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i dans le volet

Épisode 12. Hors des clous

전시 오픈 첫날.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진부 앞은 유독 붐볐다.

 

 

“와… 이거 봐.”

“이 시리즈 뭐야 진짜…”

 

 

정국의 사진 앞.

조명이 살짝 어둡게 깔린 공간에서

그의 사진들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져 있었다.

 

 

검을 든 순간,

숨을 고르는 순간,

그리고—

렌즈를 바라보는 눈.

 

 

누군가 말했다.

“이거… 누구 보는 거 같지 않아?”

 

 

여주는 멀리서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저건 연출된 시선이 아니라는 걸.

 

 

반대편.

민규의 사진.

 

 

여주는 렌즈를 들고 있거나,

혼자 서 있거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이건 좀… 현실 같아.”

“되게 조용한데 계속 보게 돼.”

 

 

 

 

여주는 그 말 앞에서 멈췄다.

그 사진 속 자신은

확실히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복도 끝, 조용한 벽.

 

 

세 사람이 담긴 사진.

정국, 민규, 그리고 자신.

 

 

그 사진 앞엔 사람들이 오래 머물렀다.

“이게 제일 좋다.”

“스토리 있는 느낌인데?”

“누가 찍은 거야?”

 

 

여주는 아무 말 없이 그 사진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이 사진이 제일

자기 자신 같았다.

 

 

 

 

전시가 한창인 오후.

 

 

여주는 혼자 사진들 사이를 걸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정국의 사진 앞.

여주는 멈췄다.

 

 

사진 속 자신은

렌즈 뒤에 있었지만—

표정이,

웃고 있었다.

 

 

자각하지 못했던 순간.

하지만 분명히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조금은… 좋아하는 얼굴.

 

 

민규의 사진 앞.

여주는 또 멈췄다.

 

 

사진 속 자신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눈은 어딘가를 보고 있었고,

표정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사람이 있는 사진.

여주는 그 앞에서

오래 멈췄다.

 

 

한 프레임 안.

세 사람.

그런데—

시선이 다 달랐다.

 

 

민규는 여주를 보고 있었고,

정국도 여주를 보고 있었고,

여주는—

 

 

“…아.”

그제야 알았다.

 

 

사진 속 자신은

정국 쪽을 보고 있었다.

 

 

그건

의식한 적 없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가장 솔직한 방향이었다.

 

 

전시 마지막 날, 저녁.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간 복도.

 

 

조명이 조용히 내려앉고, 사진들만 남아 있었다.

여주는 마지막 사진 앞에 서 있었다.

 

 

 

 

“여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정국이었다.

 

 

여주는 돌아봤다.

정국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하나 말 안 한 거 있는데.”

 

 

“처음 봤을 때.”

“…?”

 

“너 체육관 문 앞에 서 있었잖아.”

여주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때부터였어.”

정국이 말했다.

 

“네가 나 찍기 전부터,

나는 이미 너 보고 있었어.”

 

 

짧은 정적.

 

 

여주는 조용히 웃었다.

“…나도 알아.”

“사진 보니까 알겠더라.”

 

 

“…뭐가.”

“내가 어디 보고 있었는지.”

 

 

여주는 한 걸음 다가갔다.

“나,”

“….”

“이미 너 보고 있었어.”

 

 

 

 

정국이 숨을 내쉬듯 웃었다.

“…그럼 됐다.”

 

 

그리고 잠깐, 서로를 바라보다가—

정국이 먼저 말했다.

“…그래서.”

“…?”

 

 

“이제 찍는 거 말고,”

정국이 한 발 더 가까이 왔다.

“…같이 있을래?”

 

 

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장난도 아니었다.

 

 

여주는 잠깐 멈췄다가,

“…응.”

짧게 대답했다.

 

 

정국이 웃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그럼 우리,”

“…사귀는 거네.”

 

 

 

 

여주는 그 말에 작게 웃었다.

“…이제야 말하네.”

“그럼 뭐야, 아니야?”

“아니긴.”

 

 

여주는 자연스럽게 정국의 손을 잡았다.

이번엔

확인하듯이, 확실하게.

 

 

그날 이후.

둘은 더 이상 애매하지 않았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또 찍어?”

“아니, 너 기다리는 중.”

 

 

수업 끝나면 자연스럽게 같이 내려가고,

점심시간엔 늘 같은 자리에 앉았다.

 

 

 

 

체육관 뒤.

여주는 카메라를 들고 정국을 찍다가 멈췄다.

 

 

“왜 안 찍어?”

정국이 물었다.

 

 

“…지금은 안 찍어도 돼.”

“왜?”

 

 

여주는 웃었다.

“매일 보니까.”

 

 

 

 

정국이 피식 웃었다.

“…그럼 나만 손해네.”

“왜.”

“넌 나 찍어봤잖아.”

 

 

잠깐의 정적.

 

 

여주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럼 대신—”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이건 그냥 눈으로 봐.”

정국이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

“…그게 더 좋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국이 여주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여주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기대었다.

 

 

 

 

셔터 속에 담긴 순간들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셔터 밖에서 이어진 감정은 계속 남아 있었다.

 

 

셔터 속에 담겼던 너는 어느 순간부터,

매일,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