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02

이한의 집은 으리으리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이한이 한 방에 들어가 옷을 꺼내온다.

이한: "내 누님의 옷인데 그대에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입어보고 불편하다면 좀 더 큰 옷으로 드릴테니 이 방에서 갈아입어보시죠."

이한은 서재희에게 옷을 넘겨주고 방을 나와 문을 잘 잠근다.
다행히 옷은 재희에게 딱 맞았다.
재희는 문을 열고 나온다.

서재희: "다행입니다. 옷이 맞춘 것 처럼 딱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방에서 나온 서재희는 하얀 피부가 더 돋보이는 연노랑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이한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한: "....."

서재희는 옷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서재희: "별로인가요....?"

이한이 흠칫 놀라며 말을 꺼낸다.

이한: "아뇨아뇨....잘...어울리십니다."

서재희는 특유의 말간 미소를 지어보인다.

서재희: "정말요...?? 다행이에요..."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깬 건 이한이었다.

이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한이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한다.
침을 살짝 삼킨다.

서재희: "서가 재희라 합니다."

이한은 입 안에서 서재희라는 이름을 굴린다.

이한: "서..재희..."

이한이 살짝 웃어보인다.

이한: "김가 동현입니다. 다음에, 또 뵙게 되면 좋겠군요."

생각 없이 그 대로 마음에 있던 말이 흘러나왔다.
다행인지 서재희는 웃음을 짓는다.

서재희: "네, 다음에 또 뵈었으면 합니다."

그 때 서재희가 무언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본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손을 내민다.

서재희: "아까 시장에서 산 불란서 사탕입니다.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늘의 마지막 인사는 달달했으면 합니다."

말간 웃음을 지은 그녀와 정확히 눈이 마주친 이한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사탕을 받아든다.

이한: "....감사합니다."

서재희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하인을 따라 전차를 타는 곳으로 향한다.
이한의 귀가 연한 분홍빛이 된 것은 보지 못한 채.

서재희가 떠난 자리에서 이한은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 굴렸다.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한: "....과하게 단 맛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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