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여자의 서바이벌 도전기

7. 이러는 이유

"...아, 그게..."

- "그래서 빨리 출발하라고 한 거였구나. 이 시간까지 남자랑 둘이서 뭐 했는데요?"

"그분은... 이번에 프로그램 나오시는 친한 연습생 오빠인데, 제가 여준이로 살아가야 하니까 도움을 좀..."

-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어요? 그 남자를 숨기려던 이유는 뭐고. 그리고 오빠라고 하는 건 뭐지? 짜증나게."


분노가 목까지 차오른 수빈은 잡고 있던 핸들을 빠르게 돌리며 유턴했다. 그 모습을 본 여주는 놀라, 지금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내 집이요. 소원 들어준다면서요. 진지하게 대화 좀 해보게. 내가 왜 이러는지도 궁금할 거 아니야. 다 알려줄게요.


...


수빈의 집에 도착하고, 생각보다 넓은 집 내부를 보며 놀란 여주. 연습생이 왜 이렇게 잘 살아요? 여주가 어색함에 말을 꺼내봐도 수빈은 아까부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계속 무표정과 침묵을 유지했다. 뻘쭘해진 여주는 조용히 수빈의 뒤만 졸졸 따라갔다. 여주를 소파에 앉힌 수빈은 여주의 바로 옆에 앉았다. 여주는 정면에 있는 꺼진 TV만 응시한 채, 수빈이 먼저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렸다.


- "우선 내 이야기부터 할게요. 궁금했죠? 그동안 내가 여주님한테 대체 왜 이랬는지."

"네..."

- "예전에 기억해요? 한밤중에 한강 앞에서 모자 쓰고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오열하던 사람을."


... 


여주는 그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머릿속에 가득한 부정적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한강으로 밤 산책을 하러 간 여주가, 어느 벤치에 앉아 우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를. 여주는 그 사람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조용히 다가가 가지고 있던 휴지를 건네고 그 사람 옆에 앉는 여주.


"저기요, 무슨 일 있으세요?"

- "...실패, 했어요."

"네?"

- "이번에도... 실패했어요."

"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해 봐요. 성공할 때까지. 제가 응원할 테니까."

- "...이미 여러 번 실패를 겪었는데도요? 저는 아마 더 할 수 없을 거예요..."

"..."

- "사실 제가 아이돌 연습생이거든요. 그룹 데뷔를 하고 싶어서 매일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늘 데뷔조까지는 가는데 거기서 떨어지고, 나이는 점점 먹어가니 미래가 너무 불안해요... 저는 꼭 가수가 하고 싶은데."


그 말을 들은 여주는 본인의 경험을 자신의 친구 경험이라고 말하며 진심으로 공감했다.


"음... 제 친구도 지금 연습생인데요.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이 오래된 편이에요. 그 친구도 몇 번 실패했거든요. 특히 그 친구는 그룹보다 솔로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인데, 솔로 데뷔가 그룹으로 데뷔하는 것보다 기회가 더 없는 거예요. 그래도 묵묵히 작사 작곡을 하면서 기다리더라고요. 언젠가 그 기회가 반드시 올 테니까."

- "..."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연습생들 중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연습생은 꽤 많을 테니까요. 결국에는 버티는 사람이 성공한다, 뭐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해 봐요. 제가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


수빈은 이런 여주의 목소리와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두고 그때부터 매일 여주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기회만 되면 여주가 말한 연습생 친구를 찾아서 여주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샵에서 다시 마주친 여주의 본인 이야기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수빈. 속았지만 기뻤던 수빈이었다. 다행히도 여주 본인이 연습생이라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


"펑펑 울던 사람이 수빈님이셨어요?"

- "네. 그쪽이 사람 한 명 살린 거예요. 그때부터 매일 그쪽을 생각했어요."

"...저 좋아하세요?"

- "어떨 것 같은데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 "전에 내가 한 말, 기억하죠? 마음에 품어달라고."

"네, 기억해요."


Gravatar
- "저는 짝사랑은 싫어서 쌍방이었으면 좋겠어요. 그쪽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계속 협박해서라도 날 보게 할 거예요. 그러니 제발 나 좋아해 줘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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