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 l'époque : encore

02 | 19e j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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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

진득한 한숨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쇼파에 팔을 걸쳐앉은 박지민의 옆엔 많은 술병들이 보였다.

술을 진탕으로 먹은 지민이 고개를 젖히며 눈꺼풀을 느리게 감았다 떳다. 12월 31일. 김여주의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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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왜 그 새끼한테 널 보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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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러면 너가 먼저 갈 일도 없었는데..

박지민은 김여주를 좋아했다. 그래서 김여주가 좋아하는 김태형에게 그녀를 보내줬다. 슬펐다. 슬펐는데 _

[ 김여주가 죽었어, 트럭에 치였어.. 나 때문이야.. ]

그날 김태형에게 걸려온 전화. 아직도 김태형이 한 말이 박지민의 귓가에서 아른거렸다.

그래, 네 탓이야. 너 때문에 여주가 죽은거야. 이렇게 말 하고싶었다. 그러나, 참아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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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태형 개새끼. 미안하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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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썩을 놈.

썩을 놈. 그 말이 한없이 날카롭게 들렸다.

그리고 그때, 눈 앞이 아찔하게 흔들렸다. 쿵, 그대로 머리가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때의 시간은 11시 59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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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라도 떠있듯 귀가 멍멍했다. 눈을 떳을때 살짝 열린 커튼 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세어나오고있었다.

꿈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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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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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짓도 이제 10년했다고 멈추는건가.

진짜 신이 있기라도 한가. 어처구니가 없는지 실소를 터뜨렸다.

그런데, 뭐지. 왜 낯익는데 어색하지. 뭔가 이상했다. 올 블랙이었던 집 인테리어가 왜 갑자기 이래졌지? 심지어 뭔가 매우 낯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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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꿈을 안꿔서 미쳐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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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 내가 예전에 살던 집인데?

김태형이 제 볼을 꽉, 잡고는 마구 잡아당겼다. 아프다. 더럽게 아프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그건 김태형의 신경 밖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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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꿈인데 생생하네. 진짜 미쳤나보내.

그리고 침대 맡에 있던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 액정에 보이는 날짜는 다름아닌 20••년 3월 4일.

김여주가 죽었던 해와 김여주를 처음만났던 날. 핸드폰을 확인한 김태형이 빠르게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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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엄마!!

“응?”

아침준비를 하고있던 엄마가 김태형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젊다. 엄마가 젊어졌다.

김태형의 턱이 당장이라도 빠질듯 벌어졌다. 가스를 잠구고 친히 김태형의 턱을 닫아주던 엄마가 말했다.

“턱 빠진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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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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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엄마. 오늘이 몇일이지?

“오늘? 20••년 3월 4일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모든것이 생생하다. 김태형의 몸이 돌처럼 빳빳하게 굳었다.

그럼 나.. 10년 전으로 돌아온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