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 masculin
01. Le point de départ de l'amour non partagé



2학기 시작 첫날. 개학식. 여름방학이 끝난 아쉬움을 뒤로하고, 늘 가던 골목에 들어선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윤여주
꼬맹이- 안녕. 언니 보고 싶었지?

꼬맹이, 제 이름 한 번 불러주니까 쫄래쫄래 나에게 오더니 안겨버리는 이 녀석은- 내가 몇 개월 전부터 알기 시작한 길 고양이.

비록 매일 보고 어제도 봤지만, 학교 가는 시간에 보는 건 오랜만이라.


이 녀석을 안 이후부터는, 내 용돈의 일부가 사료에 소모되기 시작했고… 하루 일과 중 하나가 고양이 보는 게 되어버렸다.

원래 동물을 그다지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런 애를 어떻게 안 예뻐할 수가 있겠냐구.

고등학교 입학식 날 본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내 관심사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 조그마한 녀석. 얘도 내 관심을 싫어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서 이젠 거의 내가 보호자가 됐다.


윤여주
언니 학교 다녀올게. 그때까지 잘 있어야 해, 알았지?

이마 살살 보듬어주니까, 좋은지 눈 살며시 감는 모습이 아주 예뻐죽겠단 말이지.

윤여주
이상한 사람 따라가지 말고- 언니 기다려.

정말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얌전히 제 집 안으로 들어가는 꼬맹이.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감는 모습조차도 귀여웠다.

키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벌써 이 생각만 수천 번은 더 한 것 같다.




무사히 학교에 도착하고… 1학기와 다를 것 없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운 아침 자습 시간의 교실.

유난히 더 시끄럽다… 했는데, 다름 아닌 자리 배정표가 칠판에 붙어있더라.

칠판 앞에서 웅성거리는 애들이 자리에 앉아주기만을 기다린 나는, 칠판 앞이 한산해진 후에야 배정표를 확인했다.


나이스~ 일단 맨 앞줄은 제쳤고… 내 이름이 아닌 이름들을 지나치고 난 뒤에, 눈에 들어온 내 이름은 놀랍게도 맨 뒷자리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2학기에 좋은 일만 있으려나 보다!

윤여주
…?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내 이름 '윤여주' 옆에 붙어있는 이름으로 인해 어깨가 축 처졌다.

그래, 윤여주가 웬일로 운이 좋나 했더니…


그렇게 배정된 자리로 걸어가려 뒤를 도는데, 마침 뒤에 있던 남자애하고 부딪혔지, 뭐야. 내 이마가 그의 팔에.

윤여주
아, 미안.




…그래, 얘가 한 달 동안 내 짝이 될 친구다. 이름 박지민.

보이다시피, 말 워낙 없는 데다가 생긴 것도 차갑게 생겼다. 수시로 백금발과 금발 번갈아가며 탈색하는가 하면, 매 수업 시간을 제대로 들은 걸 본 적이 없는.

게다가 한 학기동안 말 한 번… 했나? 그래, 한 번은 했겠지.


일단 통성명은 이따가 하는 걸로. 방금 눈빛 한 번에 쫄아버린 나는, 오도도도 황급히 자리로 가 앉았다. 와… 진짜 세상 부담스러운 자리네.

윤여주
…….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오는 건,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은 무슨. 현실이다.

너 큰일 났어. 윤여주.



예상했지만, 역시나.

과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업 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있던 박지민이었다. 이제는 쌤들도 포기한 것처럼 얘한테는 눈길조차 한 번 안 왔고.

좋은 점…이라고 말하기 좀 그런데, 좋은 점이 있다면- 덕분에 내가 발표할 일이 적어졌다는 것.

선생님의 눈길을 자연스레 피할 수 있으니, 간혹 마음 편하게 졸 수도 있다는 게 좋긴 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너무 불편해.

비유를 하자면, 낮잠 자는 호랑이가 내 옆에 있는 느낌이랄까. 언제 깨어나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심장만 고장 난 것처럼 계속해서 뛰고.



그렇게 쉬는 시간, 점심 시간이 되면-


"박지민, 교무실로 오래."

선생님의 부름을 대신 전해주는 이가 있기도 하고


-"교내에 있는 박지민 학생, 1층 교무실로 오기 바랍니다."

교내 방송으로 불려가는가 하면,


"혹시 안에 박지민 학생…? 그래, 따라와."

직접 교실까지 찾아온 선생님들에 의해 불려가곤 했다.


윤여주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그런 박지민을 볼 때마다, 새삼 낯설더라. 오늘 오전 내내 지켜본 결과 수업 시간엔 잠만 자고 쉬는 시간에만 잠시 나갔다 오는 게 다인데.

대체 뭐 때문에 교무실 단골이 된 건지… 쓸데없는 호기심도 발동하고.


그렇게 몇 안 되는 절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금방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그였다. 그대로 다시 책상에 엎어지기 마련이었고.


내가 얘랑 짝하면서, 한 번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긴 할지… 험난한 앞길이 예상되는 하루였다.



윤여주
…그렇다니까. 말 한마디를 안 해.

"그래도 조용한 게 어디야. 너한테 피해 가진 않잖아."

쫍쫍. 하굣길에 매점에서 산 꽝꽝 언 설레임 아이스크림을 어떻게든 먹어보겠다는 친구 옆에서-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너 아직도 그 길고양이 키워?"

윤여주
키우는… 건 아니고, 그냥-

"키우는 게 아니긴, 고양이 털 다 묻혀오고선."

교복 마이 끝자락에 붙어있는 하얀 실뭉치를 본 모양이다.

윤여주
키우는 건 아니야-.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집에 데려가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 안 해줘. 어쩔 수 없이 매일 보기만 하는 중.


"…근데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 하나에 그렇게 정성 쏟을 생각을 다 해."

나는 그런 거 못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친구에, 나도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인 줄은 고양이 먹이 챙겨주면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친구랑 이야기하다 꼬맹이 생각난 김에,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했다. 뭐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그렇게 골목으로 접어드는 입구에 다다르던 참… 골목 안으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계하고 보자는 마음에, 골목으로 들어가진 않고 건물 벽을 가림막 삼아 고개만 내밀어 조심스레 골목 안을 들여다보는데… 어라?

우리 학교 교복이다.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애가, 낮은 담장 위로 올라간 고양이를 향해 상체를 숙여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뭐라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음에도,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다는 건 진작에 알았고.

우리 학교에 나만큼 고양이한테 진심인 사람이 있을 줄이야. 왜인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져 홀로 뿌듯해 하는데…





?

나 방금 잘못 본 거 아니지.

분명 어떤 애가 세상 맑게 웃고 있었…


…박지민이다.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봐도, 그가 맞았다. 대박...



수업 시간엔 수업 하나도 안 듣고, 교무실 불려다니는 게 일상인 그가 길고양이랑 놀아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그래, 아마 그때가 지독하게 이어질 짝사랑의 시발점이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