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으로 나가자마자 예슬은 ‘여기가 저승인가...? 이승이랑 완전 똑같이 생겼네. 영화랑은 전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천천히 둘러보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람 소리가 나더니 바로 앞에 어떤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 뭐, 뭐야…? “
“ 이런 사소한 거에 놀라다니, 완전 신입이네. “
“ 한예슬 씨, 맞죠? “
“ 네… 맞긴 맞는데, 누구세요? “
“ 그리고, 대체 어떻게 오신 거예요? “
“ 저는 한예슬 씨의 담당 저승 차사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
“ 아, 안녕하세요! “
“ 오늘부터 예슬 씨는 저와 함께 하실 겁니다. “

“ 네. “
“ 예슬 씨 사정은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 “
“ 제가… 남자를 찾고 있다는 거 말이죠? “
“ 네. “
예슬이 처음 본 석진은 되게 오묘한 표정이었다. 눈은 서글픈데 입은 웃고 있는,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석진은 예슬의 신경 밖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석진은 예슬에게 잠깐 손을 주라고 했고, 손을 건네고 잡자마자 어디론가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이동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속도라 어지러웠지만 땅에 발이 닿아도 빠른 석진을 따라가며 둘러보는 것도 바쁘기에 어지러움은 금방 사라졌다. 그곳에는 저승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다가도 석진을 보면 공손하게 인사했다.
“ 여기는… 어디예요? “
“ 여기는 죽은 망자들의 명부가 들어오는 곳이자, 이승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곳이에요. “
“ 아… 그래서 바쁜 거구나. “
“ 보통 여기서 일하는 사자들은 거의 인턴. “
“ 그럼 저도… 여기서 일해요? “
“ 그렇죠. “

“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 찾기도 바쁜데, 어떻게 여기서 일을 하면서 그 남자를 찾아요? “
“ … 할 수 있어요, 그 남자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으니까. “
“ 차사 님은… 그 남자를 알아요? “
“ 그럼요, 아주 잘 알죠. “
“ 누구… 인데요? “
“ 그건 스스로 찾아야죠, 저도 알려줄 수 없어요. “
“ … 그래요, 내가 꼭 찾을 거예요. “
“ 응… 꼭, 찾길 바라요. “

석진이 명부 보는 방법, 죽은 망자를 데려오는 방법, 저승사자와 망자를 구별하는 방법, 원귀나 악귀를 만났을 때 저승으로 데려오거나 소멸 시키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었다. 석진이 한창 말을 하다가 갑자기 싹 조용해졌고, 의아한 예슬이 고개를 들어 석진을 보니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 차사 님, 괜찮으세요? “
“ 잠시 손 한 번만, 줘볼래요? “
“ 네? “
예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석진에게 손을 건네고, 손을 맞잡자마자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이동했다. 도착하자 그곳에는 윤기가 있었고, 석진은 윤기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 바로 왔네? “
“ 그럼요, 지시받고 바로 왔습니다. “
“ 그럼 김석진 너는 잠시만 나가 있어, 예슬이와 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
“ 네, 알겠습니다. “
석진이 나간 후 예슬은 아직까지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었고, 윤기는 그런 예슬을 본 뒤 손가락을 움직여 예슬이 자기 앞으로 오게 만들었다. 예슬은 놀라 윤기를 쳐다봤고, 자신을 쳐다보는 예슬에게 말을 꺼냈다.
“ 내가 말을 안 한 게 있는 것 같아서. “
“ 뭔데요…? “

“ 너에게 선택권을 줄게. “
“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환생할래? “
“ 환생해도… 그 사람 만날 수 있는 거죠? “
“ 당연하지, 그건 환생하지 않아도 마찬가지고. “
“ 환생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
“ 여기서 계속 저승사자로 일 해야지. “
“ … 음. “
“ 천천히 생각해, 기다릴 테니까. “
“ 결정했어요. “
“ 응, 어떻게 하고 싶은데? “
달맞이꽃_ 무언의 사랑, 기다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