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ume

22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병동이었다

새로 지어진 영국식 병원이라서 그런지

새 콘크리트 냄새와

내 옷에 묻어있던 흙냄새가 동시에 느껴졌다

아저씨

일어났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말 한 마디 들었을 뿐인데

그 사람에게서는 신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신사적이게 행동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내 가족을 찾기에 바빴다

죽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시체를 찾을 생각보다,

가족 중 한 명이 남아있을 거란 기적을 믿었다.

내 후자의 생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철컥

아저씨

꼬마야!

아니나 다를까.

집은 재로 변해 있었다

또 한 번 울부짖을 것 같았지만,

웃음이 나왔다

웃겼다

나 스스로도 모순이 생겼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데,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을 믿고 싶었다

실성에 가까운 웃음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내가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소리가 아주 컸지만,

소리의 속은 텅 빈 깡통 같았다.

아저씨

힘들단 거 알아.

아저씨

난 너를 키워 줄 사람이야.

아저씨

나를 따라와 줄 수 있을까?

내 속에.

결국 소방관은 불을 끄러 오지 않았다.

청소부가 남은 재를 쓸어갔을 뿐이다.

그 청소부는 정말로 섬세했다.

재는 깔끔하게 치우되.

빗자루로 쓸다 속에 상처가 생길까봐 아주 조심히.

천천히 조금씩,

재를 쓸었다.

어린 렘퓨즈

...

어린 렘퓨즈

아저씨의 이름은 뭐에요?

아저씨

내 이름?

아저씨

내 이름은...

톰 켄티

톰 켄티야.

톰 켄티

왕자와 거지에 나오는 거지의 이름과 같아.

톰 켄티

쉽게 외울 수 있겠지?

나는 톰 켄티를 죽였다.

직접 죽이진 않았다.

그의 분신 같은,

그를 떠올리게 하는,

인형을.

죽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