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ts et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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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다음날, 그 다음날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 회사에서도 직원 군기 잘 잡고, 가끔씩 부장이 던진 시덥지 않은 농담에 호응도 해주면서. 평소와 같이 말이야.

윤기 사실 바람 핀 거 맞아. 여주가 전에 봤던 여자 윤기 부서 여직원임. 여주와는 외적으로 많이 다른 여자야. 집안도 좋고 성격도 좋고, 일 처리도 똑부러지는데 웃을 때면 누가 봐도 사랑스럽다 할 만한 젊은 여자지..

묘하게 여주랑 닮은 점이 많아서 눈이 갔는데 그닥, 여주한테 구애했던 것 만큼 열렬하게 좋아했던 건 아니거든.

근데 윤기도 나이가 차니까 슬슬 결혼부담 생기고, 여주도 질리고..게다가 그 여자도 윤기 좋아하는 게 너무 티나는거야. 타이밍 딱딱 들어맞고 결국 여자가 회식 끝나구 같이 가던 길에 고백한 거, 윤기가 나름 여지 줬던 거겠지..

여주랑 헤어지자마자 윤기가 확실하게 정리하구..서러워 울먹이는 모습마저 여주 울 때랑 너무 닮아서 뭔가 더 착잡해지는 윤기야.

윤기 혼자 산지 일주일째 되던 날, 혼자 인스턴트 카레 데우면서 이것저것 상념에 잠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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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오빠 또 인스턴트 먹어요?

김여주

(투덜투덜) 그런거 먹지 말라니까

김여주

내가 밥 해줄게요 그다려요

민윤기 image

민윤기

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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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인스턴트같은 거 먹으면 기겁하면서 투덜투덜 밥하던 여주, 그런 여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던 저녁..뭐 이런것도 떠오르고 자기를 보며 말갛게 웃어보이던 여주 얼굴이나 집중할 때면 부리같이 툭 튀어나온 입술..이런 것도 떠오르지.

그러나 항상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끝은 유난히도 말라가던 허리, 사랑한다며 울먹였던 마지막 통화..이런 거에 머무르게 돼. 여주랑 헤어진 이후, 뼈저리게 자기행동 반성하는 윤기..

윤기 주말에 소파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멍하니 있는데 티비 옆 틈에 끼워진 노란 액자 보임. 맞아. 여주가 마지막으로 시선을 두던 그 액자야

그거 홀린 듯 집어드는데 그 안에서 환하게 웃는 여주 모습이 너무나 찬란해서 울 것만 같아.

민윤기 image

민윤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민윤기 image

민윤기

....넌 어디있는거야

윤기 액자에 끼워진 사진 보는데 불빛에 비친 사진 위로 글자 자국 보이지. 허겁지겁 사진 뒤집는데 여주가 한자한자 꾹꾹 눌러쓴 메모가 보여.

'오빠! 나 여주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놀러가주지두 않고.. 요즘 일하는 거 많이 바쁜거죠..일 잘하는 우리 오빠 너무 멋진데..

시간 나면 나랑 데이트 좀 해주라. 이거 발견하는 날, 오늘부터 지난 날짜만큼 뽀뽀해주기! 오빠가 이거 언제 볼라나.. 오빠, 내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죠..사랑해 민윤기'

윤기 그 메모 보면서 몇 년 만에 소리내서 엉엉 울어..진심으로 여주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민윤기 image

민윤기

나 좀 살려줘 여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