 차례.

극 중 설정은 이렇다. 율은 슬을 두고 가버렸지만, 완전히 간 게 아니라 내심 자기가 뱉은 말이 마음에 걸려 한 번만 다시 돌아가볼까 갈등했다. 그러던 도중, 뒤만 돌았을 뿐인데 슬이 연못에서 사라진 걸 보고 놀라 다시금 달려온. 그리고서 벗겨진 신발, 슬이 가장 아끼던 비녀가 바닥에 있는 걸 보곤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드는 율.

대본대로 화면에 잘 찍힌 태형은 두 번만에 끝났다. 내일 모레 수중촬영이 대형수조에서 있을 예정. 율이 슬을 구하는 모습을 찍기 위함이다.


“이제 나가자, 여주야.”

“넹-“

태형이 촬영하는 동안, 카메라 화면에 안 잡히는 연못 구석 쪽으로 가서 계속 물에 잠겨 있던 여주는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 밑의 돌을 딛었다. 그런 여주가 나오기 전까지, 태형이도 안 나가고 계속 지켜보는 중. 중앙부는 수심이 깊어서 혹시나 여주가 돌을 잘못 밟아 사고가 날까 태형이는 내심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위태로워 보였다.

보다 못한 태형이가 여주 쪽으로 향했다. 여주를 향해 손을 내미는 찰나에, 이끼 낀 돌을 밟아 휘청한 여주. 순간 자기도 경직되고 중심을 잃어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빠질 뻔했다. 반사적으로 한 발 더 다가가 그런 여주의 허리를 안아준 태형이 덕에 사고는 면했고. 허리를 감싸안는 태형의 센 힘으로 부쩍 가까워진 둘의 거리에, 화들짝 놀란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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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조심하랬지. 이 칠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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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냥 너무 이 글을 잇고 싶어져서…
끄적이다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