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otong demi sepotong

Bintang Bersinar 9화

 동현이 형과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진 그 사이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꽤 오래된 느낌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동현이 형이랑 싸우고, 동현이 형이 대휘를 때리고, 동현이 형이랑 내가 같이 지고, 지금은 사귀게 되고. 그냥 지금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와, 니 드디어 사귀냐.”

 “그래, 임마. 넌 언제 사귀냐?”

 “응? 누구랑.”

 “누구냐니, 전웅 선배님이랑.”

 “? 나는 그분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

 조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이대휘 얘 전웅 선배님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나만 그렇게 생각했었던 거야?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딱 봐도 둘이 만날 때마다 꽁냥거리던 거 같던데. 아, 얘 이거 거짓말이구나. 좋아하네. 자식.

 “아, 졸려. 잠이나 자야지. 수업 끝나면 깨워줘!”

 “그래, 잘 자라.”

 내가 이거 도와줘야겠네. 내일은 마침 댄스 동아리 모임도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내가 벌써부터 떨리는 거지? 이상했다.


 “헐, 형! 여기 진짜 예쁘다!”

 “그래? 내 눈에는 우진이가 더 예쁜데…”

 동현이 형이랑 데이트를 하려고 카페로 갔는데 진짜 예뻤다. 와, 내가 살면서 이런 곳을 와보다니. 너무 황송했다. 이런 곳을 동현이 형이랑 오게 돼서 더 좋았다.

 “우진이? 니가 왜 여기에 있어?”

 “어, 박지훈?”

 “…아는 사이야?”

 “응응, 어릴 때 친했거든.”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중학교도 다른 곳으로 입학했고, 중간에 박지훈이 이사 가기도 했고. 멀리 간 갈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동네에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어릴 때 진짜 친했긴 했는데, 얘가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많이 놀지는 못했다. 하긴, 거지가 부자랑 노는 거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음, 근데 누구셔? 너 형제 없지 않았냐?”

 “아, 내 남친. 잘생겼지? 착하기도 엄청 착하다? 부럽지, 부럽지?”

 누가 나한테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고민 없이 동현이 형이라고 할 것이다. 흥, 박지훈 니는 남자친구는 없지? 하긴, 너희 부모님이 워낙 까다로우신 분이니? 나 완전 부럽지? 나 이런 완벽한 남친 있는 거 완전 부러워서 죽을 거 같지?


 “야, 박우진.”

 “앙? 왜.”

 “너 최근에 박지훈 만났냐?”

 “응응, 어떻게 알았어?”

 “너 시발, 걔한테 내 전화번호 알려줬어?”

 “아니, 뭔 개소리야. 내가 왜.”

 “시발, 그러면 어떻게 내 전화번호 안 거지.”

 얘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아, 원래 미쳤긴 했지. 근데 이건 너무 미친 애 같은데? 박지훈? 갑자기 왜? 박지훈이 얘한테 연락이라도 했다는 건가? 아니, 어떻게? 얘는 박지훈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박지훈이 얘 전화번호 캔 건가? 도대체 왜?

 “아, 진짜 돌겠네. 얘 차단해도 계속 다른 번호로 연락해…”

 “? 박지훈이? 아니, 왜?”

 “내가 알겠어? 얘가 갑자기 계속 만나자고, 할 말이 있다고 이 말만 하잖아…”

 “뭐지, 한 번 만나봐!”

 “내가 미쳤다고 그 새끼를 만나? 차라리 죽으라고 하지 그래?”

 “…그러면 이 기회에 사과 받아,”

 “싫어,”

 “많이?”

 “…”

 “알겠어, 그만 연락하라고 해놓을게.”

 고집이 너무 세…힝. 아니, 근데 내가 왜 얘네 중간에 끼어서 이러고 있는 거지? 도대체 왜? 흥, 짜증 나.


 “하…이대휘 왜 계속 차단해,”

 어, 박지훈이다.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박지훈 폰을 쓱- 봤다. 젠장, 대휘한테 연락하고 있었다. 아, 말해야 하는데. 화낼 거 같단 말이야. 아아, 몰라! 대휘가 전해달라고 한 거니까!

 “야, 박지훈.”

 “어, 박우진? 무슨 일이야.”

 “너, 이대휘한테 연락하지 마. 대휘가 ㅈ…”

 “지가 뭔데 존나 나대,”

 “…뭐? 너 지금 나한테 그런 거야?”

 “그러면 너 말고 여기에 누가 있냐, 병신아?”

 허, 어이없어. 대휘가 전해주라고 했다고 이 나쁜 놈아! 왜 사람 말을 끝까지 안 듣고 욕을 하는 건데! 나는 무슨 죄야, 나는! 흥, 진짜 짜증 나.

 “이대휘가 전해달라고 한 거야, 니가 이러니까 싫어하지.”

 “뭐, 이 시발놈아? 니 죽고 싶냐?”

 “왜 급발진이냐? 맞는 말이잖아, 니 이래서 대휘 ㅊ…”

 퍽- 진짜 아팠다. 저 자식 원래 자랗게 힘이 셌었나. 아니, ㅍ…피 나! 하, 진짜 왜 내가 얘네 사이에 끼어서 맞기까지 해야 되는 거야…아, 그렇다기에는 내가 너무 입을 놀렸나. ㄱ…그건, 미안한 일이지만. 나 정말 아픈데…

 “야. 다시 말해 봐. 뭐? 뭐, 이 시발놈아?”

 “왜? 맞잖아. 힘만 더럽게 세 가지고.”

 퍽-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건 맞을만했다. 차암 미안하다, 시발놈아. 진짜 나 이대휘고, 박지훈이고…너무 싫었다. 나 인생 어쩌다가 이렇게 꼬였냐…

 “야, 박우진. 너 나랑 대휘랑 자연스럽게 분위기 만들어줘라.”

 “뭐? 내가 미쳤다고 그걸 해?”

 “못하겠으면 언제든지 와, 죽여버릴 테니까. 성공하면 천만 원 줄게. 어때, 좋지? 우리 우진이 돈 필요하잖아~”

 박지훈은 내 머리를 기분 나쁘게 쓰다듬었다. 시발, 누가봐도 비꼬는 저 목소리, 행동 진짜 죽이고 싶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근데 천만 원이면 해볼만 한데? ㅇ…아니! 박우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친구 팔아서 돈이나 처먹으려고? 시발, 정신 제대로 차리자.

 “싫다는 표정이다?”

 “너 같으면 좋겠냐? 차라리 죽여, 죽일 수 있으면.”

 “우진이가 나 잊었나 봐? 나 한 번 뱉은 말은 지켜. 천만 원이라니까?”

 “싫다니까?”

 나는 죽어도 안 해, 내가 왜 해? 나 진짜 밉다, 저딴 쓰레기 같은 놈을…대휘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으면서도…그동안 친구로 생각했었다니.