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 빙의글/나페스] 김부장

김부장 3화

월요일 오전.

브랜드전략팀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부장님, 오후에 모델 미팅 잡혀 있습니다."

"몇 시죠?"

"두 시입니다."

김여주는 일정표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 예약해 두세요."

"네."

그때 옆자리 직원 둘이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근데 해찬 씨 진짜 신기하지 않아?"

"왜?"

"우리 부장님한테만 먼저 인사하잖아."

"그러게."

"처음엔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김여주는 들은 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

 

 

오후 1시 50분.

회의실.

해찬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김여주가 들어오는 걸 보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김부장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안 늦었습니다."

"..."

"칭찬해 주세요."

회의실에 있던 직원들이 웃음을 참았다.

김여주는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당연한 겁니다."

"아."

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쉽지 않네."

 

 

-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광고 콘셉트.

촬영 동선.

SNS 콘텐츠.

인터뷰 방향.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의견도 갈렸다.

"이 장면은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팬들은 좋아할 수도 있는데요."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습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그때 해찬이 입을 열었다.

"저도 김부장님 의견이 맞는 것 같아요."

순간 시선이 모두 해찬에게 향했다.

"이번 캠페인은 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주인공이잖아요."

"..."

"제가 튀는 것보다 브랜드가 기억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김여주도 처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판단이 냉정하네.'

괜히 인기 아이돌이 아니었다.

 

 

-

 

 

회의가 끝난 뒤.

직원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갔다.

해찬도 일어나려는데.

김여주가 먼저 말했다.

"잠시만요."

"...네?"

"아까 의견."

"..."

"좋았습니다."

짧은 한마디.

하지만 해찬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칭찬?"

"..."

"방금 저 칭찬받은 거 맞죠?"

"...맞습니다."

"와."

해찬이 작게 웃었다.

"오늘 좋은 날이네."

김여주는 괜히 헛기침만 했다.

 

 

-

 

 

그날 오후.

촬영 스튜디오.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명 조금만 더 올릴게요."

"의상 체크 부탁드립니다."

김여주는 모니터 앞에서 전체 진행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한 스태프가 급하게 뛰어오다가 케이블에 발이 걸렸다.

휘청.

커다란 조명 스탠드가 그대로 김여주 쪽으로 기울었다.

"부장님!"

순간.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툭.

김여주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상대 품으로 넘어갔다.

"...!"

"괜찮으세요?"

익숙한 목소리.

해찬이었다.

스태프들이 놀라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안 다치셨어요?"

김여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손목은 아직도 해찬이 잡고 있었다.

"아."

해찬이 급하게 손을 놓았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 봤다.

 

 

-

 

 

촬영이 끝난 뒤.

휴게실.

직원들이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봤어?"

"응."

"해찬 씨가 부장님 잡아준 거."

"진짜 영화인 줄."

"부장님 놀란 표정 처음 봤다."

김여주는 물을 마시다 말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 끝 창가.

혼자 바람을 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뒤에서 해찬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많이 놀라셨죠?"

"...괜찮습니다."

"손목."

김여주가 내려다봤다.

조금 붉어져 있었다.

"..."

"세게 잡은 것 같아서."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해찬은 잠시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다쳐도 되는 사람은 없잖아요."

김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김부장님."

"...네."

"혹시."

해찬이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저 오늘 점수 좀 올랐습니까?"

"..."

김여주는 피식.

아주 잠깐 웃을 뻔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감췄다.

"...1점."

"진짜요?"

"100점 만점에."

"..."

해찬은 허탈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갈 길이 멀네요."

그 말을 끝으로 먼저 돌아섰다.

김여주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복도 반대편에서 지나가던 직원 한 명이 보고 말았다.

"...어?"

"방금."

"김부장님... 웃으신 거 맞지?"

다음 날.

회사에는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부장님이 해찬 씨 앞에서 웃었다."

 

 

 

- 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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