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 어린이집

[보넥도 빙의글 / 나페스] 동물 보호 어린이집 7화 : 운수 좋은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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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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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에 힘겨운 몸을 이끌고 문밖을 나섰다. 

비가 보슬보슬 왔다. 

 

하나 "얘들아~ 우산 하나씩 들어~"

 

명명이 "나 노란 우산!"

 

탯풍이 "비 시러… 나 누나 우산 가치 쓸래"

 

삼한이 "삼한이 머리 젖으면 안 대애… 삼한이두 누나 우산…"

 

링링이는 말없이 제일 작은 우산을 펴고 맨 앞에 섰다

 

결국 우산 하나에 셋이 매달리고 링링이 혼자 앞장서는 이상한 행렬로 출근했다

 

병원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명명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코를 킁킁거렸다

 

명명이 "누나아… 저기 머 이써어"

 

병원 문 앞에 젖은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나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상자 안에는 하얀 털뭉치가 들어 있었다

 

유림선생님 "어머 하나 쌤 누가 인형을 버리고 갔나 봐요"

 

마침 출근하던 유림선생님이 우산을 접으며 상자를 들여다봤다

 

하나 "그러게요… 인형이…"

 

꼬물

 

하나·유림선생님 "움직였다!!!"

 

털뭉치가 고개를 쏙 들었다 까만 콩 같은 눈 두 개 까만 코 하나

 

아기 사모예드였다

 

비에 젖어 오들오들 떨면서도 우리를 보고 입꼬리를 쓱 올리며 웃었다

 

목에는 작은 태그가 달려 있었다

 

'No.1129'

 

하나 "…이게 뭐지? 이름인가?"

 

유림선생님 "번호 같은데요?"

 

태그를 뒤집어 봤지만 뒷면은 비어 있었다

 

그때 내 뒤에서 탯풍이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탯풍이 "……또야"

 

링링이가 탯풍이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둘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료실>

 

아이들은 오늘도 유림선생님 손에 이끌려 탕비실로 들어갔다

 

명명이는 창문에 코를 박고 빗방울 개수를 세다가 열 개도 못 넘기고 까먹었다

탯풍이는 탕비실 제일 높은 책상 위에 올라가 비 오는 날 특유의 노곤함에 꾸벅꾸벅 졸았다

삼한이는 거울 앞에 서서 비에 젖은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계속 만지작거렸다

 

삼한이 "삼한이 머리… 망해써…"

 

링링이는 유림선생 옆에 얌전히 앉아 그림책을 넘겼다

 

그러면서도 넷 다 틈만 나면 탕비실 문틈으로 진료실 쪽을 힐끔거렸다 새로 온 하얀 털뭉치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는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이 아기, 겁이 정말 많았다.

 

유림선생님 "아이고~ 안녕~!! 아저씨야~!!"

 

유림선생님이 반갑게 큰 소리로 인사하자, 아기는 깜짝 놀라 내 다리 뒤로 쏙 숨었다.

 

유림선생님 "……저 무서워요?"

 

하나 "목소리가 좀 크셔서…"

 

유림선생님이 탕비실에서 애들을 봐 주는 동안 아기는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대기실에서는 더했다

 

치와와 "왈!"

 

자기보다 세 배는 작은 치와와가 한 번 짖었을 뿐인데, 아기는 낑낑거리며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하나 "아이고, 아기야~ 괜찮아, 괜찮아~"

 

오후가 되자 보슬비는 어느새 장대비가 되어 있었다

 

창밖에서 천둥이 우르릉 쾅 치자, 이번엔 진료대 밑으로 쏙 들어가 꼬리만 내놓고 덜덜 떨었다.

 

하나 "아기야~ 누나 여기 있어~"

 

하루 종일 "아기야~"를 하도 불렀더니, 오후쯤엔 유림핑까지 따라 불렀다.

 

유림선생님 "하나 쌤, 아기 어디 갔어요?"

 

하나 "진료대 밑이요…"

 

그래도 아재개그에는 반응이 좋았다.

 

유림선생님 "아기야~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자는?"

 

유림선생님 "자원봉사자~!"

 

아기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유림선생님 "하나 쌤… 저 두 번째 팬이 생겼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탕비실 문이 벌컥 열렸다

링링이가 쪼르르 걸어 나오더니 유림 선생님 바로 앞에 딱 섰다

링링이 "…아저씨 하나 더 해 주세요"

유림 선생님 "어? 링링아 너도 들을래?"

링링이 "…네 저 일 번 팬이에요"

유림 선생님 "오리가 얼면~?"

링링이 "…언덕"

 

링링이는 정답을 먼저 말해 놓고 혼자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러더니 운아기를 슬쩍 쳐다보고 말았다.

 

 


 

힘겹게 아이들과 퇴근하고 꼬질꼬질해진 아기를 집에서 씻기기로 했다

 

명명이 "내가 씻길래애!"

삼한이 "삼한이두! 삼한이두 할래애!"

 

서로 돕겠다고 욕실로 몰려들었다.

 

명명이는 씻기는 건지 물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고,

탯풍이는 물이 싫다며 욕실 문밖에서 지시만 했다.

 

탯풍이 "거기 귀 뒤 아니 거기 말구"

삼한이는 거품이 머리에 튈까 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삼한이 "삼한이 머리는 안 대에… 오늘 세팅해딴 마리야…"

드라이기를 켜는 순간이었다.

 

위이이잉-

 

아기가 기겁해서 욕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젖은 채로 온 집 안을 뛰어다니다가 거실 한가운데서 멈추더니,

 

부르르르르르-

 

하나·명명이·삼한이 "으아아아악!!!"

 

탯풍이 "…그러니까 내가 물 시타 그래짜나"

 

전원이 물벼락을 맞았다.

 

그때 링링이가 조용히 큰 수건을 들고 다가가 아기를 폭 감싸 안아 주었다.

 

그제야 아기가 떨림을 멈췄다.

 

다 말리고 나니, 아기는 몸이 두 배로 부푼 솜사탕이 되어 있었다.


 

하나 "자, 이제 이름 지어 줘야지~"

 

명명이 "멍멍이!"

탯풍이 "그건 너자나"

 

명명이 "나는 명명이거드은?!"

탯풍이 "솜뭉치"

 

삼한이 "음… 하야코 동그라니까 눈오리! 삼한이는 눈오리가 조아아"

 

다들 한마디씩 하는 사이, 링링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링링이 "…비 오는 날, 운 좋게 누나 만난 아기니까"

 

링링이 "운아기"

 

하나 "……운아기?"

 

하루 종일 "아기야~" 하고 부르던 게 떠올랐다. 거기에 운까지 붙이니 딱이었다.

 

하나 "좋다! 너 이제부터 운아기야!"

 

운아기 "왕!"

처음으로 겁먹지 않은 목소리였다.


 

 

<잠자리에서>

명명이 "막내 생겼으니까 이제 내가 진짜 형이야아!"

 

탯풍이 "그래 그래 형 해"

 

삼한이 "삼한이가 형 할래애!"

 

링링이 “……”

 

탯풍이는 소파에 드러누운 채 손만 휘휘 저었다

탯풍이 "형이면 운아기 물두 떠다 조야 대 이불두 펴 조야 대"

 

명명이 “……”

명명이 “…그래두 형 할 꺼야아”

 

결국 명명이랑 삼한이 둘이서 막내 앞에서 서로 형 노릇을 하겠다고 투닥거렸다

 

그날 밤, 천둥이 또 우르릉 쾅 쳤다.

 

운아기가 낑낑대며 형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명명이 "괜찮아아! 형이 지켜 줄게! 나 늑대야아!"

 

명명이가 운아기 앞을 막아섰고, 탯풍이는 툴툴대면서도 손바닥으로 운아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탯풍이 "…울지 마 시끄러워어"

 

삼한이는 운아기 귀를 두 손으로 막아 주었고, 링링이는 해바라기씨를 하나 쥐여 주었다.

 

겁 많은 막내 덕분에, 넷이 처음으로 다 같이 한 팀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토요일 아침이어서 늦잠을 잘 수 있었다. 

 

거실에 꼬마가 다섯 명, 나란히 누워 자고 있었다.

 

그 사이에 처음 보는  동글동글한 꼬마가 끼어 있었다.

하나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제일 늦게 온 막내인데

 

나란히 누운 꼬마 다섯 중에 발끝이 제일 멀리 삐져나와 있는 게 그 애였다

 

형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하나 '…사모예드라서 그런가'

 

그때 막내가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보자마자 큰 몸을 잔뜩 웅크리고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운아기 "누나아… 천둥 또 쳐…?"

하나 "아니야 아기야 이제 안 쳐"

 

덩치는 제일 큰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아기였다

 

뒤이어 깬 명명이가 운아기를 올려다보며 까치발을 들었다

 

명명이 "……내가 형이야아"

 

탯풍이 "니가 올려다보면서 그러면 하나두 안 무서워"

 

 'No.1129' 태그.

운아기 목에 걸린 태그가 눈에 걸렸다 빼 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운아기가 흠칫하더니 큰 몸을 잔뜩 움츠렸다

 

운아기 "…그거 시러어… 만지지 마아…"

 

하나 "…알았어 안 만질게"

아까까지 해맑게 웃던 애가 그 태그 얘기만 나오면 덜덜 떨었다


안녕하세요! 히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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