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miné] Je me suis fait prendre par un conglomérat
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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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an
청춘의 프롤로그에서 만난 너


김여주
꿈 .. 이었구나 ..
이마에 흥건하게 고인 식은땀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며 여주는 눈을 떠올렸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 직전의 침묵 속에서, 심장 소리만 귓가에 크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꿈에서조차 태산의 무심한 눈빛과 '내 마음엔 너밖에 없으니까'라는 사기성 짙은 대사가 너무 생생했다. 여주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혼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미쳤어, 김여주. 진짜 미쳤나 봐. 평소에 얼마나 신경을 썼으면 꿈에까지 나와 ..

김여주
아 .. 창피해 진짜 ..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은 꿈속에서 태산이 놀려대던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현실의 한태산은 절대 그런 간지러운 말을 할 위인이 아니었다. 남들한테는 차갑다 못해 칼바람이 불면서, 유독 여주 앞에만 서면 괜히 시비를 걸어대는 전형적인 츤데레였다.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거웠다. 교문을 통과해 교실 문을 열기도 전에, 여주는 복도 한구석에서 풍기는 특유의 존재감에 멈칫했다.

한태산
야, 김여주

김여주
앗!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태산이 여주를 발견하자마자 낮게 불러세웠다. 길쭉한 기럭지와 살짝 구겨진 교복 셔츠, 그리고 늘 그렇듯 무심한 표정.
갑자기 불쑥 나타난 꿈속의 주인공을 실물로 마주하자, 여주는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뻔하며 가방끈을 세게 움켜쥐었다.

김여주
너, 너가 왜 거기서 나와 .. ?!

한태산
복도에서 나오지 그럼 어디서 나오냐. 그리고 넌 아침부터 사람 얼굴 보자마자 왜 발작을 해.
태산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여주 쪽으로 한 걸음 걸어왔다. 압도적인 피지컬이 여주 위로 그늘을 드리웠다. 소심한 여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 묘하게 익숙한 향이 풍겨왔다. 꿈에서 맡았던 그 풋풋하고 짙은 향수 냄새였다.

한태산
너, 아침 먹었어?

김여주
어? 아 .. 아니 .. 바빠서 ..
태산이 귀찮다는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는 뭔가를 꺼내 여주의 손에 툭 던지듯 쥐여주었다.
딸기 우유와 작고 동그란 빵 하나.

한태산
선도부한테 뺏길 뻔한 거 억지로 들고 온 거니까 잔소리 말고 먹어라.

김여주
이, 이걸 왜 나한테 .. ? 그리고, 어떻게 선도부한테 이걸 안 뺏긴거야 .. ?

한태산
거스름돈 남아서 샀어. 너 매번 아침 안 먹고 와서 교가 부르다가 쓰러질까 봐 그러는 거니까 착각하지 마. 그리고 선도부는 .. 얼굴 들이대면서 봐달라 하니까 그냥 보내주던데?
태산은 무심하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여주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터덜터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뒷모습만 보면 세상 차가운 사람인데, 여주의 손에 쥐어진 딸기 우유는 손끝이 시릴 정도로 시원했다.

김여주
' 그냥 잘생김으로 선도부 꼬신거잖아 .. ! 진짜 차가운 건지, 다정한 건지 .. '
여주는 손에 쥐인 딸기 우유를 꼭 껴안았다. 꿈속의 그 직진 대사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한태산의 무심한 배려는 여주의 소심한 심장을 사정없이 흔들어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