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a Bertahan Hidup Sebagai Figuran

- 작가가 조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썼습니다.

- 대체 무슨 글인지 작가도 모릅니다.

- 왜 썼는지 작가도 모릅니다.

- 클리셰 덩어리입니다.

- 가볍게 읽어주세요... 어차피 개연성 개나 준 엉망진창인 글입니다...

- 여주의 원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은 일부러 비워뒀습니다. 독자님들 이름 넣어서 읽으시면 될듯...

-TRIGGER WARNING! 2010년대 초에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엑스트라로 살아남는 법

: 어느 날 소설 속 엑스트라가 되어버렸습니다.

W. 그쁨





"……ㅇ, ……. …ㄱ…,"

"…어ㄴ…, …연…,"

"이…ㄹ어나…,"

"……OOO!"

눈을 번쩍 떴을 때 시야에 가득 들어찬 얼굴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박지민의 것이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의식이 들었다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몸이 벌벌 떨려왔다. 이가 저절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들끼리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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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 OOO!! 괜찮아? 정신이 좀 들어?"

"…박지민?"

"다리, 너 다리…, 걸을 수 있겠어?"

"…몰ㄹ…,"

추워…. 팔이며 다리며, 초가을 밤의 차가운 바람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 오래였다. 추위에 굳어 둔해진 움직임으로 차갑게 식은 몸을 양 팔로 감싸 안자, 박지민이 서둘러 저가 걸치고 있던 자켓을 내 몸 위로 덮어주었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질 정도라 나는 내 몸의 체온이 얼마나 낮아져있었는지를 그 자켓을 덮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진짜 죽을 뻔했구나. 

몸의 떨림이 아까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한 김석진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퉁퉁 부은 발목을 양말과 운동화가 안쓰러울 정도로 꽉 죄이고 있었다. 상처는 눈으로 보고 나면 더 아프다더니, 다친 부분을 직접 확인하기 무섭게 발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걸을 수 있어? 하는 박지민의 물음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걸어? 지금 저 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릴 수도 있을 거다. 절대, 못 걸어. 하는 내 말에 박지민이 알겠다며 내 발목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댔다.

"…으,"

"아파?"

고개를 끄덕이니 무언가를 잠시 고민하는듯하던 박지민이 잠깐만 참아-, 하는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내 신발을 벗겼다. 양말까지도. 순간 발목을 타고 욱신거리는 느낌이 훅 들어 끄응, 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허리를 훅 굽혔다. …존나 아파! 시큰거리는 발목에 찬바람이 닿았다. 뼈가 시리다는 게 이런 걸까? 미리 겪어볼 필요는 없었는데.

"업힐 수 있겠어?"

"글쎄…. 다리가, 으,"

발목이 나간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한쪽 다리 또한 좋은 말로도 멀쩡하다고 할 수 없을법한 상태였다. 여기저기 긁힌 자국은 물론이고, 꽤 심하게 찢어진 부분도 보였으니까. 와, 저거 내 피야? 낙엽이 깔린 바닥에 뚝뚝 떨어져 있는 핏방울을 보며 말하자 박지민이 지금 그런 게 중요하냐며 타박을 준다. 그치, 중요한 건 아니지…, 하며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그새 등을 내보이고 쭈그려 앉아있는 박지민에게 털썩 기대자, 가뿐하게 날 들어 올리는 박지민이었다. 이 정도로 움직이는 건 괜찮지? 조심조심 걸으며 물어오는 박지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를 닮은 그 발걸음 덕에 내 발목은 실수로라도 덜렁여 통증을 일으키는 일이 없었다. 살았다, 하는 생각이 든 건 그때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뻐근한 목덜미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저게 다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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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입이 떡 벌어졌다. 이유라 함은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라 그랬다.

"…장난해?!"

"악! 머리, 머리, 머리! 잠시만, 말로, 말로 하자! 때리지, 윽, 때리지 말고!"

"저게 다 뭔데에!!"

"내가 한 거 아니거든?! 악! 아 힘 더럽게 쎄…!"

"당장 설명해-!!!"

경찰들, 그리고 구급 대원들이 있는 것 까진 그래 그렇다 치자.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기,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경찰처럼 보이지도, 구급 대원들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저쪽에서 박지민과 나를 쳐다보고 있는 우락부락한 아저씨들도 말이지…, …조폭인가? 아무튼 경찰이 아님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아무튼, 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나를 못내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으련만, 위쪽에서 쏟아지는 조명들에 나는 설마설마하며 시선을 하늘로 들어 올렸더랬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어쩐지 귀에 익지 않은 소음까지 들려온다 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밝은 빛들은 비단 달과 별만의 것은 아니었다. 두두두두-, 하는 커다란 소음을 내며 제주도 상공을 수놓은 것들은 음, 누가 봐도 헬기였다.

"들것 보내요, 빨리!"

"학생들! 거기 밑에서 기다려!"

"올라올 수 있게 도와줘!"

박지민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입고 있던 맨투맨이 형편없이 내 손아귀에서 구겨졌다. 쪽팔려서 눈물이 다 났다. 저기 미어캣마냥 이쪽을 기웃대고 있는 은하별고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창피함에 귀가 붉게 타들어갔다.

"…미리 말하는데, 난 분명 말리려고 했어."

박지민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들으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저 밑에 처박혀있는 게 내 정신건강에 백배는 더 이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발…!





📘 📗 📕





일명 '김연주 구출 사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나는 산을 구르느라 생긴 갖가지 상처들과 발목의 치료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자연스레 보호자석에 남아있는 박지민을 죽어라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난해?! 무슨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아니, 우리는 걱정되니까,"

"좀 평범하게 찾아주면 어디 덧나냐고오-!! 내가 무슨 한라산이나 지리산에서 조난당한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 뒷산에 처박혀있었을 뿐인데 뭔…! 사방팔방에 나 없어졌다는 거 광고하고 다닌 거 아니냐고!!"

"……."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기어서라도 혼자 탈출하는 건데…!"

붕대를 칭칭 두르고 깁스에 갇힌 내 다리를 보며 전정국이 '그 다리로?'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삐끗한 건 줄 알았는데, 골절이란다. 그뿐만 아니라 갈비뼈에도 옅게 금이 갔고, 아픈 줄도 몰랐던 등짝은 산비탈을 구르느라 걸레짝이 되어있었더랬다. 사실 나한텐 전치 몇 주니 하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주랑 유진이는?"

"담임이 숙소로 보내서 못 왔어, 둘 다. 김태형도…, 뭐, 김여주랑 같이 있는다고 했고."

"…근데 너넨 어떻게 왔는데?"

"……."

"박지민은 그렇다 치고, 너네 둘은?"

방금까지 혹여 상처가 터지진 않았나, 깁스가 불편하진 않나 하며 나를 살피던 것들이 하나씩 시선을 돌렸다. 으음…, 곧 열두 시네-, 하며 어색하게 말을 돌리는가 하면, 괜스레 비어있는 화병을 집었다 도로 내려놨다 하는 그 모습에 또! 내 등줄기를 타고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왔는데? 제일 가까이에 있던 김석진의 팔을 붙잡고 눈을 부릅뜬 채 다시금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나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헬기랑 구급차 부른 게 나라서, 그거 뒤처리 겸…."

"…뭐?!"

"의견 낸 건 나지만 부른 건 전정국이야! 경찰은 박지민이 불렀고, 경호업체는 전정국이 따로 불렀어. 나만 그런 거 아니다?"

"야 치사하게-,"

"말 안 하기로 했잖아-,"

"나만 죽을 순 없지."

이제는 저들끼리 투닥거리기 시작한 이들을 보며 나는 뒷목을 잡았더랬다. 하이고, 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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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 걱정돼서 그랬어."

침대에 엎어진 내게 김석진이 말했다. 축 처진 목소리가 안쓰럽게 들릴 지경이었다. 눈알만 도르륵-, 굴려 그들을 흘긋 쳐다보니 다들 묘하게 축 처져있는 게 보였다. …너무 뭐라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이라 했다. 그 작은 뒷산에서 나를 찾는데 걸린 시간이 그랬다. 나야 뭐, 하루 온종일 재미도 없던 수학여행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닥난 체력에 산비탈을 온몸으로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해 기절에 가깝게 산에서 잠에 들었기에 그 시간을 체감하지 못했다곤 하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내가 없어졌단 사실을 알고 불안해했을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헬기고 경호업체고, 한없이 평범에 가깝던 삶을 살았던 나에게는 '이게 무슨 개오바야' 싶을 정도인 처치를 한 것도 그들 딴에는 그게 나를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았기에 그랬던 거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다 날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인 것도 알았고. 뭐, 그렇다고 두 번씩이나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싫지만, 그래도-,

"그러네, 이 말을 먼저 했어야 됐는데."

"……."

"고마워."

"……."

"그래도 다음엔 헬기는 좀 참아봐."

알겠다며 씩 웃어 보이는 전정국의 얼굴에 장난기가 한가득이었다. 나머지 두 명의 표정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 📕





응급처치에 가까웠던 치료를 제대로 받고, 혹여나 몸 다른 곳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몇 가지를 받고 나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있었다. 수학여행 셋째 날,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일정을 보낸 나는 밤새 입고 있었던 환자복 대신 평상복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어쨌든 집에는 가야 될 거 아니야. 발 한쪽이 골절이긴 하지만 아예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고, 목발을 짚는다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기에 휠체어 신세는 면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 나도 박물관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영혼이라도 좀 담아서 말하던가."

박지민이 킬킬대며 웃는다. 몸 상태가 상태인지라 부축할 사람이 필요했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의 일정을 죄다 빼먹을 수 있는 날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박지민은 놓치지 않았다. 날 둘러업은 그의 얼굴이 방실방실 웃는 낯인 걸로 보아 결코 진심으로 아쉬워서 하는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제보다 더 무거워진 것 같은데,"

"…깁스 때문일걸?"

"그렇다기엔 얼굴도 너무 반질반질한데?"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지난 이틀간의 수학여행뿐만 아니라 4개월간의 소설 속 생활과 비교해 봤을 때, 고작 12시간에 불과했던 병원 생활은… …천국이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었다. 그것도 병원 1인실에서 말이다. 특식으로 전복죽이 나오고, 온갖 케이블이 다 연결되어 있는 티비가 있는데, 잘 못 지낼 수가 없었다. 이게 다 P 기업 자제인 박지민을 친구로 둔 덕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힐링 아닌 힐링타임을 보낸 내 얼굴이 이전과 달리 반질반질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근데 우리 몇 시 비행기야? 어물쩍 말을 돌리는 내 모습에 박지민이 또 키득키득 웃었다.

언제고 사람이 북적일 수밖에 없는 공항에서 누군가를 찾는 일은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지만, 찾는 대상이 단체일 경우엔 그 난이도가 꽤 쉬워진다. 나와 박지민이 길을 헤매지 않고 단번에 은하별고 학생 무리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는데, 단체로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단순한 이유는 물론이고 일단…, 그 무리에 속해 있는 얼굴이 연예인 뺨을 몇 대는 후려갈길 정도로 잘난 탓도 있었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 중 반은 다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누군지는, 이제 여러분도 잘 알 거라 믿는다.

"…! 연주, 연주야아!!"

박지민이 날 내려놓기 무섭게 명치에 날아드는 묵직한 감각에 나는 엌-, 하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뱉었다. 다행히도 공항 한복판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면한 나는 내 배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울망울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김여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관광 잘 했어? 굳이 대답을 듣고자 내뱉은 질문은 아니어서, 나는 김여주가 무어라 입을 열기 전에 뒤늦게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이유진에게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연주야…!

"몸은 좀 괜찮…, 헉, 깁스?!"

"…!"

"어, 이건…,"

"심하게 다친ㄱ…,"

"어, 어, 어, 어떡, 어떡해!! 발목 다쳤어?! 많이 아파?! 내, 내가 괜히 매달려서…,"

"아니, 아냐, 그렇게 심한 건 아니고…,"

바들바들 떨리는 눈동자로 날 올려다보는 김여주의 상태는 패닉 그 엇비슷한 상태로 향하기 직전과 비슷해서 내 입에선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5분가량 내 발목이 골절되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내원치료를 몇 번 해야겠지만 깁스를 했으니 더 심각해질 일도 없을 것이며, 나머지는 가벼운 타박상이라 애진작 치료를 끝냈고, 남는 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지금 내 몸 상태가 매우 멀쩡한 편이라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다행이다아…. 나는, 나는 심각한 건 줄 알고…. 걱정돼서 어제 잠도 7시간밖에 못 잤단 말이야…."

…7시간이면 숙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평소에 9시간 자는 애가 7시간밖에 못 잔 거면 덜 잔 거잖아, 안 그래? 아무튼, 그렇게 난 김여주와 이유진과의 감동적인 재회를 마칠 수 있었다. 아니, 마친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은하별고 학생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여태 했던 말들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될 것이란 걸 깨달았던 것이다.

어젯밤의 일을 대충이나마 전해 들은 몇몇이 먼저 걱정 어린 물음을 던졌다. 다쳤다며, 괜찮아? 하는 그들의 물음에 치료도 받았고, 앞으로 병원 몇 번만 더 가면 돼, 하는 대답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나는, '다쳤다며, 괜찮아?' 하는 물음이 열세 번을 넘어가기 시작할 때부터 대답을 아꼈다. 괜찮아, 하는 한마디로 말이다. 대충 스물여섯 번쯤? 그리고 스물일곱 번째 '괜찮아'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나는 퍽 의외의 인물임이 틀림없는 이에게서도 걱정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연주야!"

품에 덥석 안기는 권연희를 반사적으로 받아낸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그랬다. …이게 뭐지? 얘가 왜? 갑자기 왜 이러냐는 물음을 던질 새도 없이 내 품에서 고개를 치켜든 권연희가 냅다 '미안해애!!'하며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둘째치고, 나는 당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 탓에 괴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라 함은, 뭐, 다들 알겠지만, 그 산에서 날 밀어 넘어뜨린 게 권연희였단 말이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수십 가지 가정들을 떠올리며 난 생각했다. 사실 얘가 어제저녁엔 살짝 훼까닥 한 상태였다던가?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던 상태라서 홧김에 민 건가? 그래서 날 산 아래로 밀어버린 게 미안하다는-,

"내가 널 두고 가서…! 흑,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산이 너무 어두웠어. 그래서…,"

"…음…,"

"미안해…! 네가 발 헛디뎌서 굴러떨어졌을 때, 사람 불러오겠다고 되돌아가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그냥 거기 같이 있었으면, 그럼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어림도 없지! 눈을 벌겋게 물들이곤 금방이라도 오열할 것 같은 표정으로 와다다다 말을 내뱉는 권연희에 주변의 반응이 달라졌다. 그랬던 거구나…, 산에서 굴러떨어져서 저렇게 된 거야? 으, 아프겠다. 근데 그게 연희 탓은 아니지 않아? 뭐… 그렇지? 근데 왜 연희가 사과를…

권연희가 이 우습지도 않은 연극을 펼친 건, 딱 이런 상황을 원한 거겠지? 아니면 혹시나 이 장면도 소설의 장면 중 하나일까 싶어 나는 잠시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소설의 장면이라면 내가 또 무슨 이상한 대사를 뱉어내던, 무언가의 행동을 취하던 할 테니까. 권연희와 나 사이의 정적이 길어져만 가는 반면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빙긋 웃으며 권연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역시, 소설 장면은 아니구나? 그럼-,

"난 괜찮아 연희야. 너도 많이 놀랐지?"

"어? 으응…."

"괜찮아. 네 탓 아니잖아. 내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을 뿐인데, 그치?"

내가 산에서 굴러떨어진 걸 내 탓으로 만들겠다면야, 기꺼이 내 탓인체 해줄 수 있었다. 적어도 여기서 무슨 소리냐며, 네가 날 밀지 않았냐며 멍청하게 빽빽대는 것보다야 훨씬 더 나은 선택임은 틀림없을 테니까. 권연희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마저도 금방 갈무리하는 탓에, 잠시간 굳어있던 그 표정을 본건 나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얘는, 내가 빙의자란걸 알면서도 이런 멍청한 도발에 걸려들어갈 거라 생각한 건가? 대체 날 얼마나 멍청한 애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간에, 권연희가 바라던 반응과는 아마도 정 반대임이 틀림없을 반응을 내보인 나는, 으응…, 하는 떨떠름한 대답을 하는 권연희를-,

"너무 자책하지 마, 알겠지?"

꼬옥 안아줬다. 아주 있는 힘껏 말이다. 팔에 힘을 꽉 주곤 저를 안아주는 내 모습에 감동이라도 받은 건지, 뿌드득, 하며 권연희가 이를 가는 소리를 냈다. 요즘 임플란트가 얼마나 비싼데, 함부로 이 갈고 그러지 말라는 첨언은 굳이 덧붙이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공항 한복판에서 머리끄덩이를 붙잡히는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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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걸 그냥 그대로 놔둬?"

수학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골절에 깁스까지 한 꼬락서니로 무사히란 단어를 쓰는 게 옳은 걸까 하는 고민이 들긴 했지만, 집에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사히 끝났다는 표현을 쓰는 데는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물론, 내 뒤에 손님 세 명을 줄줄이 달고 집 안으로 들어서게 된 건 내 의도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원치 않았던 손님 셋이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거실에 모여 담력훈련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고하라며 나를 쥐잡듯 잡는 일이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탓에 대충 권연희와 다투었고, 홧김에 권연희가 날 밀어서 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고 병원에서 설명했는데, 내 말과는 판이하게 다른 말들이 권연희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그제야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대충 넘길 작정으로 미리 생각해두었던 변명들을 입으로 줄줄 꺼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지만, 음, 결론적으로 단 한 개도 먹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아주 세세한 설명들은 제외한 그날 저녁에 있던 일들에 대한 말이었지만, 병원에서의 설명에 들어있던 '홧김에 권연희가 날 밀었다'와 '내가 뭘 잘못했는진 모르겠지만 권연희한테 미운 털이 박혔고, 그 결과로 권연희가 날 밀었다'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는 꽤 고의적인 몸짓으로 날 산비탈로 밀어버린 것 같긴 하다는 내 말에 세 불청객들은 주먹을 꽉 쥐는 중 온몸으로 '나 빡쳤어요'를 표현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다음 권연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땐 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권연희 암살 계획에 대한 동의 따위가 아닌 '그냥 놔둬'하는 대답이었다.

"너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냥 놔두란 소리가 나와? 밀었다며, 그것도 일부러!"

"아오, 그러니까 무작정 참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나름의 이유가…,"

"죽으면 어차피 현실 세계로 돌아갈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김석진의 말에 입을 다문 건, 그가 했던 말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을 아예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차피 내게 있어 현실은 여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 속에서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까? 단순한 가정이고 어떻게 보면 그럴듯한 가설이다. 그런데 말이다,

"죽어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한텐 이게 별로 큰일처럼 안 느껴지는 거잖아. 죽을 뻔했는데도,"

"……."

"…만약 네가 우리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아니, 아니다. 그만하자."

난 먼저 가볼게, 짐을 챙기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김석진을 붙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싸하게 내려앉은 정적이 각자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말이다, 난 좀 억울했다.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과 같이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행동을 취하지 않은 건 단순히 내가 겁이 많다는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아 물론, 무슨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린다거나, 칼로 내 몸뚱이를 쑤신다거나 할 용기가 없긴 하다, 없긴 한데…!

"…아오, 머리야…."

맹세코, 그런 생각 때문에 이번 일을 가볍게 넘기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아오,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탓에 소파에 길게 몸뚱이를 늘어뜨렸다. 열불이 나 괜스레 김석진이 쌩하고 나가버린 현관문만 죽어라 노려보았다. 억울함에 미간을 엉망으로 구기고는 거실 바닥에 앉아 눈치만 슬슬 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로 고개를 홱, 돌렸다. 마주친 시선에 몸을 들썩이기까지 하며 놀라는 것을 보아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아주 빤히 보이는 것이었다.

"미리 말하는데 그런 생각 안 했어. 넘겨짚기만 해라,"

손으로 마른 얼굴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먼저 입을 열어 말을 내뱉은 것은 박지민이었다. 그럼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데? 이유를 묻는 그 목소리가 묘하게 축 처져있었다. 듣자마자 그가 김석진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죽을뻔한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게 '죽으면 끝이지'하는 가볍디가벼운 생각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그, 멍청한! 억울한 생각을 말이다! 열이 받아 소리를 빽 질렀다. 아!! 뭐가 됐든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내가 권연희를 그냥 놔두라 한 건, 그러니까, 걔가 내 이름을 똑바로 불러서라고! 죽음이고 나발이고 그딴 생각 안 했어!"

"……."

"이름을 똑바로 불렀다는 게 무슨 의민데?"

"권연희가 날 밀기 전에 말이야, 너만 없으면 돼?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어. 근데 분명, OOO, 하고 내 이름을 불렀단 말이야."

"…그게 이유가 돼?"

시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이 빡대가리들하고 뭘 해, 이러니까 내가 무슨 목숨을 똥파리 새끼 목숨처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이상한 오해나 하고 앉아있지. 답답함에 머리를 마구 헝클어들이다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우곤 말했다.

"'OOO'!!! 날 OOO라고 불렀다니까?"

"우리도 널 그렇게 불러."

"…학교에선 김연주라 부르지만."

"그래!! 학교에서 난 김연주라고,"

"……."

"……."

"근데 날 OOO라고 불렀다니까?!"

"…!"

"…!"

두 멍청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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