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나온건지 젖어있다.
그렇다면...
“팀... 아니.. 의건이...?”
“누구 같은데?”
사실 진짜로 구분이 가질 않았다.
의건이가 아닐텐데 또 말투는 의건이 같기도 했다.
“모르겠어?”
짓궂게 웃으며 나에게 한걸음씩 다가온다.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한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툭-
벽에 부딪혔다.
“진짜 모르겠어?”
도망갈 공간이 없어 그와 나의 거리는 계속해서 좁아지기만 했다.
두손으로 내 양볼을 잡은 그 사람은
조금씩, 또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코끝이 닿는 거리,
곧 입술이 맞물릴 것만 같은 거리..
2년동안 죽은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떨리는 이 느낌.
얼마만인지, 면역력이라도 떨어진건지, 미친듯이 긴장이 되었다.
서로의 숨이 볼에 닿아, 그 감촉에 두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건 그 사람의 웃음 소리였다
“풉, 잘 속네. 놀릴 맛나게.”
뒤늦게 뜬 눈으로 본 사람은 틀림없는,
팀장님이다.
“아침부터 그런 장난이 치고 싶으세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여주씨가 못알아보길래. 장난 좀 쳐봤네요.
화났어요? 난 재밌었는데.”
평소같았으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지? 그 표정은?
설렜어요? 너무갔나?”
“..서..! 설레긴 무슨!
장난인거 다 알고 있었거든요?!”
“풉, 아닌것 같은데,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완전 속아서 눈도 감던데?”
“그.. 그건...!”
“말해봐요. 진짜 안 떨렸어요?”
“네. 하나도.”
“얼굴은 딱 나한테 반한 얼굴인데?”
“...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시네요.”
“안좋으면 뭐 어떡하게요.
우리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건,
여주씨의 얼굴이었다.
새근새근 아기 같은 소리를 내며 세상 모르고 자는 얼굴이, 이런 작은 사람을 내가 울렸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도 또 그런 일이 있었겠구나.
처음엔 내 몸이 나도 모르게 남의 집에 있었다는게
화가나고 어이없어 미치는 줄 알았지만,
두번째라서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기분 나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른 아침은
평온하다.
‘이상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처음보는 여주씨인데
볼때마다 가슴 한 편이 아려서.
안 웃는 얼굴이 마음에 걸려서.
항상 우울해 보이는 그 얼굴에 괜히 막 화가나서..’
처음보는데 처음보는 것 같지가 않고,
모르는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의 눈물에 내 마음이 아프고, 그 이유는 감도 잡히질 않고.
하루종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처음만난 그녀가 눈에 밟히는 이유.
그리고 계속 떠오르는 그날 아침의 얼굴.
어쩌면 나,
영문도 모른채 그녀와 함께 누워 있던 그 침대에서,
아주 가깝던 위험한 거리에 마주한 잠든 그녀의 얼굴에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자신이, 마음대로 반해버린 내 마음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서,
명함하나만 달랑 두고 뛰쳐 나온것일까..
“얼른 씻고 와요.
뭐라도 먹고 회사 가려면.”
“네? 팀장님.. 안가세요..?”
“시간이 늦어서 지금 집 들렀다 못가요.
여주씨 남자친구가 여기로 나 데려온거니까,
이정도는 여주씨가 책임져요.
나 여기서 바로 출근할거니까.”
“같이.. 출근을 하자구요...?”
“네. 문제 있나요?
푸흐, 떨려서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는데.”
“아니라니깐요!”
도망치듯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버린다.
나는 설레던데..
나는 떨리던데..
장난치려고 했다가,
진짜 할까.. 잠시잠깐 나쁜 생각도 들던데..
여주씨도 같은 마음이었길,
바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