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ga: Bunga





“ 그 남자 얼굴도 안 보이고, 목소리도 모르겠어요. “

“ … 그냥, 추억만 생각난 거죠? “

“ 네, 그런 것 같아요. “

“ 기억난 줄 알고, 괜히 기대했네요. “

“ 네? 차사 님이 왜요? “

“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시 일 하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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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에게 일을 배우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고, 어느새 어두워졌다. 석진은 할 일이 남았다며 자기가 아까 소개해 준 집 위치가 적힌 종이 한 장을 주고는 갔다. 예슬은 다시 한번 ‘저승도 이승이랑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출발했다. 가다 보니 어느새 집에 거의 다 도착했고, 집에서 몇 발자국 남지 않았을 때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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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은 순간 자기가 죽을 때가 생각났고, 그 고통이 지금도 생생히 느껴져오는 것 같았다. 그 남자가 다시 저 골목에서 나타날 것 같았고, 두려워졌다. 예슬은 절대 골목을 혼자 지나가지 못하겠어 다시 석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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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사 님. “

“ 어, 뭐야? “

“ 아직 안 갔어요? 아닌데, 가는 거 확인했는데. “

“ 갔는데, 골목 있길래… 돌아왔어요. “

“ 아, 트라우마? “

“ 어… 어떻게 아세요? “

“ 나 예슬 씨 담당 차사예요,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

“ 나도 조금만 더 하면 일 끝나는데, 기다릴래요? “

“ 아, 네. “



석진은 다시 일에 집중했고, 예슬은 기다리다 못해 잠에 들었다. 석진은 일이 다 끝나고 예슬에게 말을 걸었지만 답이 없자 예슬을 봤고, 석진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은 후 예슬에게 다가갔다. 예슬의 얼굴을 마주 보며 예슬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고, 그런 석진의 눈은 촉촉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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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못난 남자친구라 미안해. “

“ 이렇게 힘들어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과거의 기억을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

“ 그냥, 그냥 모든 게 다 미안해. “


석진이 자는 예슬에게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하며 예슬의 뺨을 어루만져 주었고, 석진의 손길이 느껴졌는지 예슬이 뒤척이며 눈을 슬며시 떴다. 석진은 바로 고개를 돌려 급히 눈물을 훔쳤고, 예슬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아, 미안해요… 깜빡 잠에 들었네. “

“ 괜찮아요, 데려다줄게요. “

“ 손 좀 줄래요? “

“ 아… 지금은 그렇게 이동하고 싶지 않은데. “

“ 걸어가거나 차로 가면 안 돼요…? 아, 차가 없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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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차 있어요. “

“ 그럼 차로 가요. “

“ 그럼 아래에서 조금만 기다릴래요? “

“ 자꾸 기다리라고 해서 미안해요. “

“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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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이 차를 끌고 왔고, 예슬은 뭔가 익숙한 차라고 느끼고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타자마자 석진이 몸을 숙여 예슬의 안전벨트를 해주었고, 예슬의 집 쪽으로 출발했다.


“ 근데, 차사 님. “

“ 응? “

“ 맨날 그렇게 순간이동하면서 차가 왜 필요해요? “

“ 그냥… 이승에서 추억이 많은 차라서 가지고 있어요. “

“ 평소에는 안 타서 그냥 추억용으로 간직만 했는데, 예슬 씨 덕분에 오랜만에 타게 됐네요. “

“ 음… 근데 저한테 이 차가 익숙한 것 같은 느낌은 뭘까요? “

“ 이 차, 익숙해요? “

“ 네, 뭔가 많이 본 것 같아요. “

“ 뭐…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

“ 이승에서… 무슨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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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차사 님 되게 내 과거 모르는 것처럼 말하네요? “

“ 네? “

“ 차사 님 내 과거 다 알고 있잖아요. “







노란 국화_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