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ru

Musim semi, musim panas, musim gugur, dan musim dingin

표리부동한 네 배후엔
깜부기불 같은 정나미가 돋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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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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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계절, 이라. 짧은 질문을 뜯어가며 읊조린 도준의 눈가가 보기 좋게 경련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요? 형은 나한테 궁금한 게 계절 따위의 무료한 것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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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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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봄
: 난연한 연민 휘날리는



- 형은,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 ··· ··· .

한참을 눈만 도륵 굴려대다 혀를 내어 여린 입가를 축이자 번들이는 입술을, 도준의 시선에 따라 달싹이던 석현이 가만히 웃음지었다.


- 가장 좋아하는 계절.


도준은 생각했다. 취미가 뭐야? 어떤 영화를 좋아해? 좋아하는 음식은? 자주 마시는 음료는? 와 같은 질문이 아닌 그저 지나가고 돌아오고 추억되는 무료한 계절에 대해 묻는 석현의 속내가 무엇일까 하고.


- 난연한 연민 휘날리는 봄?


아니, 봄은 아니에요. 봄은, 봄은 너무 미려하잖아. 꼭 형 같아. 빈약하고, 영악하고, 미려해. 아담하고 앙상한, 가히 연못에 내려앉아 탁한 물이 스민 분홍빛 도는 꽃잎을 연상케 한달까.


- 나는 미려해서 봄이 좋아. 꼭 나 같아서.
- ··· 그래, 나도 좋아요 미려 따위의 말로 빙자하는 형이.



02. 여름 
: 들끓는 사랑이 창공을 울렁이는


도준의 고개가 부정하자 석현은,


- 들끓는 사랑이 창공을 울렁이는 여름?


아니, 여름도 아니에요. 난 여름이 지독히도 싫거든. 진득하게 달라붙는 옷 하며, 푹푹 찌는 더위 탓에 온몸을 감싸 안는 듯이 말라붙는 땀은 질색이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 운동장에서, 내가 떨군 공을 도로 내 손에 쥐여주며 턱 끝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쓸어내던 형이 생각나거든. 형이, 형 니가. 형 니가 생각난다고. 하루 종일, 하루, 종일. 걸핏하면 싫증 나는 그 사랑이 광막하게 피어나는 게 얼마나 박해스러운지 알기는 해요?


- 나는 온몸이 진득하게 말라붙는 여름이 좋아. 혹독하게 박해당하며 일그러지는 네 얼굴, 볼 수 있거든. 
- ··· 그래, 나도 좋아요. 내게 연민하며 해사함을 드러내는 표리부동한 형이. 




03. 가을
: 겸연쩍은 정나미 돋아나는


도준의 좁혀진 눈가를 응시하던 석현은,


- 겸연쩍은 정나미 돋아나는 가을?


아니, 아니. 가을도 아니야. 가을은 너무 화려하잖아. 이런 저런 색들을 나열해 늘어뜨리곤 저 자신이 가장 광명하고도 난연한 척을 하잖아. 척을. 척. 그런 척. 척을 한다구. 그래서 난 가을이 싫어요. 열없는 사랑을 상긋하고 경이로운 따위의 난해한 문자로 아름다운 척하게 만들잖아. 그런 척. 이런 척. 척하면서 죄악을 구축하는, 난 그게 싫다니까요?



04. 겨울
: 뜬소문에 신산하던


고개를 푹 숙이기에 석현이 도준의 머리를 매만지며,


- 뜬소문에 신산하던 겨울?


아, 그래. 굳이 고르라면 겨울이 가장 좋아요. 겨울은 형과 함께하지 못했거든. 오독으로 인한 뜬소문에 실린 형은 여기 저기 떠다니며 신산을 겪다 결국 푸르른 창공에 몸을 담구었잖아. 그래서 겨울엔 형과의 기억이 하나도 없거든. 그래서, 그래서 겨울이 가장 좋아요. 내 겨울엔 형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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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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