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1화

새벽 두 시.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골목 끝,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피가 번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처리는 끝났습니다."

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이내 라이터를 닫았다.

"보스는?"

"위층에 계십니다."

연준은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랐다.

낡은 건물 3층.

창문 너머로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방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잠깐씩 드러났다.

"왔군."

조직의 보스가 소파에 앉아 연준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연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보스는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메모리 카드를 손가락으로 툭 밀었다.

"현장에 목격자가 있었다."

"...목격자?"

"대학생 하나가 길을 잘못 들어왔다더군."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얼굴은?"

"우리 쪽 애들이 쫓았는데 놓쳤다."

보스는 연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찾아서 없애."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살려둘 이유가 없다는 뜻.

연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메모리 카드를 집어 들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네가 직접 처리해."

그 말을 끝으로 연준은 방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며 카드 속 사진을 확인한 그는 걸음을 멈췄다.

사진 속에는 후드티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학생이네."

아직 스무 살도 조금 넘었을까.

겁먹은 얼굴이 화면 너머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연준은 사진을 잠시 바라보다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누군가가 전력으로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다!"

"놓치지 마!"

조직원들의 고함이 골목을 울렸다.

연준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골목 끝.

흠뻑 젖은 후드티 차림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듯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달리는 모습이었다.

연준은 사진을 다시 켰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찾았다."

범규였다.

그때 범규도 연준을 발견했다.

순간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범규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끝났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검은 정장.

차가운 눈빛.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분명 저 사람도 그들과 한패였다.

범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젠장...!"

발이 미끄러지며 바닥에 넘어졌고 손바닥이 거칠게 긁혔다.

일어나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범규는 겁에 질린 얼굴로 눈을 감았다.

"살려..."

떨리는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하지만 예상했던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조용히 해."

"...뭐?"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만 들어."

연준은 범규의 손목을 붙잡은 채 골목 안쪽의 어두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조직원들이 골목 입구를 뛰어 지나갔다.

"이쪽으로 갔어!"

"찾아!"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정적.

범규는 눈앞의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왜..."

죽이러 온 사람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자신을 숨겨주는 걸까.

연준은 닫힌 문 너머의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범규를 바라봤다.

"오늘부터 넌 죽은 사람이다."

범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연준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널 숨겨줄 테니까, 절대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마."

범규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당신은 대체 누구예요?"

연준은 대답 대신 창문 밖을 바라봤다.

골목에는 여전히 자신을 믿고 움직이는 조직원들이 범규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연준은 처음으로 조직의 명령을 거스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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