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esté, je vous aime.
04. Je suis contrarié(e).



이대휘
후…….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 아직도 저래.

나와 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이다. 그런데 노예가 아닌 사람들은 모르겠지. 평생 동안 맞는 거? 그런 것 따위는 없을 거잖아.

돈 벌고 먹고 살기만 하면 되고. 저 사람이 노예제도를 없애주기만 한다면 이렇게 미워하지는 않을 텐데.


이대휘
그런데 나 지금 어디 가고 있는 거야? 여기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나와버리고. 대체 길이 왜 이렇게 꼬여있는 건데.

머리를 괜히 쓸어 넘기며 가다가 보인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왜 나의 천사 성운 님은 이때 구해주지 않는 거냐고.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니 괜히 우울해졌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하늘이란 거는 이렇게나 행복하게 있고. 차라리 나와 닮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으면 좋겠다.


하성운
허억, 대휘 님 왜 여기 혼자 계세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데…….


이대휘
저를요? 어, 설명하자면 좀 긴데. 많이 걱정하셨다면 죄송해요..!

아래 입술을 쏙 내밀며 죄송하다고 하니 오히려 더 미안해 하시며 손사래를 하셨다. 앞으로 성운 님이랑 같이 다녀야겠다. 이렇게 걱정하시는데 도망만 칠 수는 없지. 대신에, 그 망할 왕은 피하는 거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은 싫단 말이야.


하성운
혹시 폐하랑 싸우신 건 아니죠? 폐하께서 이렇게 혼자 내버려 두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대휘 님 안색도 많이 안 좋아 보여요.


이대휘
아…….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음, 이건 싸운 것 같기도 하고, 안 싸운 것 같기도 하고.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실 노예거든요. 그러니까 저 한테 잘 해주지 마시고…….

말 하다가 울컥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어딜 가도 무시 받는 신분, 맞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신분, 길가다가 처음 본 사람에게 맞거나 죽임을 당해도 괜찮다는 신분인 노예.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과연 괜찮을까,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하성운
알아요, 노예 인 것. 그런데 뭐 어때요? 저는 신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요. 똑같은 하늘 아래에서 태어난 사람인데 제가 그걸 무시하고 때릴 수만은 없죠.


이대휘
그, 그럼 저 안 버릴 거에요..? 막 때리거나, 저 피한다거나…….


하성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거든요. 저도 노예제도 싫어해요.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 노예가 아닌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오히려 마음껏 괴롭히고 일을 시켜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아했지. 나는 항상 그런 사람 밑에서만 끙끙대고 있었고.


이대휘
……처음이에요. 성운 님 같은 분은.

말 없이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슬픔, 화남, 억울함 등으로 가득 차있던 마음을 풀어주는 듯했다. 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은 믿을 수 있겠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맑은 아침, 귀여운 새소리가 나를 깨웠다. 아직은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됐다.

아름답게 빛나는 조명들, 놀랍도록 푹신한 침대, 벌레 같은 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 깨끗한 방. 며칠 전만 해도 이런 생활이 나에게는 찾아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대휘
진짜 예쁘다. 이런 보석들은 어디서 나는 걸까, 이 방만 대충 둘러봐도 수십 개는 될 것 같은데.

“들어가도 될까요, 대휘 님?”

문을 가볍게 똑똑 두드리며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꾸 대휘 님이라고 하는데, 왜 나에게 님이라고 부르는지 정말 의문이다. 아마 그 왕이 시킨 것 같은데.

얼른 뛰어가서 문을 살며시 여는 순간 해맑은 소녀 한 명이 여러 개의 차를 담은 접시를 들고 앞에 서있었다. 시녀처럼 보였는데,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이대휘
헙, 이런 걸 왜 들고 있어요? 차는 왜 이렇게 많이 들고 오고…….

“아, 아니에요! 그, 그냥 무슨 차를 좋아할지 몰라서…….”

말을 더듬으며 내 손에 있는 접시를 얼른 다시 가져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차를 7가지나 가져오면 어떡해. 이걸 언제 다 먹으려나,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차를 마셔야 된다니. 내가 당황하는 눈빛으로 쳐다봐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웃기만 했다.


이대휘
일단 고마워요. 그런데 갑자기 차는 왜 가져왔어요? 망할 왕……. 아니, 폐하께서 가져다 주라고 했나.

“음, 앞으로 대휘 님 시녀로 한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그런데 이번 거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에요!”

또 몇 번 웃더니 이번에는 책상에 차를 내려놓고 식기 전에 마셔보라고 말했다. 고맙다고 하며 마시려고 했는데, 계속 웃음꽃을 피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얘는 되게 귀여운 아이구나.


이대휘
안 해줘도 되는데……. 그런데 너 이름이 뭐야?


유 설
저는 유 설이라고 해요. 편하게 설아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더 어리니까요.


이대휘
그래, 그럼 너도 나한테 존댓말 쓰지 말고 말해줘. 내가 더 신분이 낮은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를 높여 부르는 지 모르겠었다. 이게 다 그 망할 왕 때문이야. 지 맘대로 신분을 바꾸고 난리라니까. 설아는 내가 노예라는 걸 모르겠지? 아무도 안 알려줬을 테니까.


유 설
신분이 더 낮다니요? 안 돼요, 폐하께서 꼭 높이시어 부르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 말 어기면 전 죽는 것과 같은 걸요.

아마도 그 망할 왕이 또 무슨 말을 한 것 같다. 대체 이 어린 애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나중에 내 눈에 보이기만 해 봐. 왕 이던지, 말던지. 난 네 놈 죽이고 본다.


이대휘
……걔 말 안 들어도 돼.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그러니까 말 놓아도 괜찮아.


유 설
그, 그렇게 말하면 폐하한테 안 혼나요..? 걔라고 부르면…….

아차, 습관이 되어서 그만 말이 잘못 나와버렸다. 그래도 망할 왕이라고 안 말한 게 다행이지, 걔라고 말한 게 어디야. 뭐, 걔는 망할 왕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어, 망할 짓을 하니까 내가 망할 왕이라고 부르지.


이대휘
혼나는 게 무섭나, 그냥 그때만 좀 아프고 마는 거지. 너무 두려워하지마, 너한테만 안 좋은 걸.

나는 혼나는 게 일상이었지. 잘못 안 해도 혼나고, 맞는 걸 반복했고. 그냥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맞는 것도 안 무섭지. 익숙하다고 말하면 되려나.


유 설
그런가……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오늘 루비아 왕국 왕자님께서 잠시 밑으로 내려오라고 하셨어요!


이대휘
루비아? 그게 누구…….

설마 그 미친 왕 옆에 있던 왕자인가? 박우진이라고 했나, 지가 올라오면 될 걸 왜 나보고 내려오래? 이 불편한 옷 또 입기 싫단 말이야. 보석 주렁주렁 달려있고, 몸에 딱 달라붙는 옷.


유 설
왕자님 만나러 가시는 거니까, 이런 옷 입으면 어떨까요? 머리도 빗어 드릴게요. 화장은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을 정도로만…….


이대휘
화, 화장도 한다고? 그러면 그 폐하 만나러 갈 때는 얼마나 더 꾸며서 가야 되는 거야..?


유 설
그때는 엄청 멋지게 해서 가야죠! 걱정 마세요, 저 나이는 어린데 이런 거는 잘 하거든요.

잠시만, 그 왕은 나한테 매일 올 텐데 계속 어제처럼 꾸며야 된다고? 싫어, 나 안 할거야! 내가 왜 그 놈들한테 잘 보여야 되는데, 화장까지 하면 더 달라붙을 거라고!


유 설
장식품은 제가 골라드릴까요? 저 이 옷에 잘 어울리는 거 알아요, 이게 블랙로즈인데…….

반짝이는 여러 장식품들을 가져와서 나에게 어떤 게 좋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나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데, 설이는 다 달라 보이나 보다.

그 많은 장식품들 중에서 대충 검은색 장미 꽃을 골랐다. 설아가 제일 예쁘다고 한 건데 내가 또 해줘야지.


유 설
짠, 이거 예쁘죠! 자, 이제 화장 조금만 할게요. 얼굴 조금만 내려봐요.

설아가 집중해서 나를 꾸미는 동안 3시간 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저기, 조금만 한다는데 왜 3시간이나 지난거죠? 설아야,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망할 왕 만나러 갈 때는 얼마나 꾸미고 갈거니.




더 꾸미려는 설아를 겨우 말리고 수많은 계단을 걸어서 1층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가보니 나보다 몇 배나 더 멋지게 차려 입은 사람이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폐하란 놈아, 거기서 뭐 하니?


김동현
뭐야, 네가 여기는 왜 나왔어? 이렇게나 예쁘고 차려 입고.


이대휘
네가 신경 쓸 건 없잖아. 그보다 내 몸에서 손은 떼지?


김동현
귀만 만졌을 뿐인데 예민하기는. 어제 일 때문에 삐진 건가.

자연스럽게 그 말을 무시하고 지나쳐갔다. 그보다 왕자는 어디 간거야? 불러놓고 나타나지를 않아. 안 부른 놈만 여기 있고 말이야. 설마 자기 왕국으로 돌아간 건가?


이대휘
박우진은 어디 있어? 루비아 왕국 인가, 벌써 돌아간 거야?


김동현
귀엽게 말 해주면 답 해줄게.


이대휘
…….

카운트다운 세면 되는 거지? 자, 삼, 이, 일…….


김동현
아, 아 미안. 박우진 걔는 어제 갔지.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이대휘
갔다고? 벌써? 아니, 그러면 나를 왜 부른 건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꾸몄는데!!

어이가 없어서 발을 쿵쿵 굴렸다. 너 만나려고 3시간을 꾸몄다고. 나를 대체 왜 부른 건데.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죄다 이 꼴이냐고! 설아랑 성운 님 말고는 다 별로야. 이기적인 놈들만 있고.


김동현
걔 만나려고 이렇게 준비 한 거야? 그럼 박우진 없으니까 바로 들어가야 되네.


이대휘
……3시간 넘게 했는데 바로 들어가라고..? 너무 허무하잖아…….


김동현
그럼 나랑 같이 있다가 갈래? 아니, 같이 있자. 너 할 일도 없잖아.


이대휘
아니거든, 나도 할 일 많아! 그럼 나 갈…….

도망치려고 하자 내 팔을 꽉 잡고는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멀리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 가니까 따뜻한 향기가 주위를 맴도는 게 느껴졌다. 꽃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이러니까 떨어지기가 싫어지네.


김동현
예전과는 다르게 안 떨어져 나가려고 하네. 이제 나한테 마음이 좀......아아!


이대휘
뭐라고요, 폐하? 마음이 뭐요. 내가 뭐.


김동현
아, 아니……그래도 나 너한테 최대한 잘 해주고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좀 속상하다.


이대휘
…….


김동현
어……그러니까 내 말은..!


이대휘
속상은 개뿔, 누가 속상하다고? 아니, 폐하!!!!!






휘슬 / 로휘
둘이 투닥거리는 게 제일 재밌어😆 이번 화는 뭔가 재밌어서 4600자 정도 썼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짧아 보일까... (3시간 정도 의자에...)


휘슬 / 로휘
저 진짜 이 글 살리려고 애를 쓰는 중이거든요...다들 눈팅 말고 손팅 부탁드립니다..! 구독도😭 완전 열심히 쓰는 중🙏🏻


휘슬 / 로휘
그럼 이번 화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