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esté, je vous aime.

05. Cauchemar

이대휘 image

이대휘

참 나, 그래서 지금 저한테 최대한 잘해주고 있는 거라고요? 제 앞에 안 나타나는 게 제일 잘 해주는 거거든요.

김동현 image

김동현

……너 왕이 이렇게 해주는 거 봤어? 다른 왕이었으면..!

이대휘 image

이대휘

누가 그렇게 하래요? 안 해줘도 되거든요.

여전히 밝은 날, 나는 한결같이 투닥거리기만 한다. 대체 저 사람은 언제까지 날 따라오는 거야? 몇 십분 째 졸졸 따라다니고 있잖아. 안 보이는 곳으로 피해도 금방 와서 예쁘다며 귀 만지고 있고. 안 그래도 다쳐서 아파 죽겠는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아프다고요! 노예제도는 다 폐하가 만들었으면서, 이런 거 하나 몰라요? 피 났…….

상처 나고 긁힌 귀를 조심조심 만지며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몇 개월 전에 다친 게 아직도 아프다니. 조금 울먹이자 당황하며 하려던 말을 더듬었다. 뭐야, 나 다치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김동현 image

김동현

미, 미안. 야, 그럴 때는 빨리 말 했어야지..! 어디 보자, 얼마나 다쳤는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저리가요. 진짜 미워, 내 마음 하나도 몰라주고.

심술이 나서 무시하고 지나쳐갔다. 아까처럼 피하기만 하면 또 달려와서 붙잡을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놓아주었다. 아프다고 해서 그런가,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나온 김에 산책이라도 하고 갈까. 아, 여기 탈출도 한 번 해볼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분홍색 장미 꽃을 앉아서 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많이 봤던 한 여자가 옆에서 나를 어이없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지, 이 사람은. 내가 뭐 잘못했나?

이대휘 image

이대휘

어……. 저기, 혹시 누구세요?

이재희 image

이재희

너 나 몰라? 델리나에서 왔잖아. 어제부터 폐하 옆에서 뭐하는거야…….

델리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설아가 저번에 말해줬던 것 같은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왕국이었던가? 그래서, 지금 나보고 너는 나 안 무섭냐, 라고 하는 거지?

이대휘 image

이대휘

아아, 그래서 그게 왜요? 그 나라 공주라도 되시나 보네요, 그리고 저 폐하 옆에 간 적 없고요, 그 사람이 제 옆에 오는 겁니다만?

이재희 image

이재희

허, 그래 나 그 나라 공주 맞아. 알면서도 말투가 이 모양이네? 야, 네가 옆으로 갔잖아.

장미꽃을 보물같이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그걸 빼앗아서 꽃이 꺾이도록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손은 가시에 긁혀서 조금씩 피가 나고 있었고.

송글송글 피가 맺히는 걸 보고 시익 웃음을 보였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폐하랑 결혼을 하려고? 내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이재희 image

이재희

이거 내가 그랬다고 하면 그땐 그 자리에서 죽는 거야. 내가 일 저지르기 전에 얼른 나가자?

내 목을 살짝 조르며 비웃었다. 설마, 내가 노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나? 이재희가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는 진한 검은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뒤돌아 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 피가 흐르고 있는 손을 스윽 쳐다보았다. 이 정도는 뭐, 아프지도 않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피가 묻은 손으로 다시 하던 산책을 계속 했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장미 되게 예쁘다. 다른 꽃들도 봐볼까?

그렇게 혼자서 온갖 꽃들을 보며 산책하다가 군사들이 훈련하는 곳까지 와버렸다.

그곳에는 전에 봤던 기사 단장, 전 웅이 있었고, 칼을 들고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멋진 모습에 감탄해서 입을 떡 벌리고 보았다. 우와, 기사 단장이란 사람 되게 멋진 사람이었구나?

전 웅 image

전 웅

……거기서 뭐하십니까? 이런 곳 오시면 안 됩니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왜, 왜요? 궁금해서 온 건데. 그거 저도 배워보면 안 돼요?

내가 물어봐도 아무 말 없이 칼만 만져댔다. 지금 나 약해 보이고, 힘없고, 칼 하나도 못 들을 것 같아서 무시하는 거지? 그렇지? 입을 삐쭉 내밀며 들고 있는 칼을 집어 들려고 했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아, 악! 아니, 나도 하고 싶다고요!!

전 웅 image

전 웅

허, 위험하게 지금 무슨 짓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휘 님처럼 약하신 분은 더더욱.

이대휘 image

이대휘

진짜 너무하시네. 저 그렇게 안 약하거든요? 가르쳐주세요! 잘할 수 있다구요.

발을 동동 구르자 피식 웃으며 다시 훈련을 시키려고 군사들을 불렀다. 이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하고 조금만, 조금만 지금 군사들이 하는 것을 보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참을 집중해서 보다 보니 해가 지고, 훈련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아차, 나 조금만 있다가 가기로 했는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그냥 기사 단장님이랑 같이 들어갈까. 곧 어두워져서 무서운데…….

칼을 휘두르는 시늉을 막 하다가 뒤에서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말투를 듣고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 저 싸가지 어떻게 알고 왔대. 가볍게 무시하고 웅이에게 곧바로 달려갔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맑은 두 눈이며, 코나, 입술은 또 얼마나 멋진지…….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마저 멋지게 보였다. 뭐야, 완전 미남이었잖아?

전 웅 image

전 웅

아직도 안 가시고 계셨습니까? 곧 어두워 집니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괜찮아요. 기사 단장님께서 저 데려다 주실 거잖아요? 저 폐하라는 사람이랑은 같이 있기 싫거든요!

김동현 image

김동현

……뭐라고? 너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메롱. 그래서 어쩌라구. 혀를 쏙 내밀며 약을 올려도 뭐가 좋은지 동현이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뭔데, 왜 화 안 내? 약올리려구 그런건뎅.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웅이의 표정을 보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둘 다 무섭게 왜 그러는데?

김동현 image

김동현

거기 있지 말고 이제 들어가자. 형도 얼른 오고.

이대휘 image

이대휘

아, 아니 나 기사 단장님이랑 갈 거야! 이 사람이 진짜!!

절대 안 가려는 내 팔을 붙잡고 질질 끌어갔다. 내가 네 장난감이냐고 이 미친놈아!! 아마 이 세상에 폐하에게 함부로 욕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고도 아무 벌도 안 받는 사람은 더 없을 거고. 솔직히 이 정도면 나 죽어야 되는 거 아니야?

김동현 image

김동현

……뭐야, 이거? 손 왜 이래?

이대휘 image

이대휘

어, 그거? 장미 만지다가 긁혔는데. 뭐, 별 거 아냐.

이게 어떻게 별 게 아닌데? 누가 그랬는데? 장미? 죽었어, 장미 새끼. 혼자서 더럽게 웅얼웅얼 거리네. 이상한 사람 본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게 뭐가 아파, 살짝 긁힌 건데 호들갑은.

김동현 image

김동현

대체 뭐가 살짝인건데! 당장 장미를 다 꺾어버려야 되나. 너 오늘부터 밖에 못 나가.

이대휘 image

이대휘

뭐? 야, 그건 감금이잖아!! 네가 뭔데 날 가둬. 장미 없애기만 해 봐!

동현이 막 대드는 나를 보고 머리를 집었다. 그러면서도 상처 난 내 손은 계속 만지작거리며 걱정하고 있었고. 네, 이런 사람이 노예제도를 지금까지도 안 없애고 있습니다. 피가 몸 전체를 뒤덮은 적도 있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김동현 image

김동현

이거 다른 사람이 그랬지? 누가 상처 냈는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나 혼자 장미 만졌다가 이렇게 된 거라니까? 나 피곤해, 들어가서 쉴래.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서 그만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때 거짓말을 했었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사실대로 말을 했었어야 됐는데.

대휘와 동현이 가고 난 뒤 웅이는 혼자 남아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동현이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내 마음을 알고 이러는 걸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걸까. 안 그래도 잘 표현 못하는 마음을 대휘가 와서부터 더 심해졌다.

전 웅 image

전 웅

전 웅 진짜 싫다. 내성적이고, 말도 툭툭 내던지 듯이 하고.

전 웅 image

전 웅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사실 좋아한다고 말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잘난 직업도 아닌 기사 단장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한다고 생각하면 차마 고개를 못 들 것 같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비웃겠는가. 고작 이런 사람이 왕을 좋아한다고? 하며 코웃음만 하겠지.

전 웅 image

전 웅

이대휘, 그 애는 대체 뭘까. 사람들을 다 제치고 제일 윗자리에 앉아있는 방법.

대휘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당돌하고, 자신감이 높은 아이인줄만 알았다. 곧 목이 베어 죽어버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그저 부러움 마음만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이 질투로 변해버렸지.

동현이 자신에게 대휘에게 대해주는 것의 반만이라도, 아니, 반의 반만이라도 잘 대해주었으면 했다.

웅이는 항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이 동현이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이대휘 image

이대휘

……뭐야, 여긴 또 어디야..?

세상이 온통 다 깜깜했다. 검은색 공간에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꿈인가? 꿈이 이렇게 생생할 리가 없는데.

으스스한 느낌이 들고 귀에서 죽은 영혼의 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 같이 하늘로 가자는 말, 죽으라며 저주하는 말이 들렸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그, 그만해! 꿈인데 왜 이렇게 생생한 건…….

박서훈 image

박서훈

노예야, 거기는 또 어떻게 빠져나갔어? 도망치면 죽는다고 말했는데

이대휘 image

이대휘

……!!!

옛날에 나의 주인, 박서훈이다. 일을 해도 때리고, 가만히 있어도 때리고, 시키는 일을 다 해와도 매를 맞았다. 나에게 너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로, 간절히 죽고 싶었지. 죽으려고 해도 사슬로 묶어두어서 마음대로 칼을 들고 죽을 수도 없었고.

이대휘 image

이대휘

네, 네가 왜 여기에…….

박서훈 image

박서훈

제 발로 안 들어오면, 알지? 네 가족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다 죽는 거야.

이대휘 image

이대휘

…….

꿇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머리채를 잡아서 고개를 들게 만들고는 악마처럼 웃어댔다. 다시 나의 발에 족쇄가 채워지고,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서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박서훈 image

박서훈

좋게 말할 때 한 번에 듣자, 노예야.

이대휘 image

이대휘

시, 싫어..!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울면서 크게 소리칠 때, 박서훈이 손을 높게 들고 나를 때리려고 했다. 눈을 질끈 감는 그 순간,

이대휘 image

이대휘

허억..! 사, 살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있는 방 안에 있었다.

내 방에 있는 것을 알고 한숨을 쉬며 축축하게 땀으로 젖은 내 옷을 확인했다. 하얀색 옷이 젖고, 침대에도 땀이 흥건히 있었다. 최근에 꾼 꿈 중에 제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꿈이었으니 그렇겠지.

이대휘 image

이대휘

흐, 흐으……폐하…….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폐하를 찾았다. 펑펑 울며 계속 폐하, 폐하를 부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방을 똑똑 두드렸다. 내 꿈에 나온 박서훈, 그 사람이 찾아온 줄 알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방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내가 그렇게 찾는 폐하가 방 문 앞에 덜덜 떠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당장 달려와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폐, 하..! 무서웠어요……흐끅, 박서훈…….

김동현 image

김동현

가, 갑자기 왜 울어? 평생 안 울 것 같은 사람이 울고……악몽이라도 꾼 거야?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잠시 내 품에서 떨어지려는 폐하를 더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안 하면, 박서훈이 또 나와서 나를 괴롭힐 것 같기 때문에. 떨어지면 나를 더 안 안아줄 것 같기에 더 안았다.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당황했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말없이 계속 토닥여 주었다.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고 훌쩍훌쩍 눈물만 흘렸다.

이대휘 image

이대휘

박, 서훈이 나와서 나 괴롭히고..! 자꾸…….

더 울컥하고, 마음이 자꾸 아파만 와서 눈물이 말을 가려버렸다. 이때까지 못 울었던 것을 다 울어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한다고 생각한 사람 앞에서, 평생 미워만 할거라고 생각한 사람 앞에서.

울음을 다 그치고 하려던 말을 계속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또 잠에 빠져들어서 폐하의 품에서 포근히 잠에 들었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박서훈이 누굴까. 내 사람을 괴롭힌 놈이라면 어떻게든 찾아서 죽여버리는 게 맞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잠들어 있는 대휘를 빤히 바라보다가 머리를 잘 정돈해주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침대에 눕혀 부드러운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가시에 베여서 상처가 난 손에 짧게 입맞춤을 해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노예제도, 네 말처럼 없애야 되는 게 맞는 걸까.

휘슬 / 로휘 image

휘슬 / 로휘

와...이거 쓰느라 6시간을 끙끙댔어요ㅋㅋㅋㅋㅋ 에구 내 허리...

휘슬 / 로휘 image

휘슬 / 로휘

그리고 제가 4화를 1월 10일에 올렸더라고요...이거 올리는 날은 1월 31...(진짜 죄송합니다 진짜ㅠㅠ)

휘슬 / 로휘 image

휘슬 / 로휘

갑자기 확 바빠지는 바람에 이 글을 신경 못 썼네요😢 앞으로는 까먹지 않고 글자수 빵빵하게 준비 하겠습니다...

휘슬 / 로휘 image

휘슬 / 로휘

그럼 다음주 토요일 날 다시 봅시다👋🏻 꼭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