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GGEMAR HOLITIK

BGM
https://youtu.be/qV9vCOagFt8







𝑶𝒃𝒍𝒊𝒗𝒊𝒂𝒕𝒆

W. 익명B






















오늘도 난 여전히 걷는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난 머문다. 무엇을 하냐 묻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해줄 수 있다. 그냥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아, 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공원으로 느긋하게 걸어와 매일 앉던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다. 정말 그 뿐이다. 물론 같은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듣는게 함정이지만.
다시 나에게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다.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처음’ 이란 것은 없다. 하지만 처음이라 여기는 이유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기억이 있는 부분에선.
그렇기에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이러한 행동이 처음부터라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이곳에 머문다.









*









이 곳으로 이사온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 높지 않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와 혼자 살기로 했다. 건물이 좀 오래돼서 페인트 칠이 다 벗겨져 있는 것 빼곤 나름 살만하다. 집 앞에 공원도 있고 말이다.
난 이 근처에 직장을 구해 야간 근무를 한다. 즉, 낮에는 집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는 소리다. 밤에 출근하기 전, 나는 몇 개월 간 지켜보고 알아낸 사실이 있다.
 “저 사람은 왜 항상 저기 있을까.”
굳이 낮에 장을 보지 않더라도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창문 밖으로 그 사람이 보인다.
알 수 없었다.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곤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것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냥 그럴 뿐이다.









*









기억이 사라진 지 좀 되었다. 왜 사라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았으면 지금보단 좀 더 나았으려나. 기억을 잃은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 때문에 나는 지금 이러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치, 그렇겠지.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날 찾아오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그냥 그저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갈 뿐.
무엇을 잊었는 지는 알 수 없다. 당연한 것이 아닐까. 기억을 잃었으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은 새로운 기분을 내 보려고 했다. 역시나 같은 시간에 출발하여 같은 시간에 도착하고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이어폰을 꼈다. (왜 걸으면서 이어폰을 끼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묻지 말 것.)
방금도 말 했지만 새로운 기분을 내고 싶었다. 매일 듣던 같은 노래를 바꿔볼까 했다. 음, 매일 새로운 기분을 내고 싶어 매일 이 생각을 하지만 역시나 또 같은 노래를 틀어버린다.
손에 움켜쥔 자그마한 휴대폰 액정을 터치하니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역시 노래는 바꾸지 않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여전히 난 이곳에 머문다.









*









쉬는 날이다. 원래 이런 날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제일 좋은 법. 하지만 난 왜 오늘도 이 시간에 일어나있는가. 그리고 왜 창문을 바라보는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기에 매번 앉아있는 것일까. 두 번째는 저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름이 무엇이고, 직업은 무엇인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고 나이는 몇 살인지. 마지막엔 다가가보고 싶었다. 그 옆을 자연스레 스쳐볼까, 아님 그 근처에서 서성이다 말을 걸어볼까.
아, 둘 다 아닌 것 같다. 이제 신경은 그만 쓰고 휴일을 즐겨야겠다. 하지만 이 생각을 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난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그럴 뿐이다.









*









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앉아있다. 하지만 내 눈 앞에 지나가는 사람은 매번 달라진다. 몇 년째 이 짓거리를 하고 있자니 눈에 익는 사람도 몇 있었다.
난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엔 뜨거운 태양을 느끼기도 한다. 참,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엔 우산을 들고 서 있는다. 그리 다리는 아프지 않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는 순간 느꼈다. 매우 익숙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치듯 지나갔다. 옆에서 나는 음식점의 음식 냄새도, 뒤에 피어있는 달콤한 꽃들의 향기도 아니었다. 익숙한 냄새였다. 분명한 사람 냄새.
눈을 감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너무 순식간이라 누군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그 익숙한 냄새가 나는 사람을 붙잡고 날 아냐고 물으면 안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 여전히 난 이곳에 머문다.









*









아, 드디어 성공했다. ‘그 사람’의 앞을 지나간 것이다. 기나긴 며칠의 고민 끝에 지나쳐보기로 했다.
두근거렸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그에 비례하듯 내 발도 점점 빨라졌다. 드디어 그 사람 앞에 도달했다. 숨은 쉴 수가 없었고 얼굴도 하다못해 귀까지 빨개진게 느껴졌다. 고작 몇 개월간 바라본 사람 앞을 지나는 것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떨리는 것일까. 

지나왔다. 그 사람 앞을 지나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왔다. 터질 듯한 심장은 그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창문 앞에 가 그 사람을 다시 보려고 했으나,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간걸까. 괜히 궁금해졌다.
··· 그냥 그럴 뿐이다.



















1부 마침◿
Bgm_도깨비 사운드 트랙 - 문을 열고 나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