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écrivain regarde



어린 한예화
엄마!


어린 한예화
엄마?

아홉 살의 생일을 코 앞에 둔 예화가 골목 골목을 뛰어다닌다.

아직 연한 선홍빛만 감도는 눈과, 새카만 흑발. 귀까지 걸려 있는 입꼬리.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들어간다, 사라져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서.


어린 한예화
으우, 엄마 어디 가써?

엑스트라
쟤가 걔야. 저주받은 애.

엑스트라
눈 새빨간 것 좀 봐… 징그러워 죽겠어.

예화의 능력인 시섬은 몇 세기 간을 계속해서 「저주받은 특성」이라고 불려왔다.

아직 어린 예화는 그렇게 눈이 붉지도 않았고, 시섬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 했다. 오히려 능력을 역으로 사용한 듯이 사람을 치료해줄 때도 있었다.

예화의 심성은 고왔으니까.


어린 한예화
…….

엑스트라
들었나 본데? 빨리 그냥 지나가자. 우리도 저주받을라.

예화는 애써 눈물을 닦고 다시 어머니를 찾으러 길 사이로 들어갔다.

예화의 어머니는 심한 종교인이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낳은 자식이 악마의 자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어린 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예화의 능력이 발현되자마자 예화를 떠났다.

거기에 예화의 아버지는 국가에서 날고 기는 재벌이었음에도 예화에게 유모 한 명만 붙여주고, 성인 여성 한 명이 살기에도 좁은 지하 방 한 켠만 내주었다.

그런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예화는 예쁘게 잘 자라났다.

그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유모의 덕택도 있고, 원래 심성이 착하고 밝은 점도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새로운 황녀가 지목을 받았다.

그 황녀의 이름은 이여주.

예화와 같은 일곱 살이었고, 옅은 갈색 머리에 짙은 초록색 눈을 가지고 있는 마인드킹 소유자였다.

모든 종교인들이 「축복받은 능력」인 마인드킹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녀를 신처럼 추앙했고, 그녀에게 모든 걸 바치고 싶어했다.

예화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진심으로 황녀를 존경했고, 그랬기에 여덟 살이 되던 해에 벌어진 황실 연회에서 황녀를 보기 위해 그 먼 성까지 걸어갔다.

그 때까지는 아무도 예화를 저주받은 소녀라고 부르지 않았다.

연회가 벌어지고, 새로운 신탁이 전달되기 전까지는.

황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마음에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던 예화는, 본인의 생일이 황녀와 똑같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기뻐했다.

이여주가 새로운 왕관을 받을 때에는, 손을 열심히 움직여 박수까지 쳐 주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신전에서 새로운 신탁이 내려왔다.

『칠 월 이십사 일에 태어난, 올해로 여덟이 된 소녀는 절대로 신을 섬기지 못하는 저주받은 아이이다. 그녀를 가까이 한다면 마음이 뒤틀려 죽음에 이를 수도, 악마를 눈 앞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칠 월 이십 사 일은, 예화의 생일이었다.

예화에게 신경도 쓰지 않던 귀족들은 일제히 여주를 바라보았고, 여주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왕족들이 신탁에 대해 고민하며 여주를 황녀의 자리에서 폐하려고 할 때, 여주가 예화를 가리키며 외쳤다.


어린 이여주
그건 저 애가 틀림없어요.


어린 이여주
악마처럼 빨간 눈에 검은 머리카락이라니. 쟤가 저주받은 애가 틀림없어요. 당장 왕궁에서 끌어내세요.

이여주의 말에 술렁인 「실런」의 국민들은 예화를 피했다.

그렇게 실런에서 철저히 배제당하고 무시당하면서 자란 예화는, 능력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된 열네 살에 그를 만났다.


어린 이여주
날 보호하고 싶다고 말해.


어린 박지민
…널 지켜줄게.

어두워진 한 골목에서, 눈이 청록색으로 물든 소년과 눈이 초록색인 소녀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 쪽으로 눈이 붉은 소녀가 조용히 뒤쫓았다.

예화는 그 때 황녀님이 잘못 말하신 거라고, 어떻게든 왕비의 자리를 가지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계속 되뇌였다.

그리고 자신이 저주받은 아이가 맞는 것이라고.

적어도 몇 년 동안 지켜 준 유모가 있으니 자신은 아주 저주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화는 그만큼 착했으니까.

그들을 계속 쫓아가자, 한 검은 옷의 사내가 둘을 뒤쫓는 것이 보였다.


어린 한예화
나처럼 황녀님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봐.

조용히 그들을 뒤따르던 예화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순식간에 깨달았다.

그 사람의 손에는 시퍼렇게 빛나는 칼이 들려 있었다. 마인드킹이라는 너무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황녀를 사살하라고 보내진 사람이었다.

잠시 굳어 있던 예화는 앞으로 달려갔다.


어린 한예화
황녀님을 지켜야 해…!

그 때,

예화가 달려오는 소리를 들은 여주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차갑기 그지 없는 눈으로, 생기 없는 지민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어린 이여주
니 몸을 바쳐서 저 사람을 막아.


어린 한예화
잠시만요, 황녀님! 그렇게 하면 저 애가 죽어요!

여주는 예화를 바라보았다. 눈에 동정심이 가득 담겨 있다.


어린 이여주
근데?


어린 이여주
쟤가 죽는 게, 뭐가 중요하지?

지민은 금방이라도 두 자루나 되는 칼을 든 사람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자세를 취했다.

여주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앞으로 걸어가다가, 지민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예화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무 것도 안 담겨 있는 차가운 웃음.


어린 이여주
어디 저 멍청이랑 같이 죽어 보던지.


어린 이여주
저주받은 소녀의 보호를 받은 애는 얼마나 기분이 더러울까?

그 때 예화는 깨달았다.

저 사람은 착하고 아름다운 황녀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 것을 해가 뜨듯이 흔한 일 쯤으로 여겨 버리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예화는 여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 지민의 앞으로 뛰어들어, 살인마에게 시섬을 사용했다.

그리고 살인마를 죽이지도 못 하고, 기절만 시켜두고선 본인도 쓰러졌다.

매사에 친절했던 예화가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을 리는 없었을 테니까.

바스락, 바스락.


어린 박지민
일어나.

예화는 햇빛이 떨어지는 풀밭 위에서 눈을 떴다. 옆에는 청록빛의 눈이 아닌, 갈색의 눈을 한 박지민이 앉아 있었다.


어린 박지민
날 도와줘서,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


어린 한예화
…고마워?


어린 박지민
응, 고마워.

예화는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유모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그녀는 밝게 웃었다.


어린 한예화
내가 더 고마워!

그렇게 예화와 지민은 친구가 되었다.

예화는 모두에게 잘해줬지만, 지민은 예화에게만 잘해 줬다.

그렇기에 지민의 마음 속에 예화는 점점 커져갔지만, 예화의 마음 속 지민은 그저 친절한 아이였다.

예화는 점점 강해졌고, 잘해줘야 할 사람과 잘해주지 않아야 할 사람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열일곱. 그녀가 어느 정도 차가워졌다고 느낀 그녀의 유모는 이렇게 말했다.


벨라
예화야, 「비아」로 가지 않을래?


한예화
비아요? 거기는 공부벌레들이 가는 곳이잖아요. 저는 아직 공부를 못 해요, 벨라 언니.


벨라
전교 석차 이 등인데 뭘 못해. 비아로 가면 너의 능력을 더 잘 시험할 수 있을 거야.


벨라
그리고 곧 「유토피아」라는 학교가 개장한다더라. 공중섬에 있는 곳인데, 마법을 가진 애들만 갈 수 있는 곳이래.

유모 벨라는 늘 진심으로 예화를 생각했다.


벨라
너무 공부만 하는 곳도 아니고, 애들도 다 평등한 곳이래. 이제 저주받은 아이 소리 안 들어도 되잖아, 예화야.


한예화
저주받은 아이 맞잖아요. 언니도 이제 언니 삶 살아야죠, 전 여기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요.


벨라
지민이가, 거기 간대. 걔는 널 챙겨 주니까 괜찮을 거야. 응?


한예화
알았어요, 비아로 가자는 얘기죠?

예화는 비아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모범 학생으로 생활했다.

지민과 함께, 학교 내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기대한 것처럼 멋지게 유토피아로 들어갔다.

그러나 일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박지민
힌예화, 한예화! 정신 차려 봐, 제발.


박지민
…제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