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ㅣ진실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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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술과 치료가 모두 끝나 완치가 되었을 때, 나는 일부러 엄마를 피하기 위해 중환자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어떻게든 나를 쫓아와 잡으셨다.
“서아야, 잠깐 얘기 좀 해.”
“… 저 시간 없어요.”
“시간 있는 날… 언제니?”
“레지던트가 시간 있는 날이 어디 있어요, 항상 바쁘지.”
“그럼 시간 남는 날 나한테 연락 줘.”
“… 죄송한데, 저 엄마 번호 없어요.”
“핸드폰 바꾸면서 번호를 싹 지워버려서.”
“아… 그럼 적어줄게.”
내 핸드폰에 저장된 엄마의 번호. 수능 이후로는 없던 번호였기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가 있는 게 생소했다. 이건 원래 생소한 게 아닌 익숙해야 맞는 건데.
그렇게 한동안 엄마를 다시 잊고 살았다. 바쁘기도 바쁘고, 누구를 그리 생각하며 살 겨를이 없었다. 할머니 생각도 벅찼던 시기에 엄마까지 머릿속에 넣을 공간이 없었다. 넣고 싶지도 않았고.
시간이 있는 날은 더더욱 없었기에 엄마에게 연락할 수 조차 없었다. 연락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하지만 엄마는 끈질기게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라리 나를 포기하고 신경 꺼줬으면 하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아야!”
“… 엄마가 여기는 또 어쩐 일로.”
“네가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을 안 주길래.”
“아… 죄송해요, 시간 남는 날 없이 바쁘게 살아 잠시 잊고 있었네요.”
“의사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럼 네 번호라도 적어줄 수 있니?”
“제 번호요?”
“응, 연락도 안 되니까 어찌할 방법을 못 찾겠더라고.”
“… 고작 이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응.”
고작 번호 달라는 한 마디 하려고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엄마가 어리석어 보였다. 하필 사람도 많고 바쁜 대학 병원에서 내가 어디에 있을 줄 알고 나를 그리 찾아다녔는지, 왜 나를 이리도 포기하지 않는 건지 괜스레 엄마가 미웠다. 학생일 때도 나를 그리 못 잡아 먹어 안달이더니, 지금도 변하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번호를 준 뒤 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엄마에게 번호를 주고 난 뒤 시도때도 없이 오는 연락에 원래 못 자던 잠을 더 못 자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이기에 무작정 화를 낼 수도 없는 터, 일부러 나 답지 않게 돌려 말 했는데도 변하지 않는 부모님에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 만나주기로 했다.
아주 조용한 레스토랑, 이런 곳에서 밥 먹는 건 또 어찌나 오랜만인지. 이런 좋은 곳에는 교수 님과 와야 하는데 생각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몇 분이 지나자 보이는 엄마의 실루엣에 꽤 긴장했다. 수능 이후 엄마와 이렇게 눈을 맞추는 건 처음이었기에.
“먼저 와있었네.”
“… 네, 일단 음식부터 시킬까요?”
“그래.”
음식을 시킨 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 정적이 너무도 싫어 먼저 입을 열었고,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동시에 말을 했다.
“먼저 말 하렴.”
“아니에요, 엄마한테 무슨 말 하려고 불렀냐 물으려 했어요.”
“아…”
“망설이지 말고 말 해요,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